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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로 Oct 21. 2021

귀가지니

'알라딘, 넌 이제 자유야.' 인천공항 입국장에 등장한 중년 남성은 그 유명한 알라딘이 분명했다. 알라딘은 페르시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다. 시장 바닥 좀도둑이었다가 어느 날 램프의 요정 지니 덕에 왕자 행세를 하고 결국에는 자스민 공주와 결혼해 부마가 된 전설적인 인물이니 말이다. 그런 알라딘이 왜 한국 땅에 왔을까. 알라딘은 호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여권을 찾는 듯 한동안 옷 이곳저곳을 쑤셔댔다. 그러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좀도둑 마음은 좀도둑이 안다고 했다. 알라딘은 여행객의 긴장이 풀리는 입국장이 소매치기를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곧 알라딘은 어딘가를 향해 손을 흔든다. 손만이 아니다. 온 팔을 흔들더니 껑충껑충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라딘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는 덩치 큰 사내가 있었다. 푸르스름한 피부에 우락부락한 몸. 놀랍게도 그는 램프의 요정 지니였다. 알라딘이 소원을 빌어서 램프에서 풀려나게 했던 그 지니 말이다. 두 사내는 뜨겁게 포옹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페르시아에서 뜨거운 우정을 자랑했던 두 사내가 도대체 왜 이역만리 한국에서 해후하고 있을까.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지니,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꿈만 같네." 알라딘이 말했다. "그러게 알라딘. 네 덕에 램프에서 벗어나서 한국까지 날아온 게 벌써 30년 전이네." 지니가 선글라스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눈물을 훔쳤다. "그런데 왜 실내에서 선글라스야?" 알라딘이 물었다. "아, 다른 사람들이 나 지니인 걸 알아볼까봐 그러지." 지니가 두리번거리며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지 살폈다. "누가 봐도 지니인데 네 눈만 가린다고 그게 가려지냐?" 알라딘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 하하하." 지니가 호탕하게 웃었다. 머쓱해진 지니는 알라딘을 입국장 밖에 있는 자신의 리무진 차로 이끌었다. 눈부신 리무진 차체에 햇살이 반사돼 눈이 아릴 정도였다. 알라딘은 의아해 했다. "아니. 페르시아에서는 날아다니던 애가 웬 리무진?" 지니가 회한이 서린 표정으로 고개를 수차례 저었다. "세상에. 램프 요정의 마법이 페르시아에서 너무 많이 떨어진 곳에서는 사라진다는 것을 몰랐던 게지. 원래는 날아서 미국까지 가려고 했는데 중국을 지나던 중에 힘이 점점 사라지는 거야. 이 서울 땅에 떨어지고 나서 한 열흘 동안 몸 져 누었지 뭐야. 아직도 그 때 후유증이 있어." 지니는 주먹으로 허리 쪽을 콩콩 때렸다.


"그나저나, 술탄의 사위가 돼 천하태평이던 알라딘 너는 왜 갑자기 한국에 왔냐?" 알라딘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 자스민 혁명이라고 들어봤지? 튀니지를 비롯해 중동 여러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위가 확산되면서 장인어른도 자리에서 쫓겨났어. 게다가 자스민은 그 혁명을 주도하더니 페미니스트가 됐어. 그러더니 더 이상 나 같은 못난이와는 상종도 못하겠다며 나를 왕궁에서 내쫓아버렸지. 예전 좀도둑할 때처럼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되니 지니 네 생각이 나더라고. 그래서 네가 있다는 한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지. 그래도 마음은 편하다. 사실 나한테 부마 자리가 가당키나 했니. 하하." 리무진은 편안했다. 차 안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공간, 편안한 승차감. 알라딘이 물었다. "힘이 사라졌다더니 그래도 재주는 남아있었나 보네. 한국 땅에서도 이렇게 돈을 많이 벌고." 지니는 씩 웃었다. "한국에는 말이야, 정말 돈 놓고 돈 먹는 노름판이 있거든." 지니는 창밖에 펼쳐지는 영종도 풍경에 시선을 둔 채로 말했다. "알라딘, 한국 부동산은 합법적인 도박판이야. 그것도 돈을 잃지 않는 도박판. 그런 놀라운 도박이 있다는 게 믿어져?" 알라딘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알아주는 경제대국인데 그런 도박판이 있다는 게 말이 돼?" 지니의 입 꼬리가 한쪽만 올라갔다. "그게 바로 핵심이야, 핵심. 전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니 사람들이 도무지 믿지를 못하는 거야." 지니는 휘파람을 불었다. "알라딘, 지금부터 내 얘기를 잘 들어. 한국에서 한몫 잡아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줄 테니까 말이야." 알라딘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안 그래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한국에서 먹고살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던 알라딘은 지니의 말에 혹했다. "알라딘,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꿈이 뭔지 물어봐. 삼척동자에게 물어봐도 늘 답은 똑같을 거야. 답은 바로 집주인." 알라딘이 되물었다. "집주인이라고?" "그래. 집주인. 아파트를 사들여서 세입자들에게 빌려주고 월세를 받아 챙기는 거지. 그러면 아무 일도 안하고 그냥 앉아서 한 달에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을 끌어 모을 수 있어. 그러다보니 한국 사람들은 비싼 아파트를 사들일 정도의 자산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 한국 사람들이 일벌레로 소문난 건 집주인이 돼 사글세를 받으며 편하게 살려고 하기 때문이야. 너, 서장훈이라는 한국에서 유명한 전직 남자 농구선수가 있는데 이 사람은 나이도 많고 이혼도 했지만 여성들한테 인기가 많아. 왜일까. 큰 건물을 가진 건물주이기 때문이지." 알라딘이 물었다. "다른 나라에도 그런 경우가 많지 않을까." 지니가 창밖에 펼쳐진 목동 아파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맞아. 알라딘. 하지만 한국은 좀 다르지. 그 아파트들이 말이야. 하루가 다르게 비싸진다는 거지." 알라딘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아파트 값이 비싸긴 하겠지만 그렇게 매일 같이 오를 수 있냐?" 지니는 여전히 목동 아파트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 "한국 사람들은 일단 영혼까지 끌어 모으는 식으로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사. 그리고 그 아파트 값이 상승하면 그걸 처분한 돈으로 대출을 해소해. 그리고는 또 대출을 받아서 더 비싼 아파트를 사. 그 아파트 값이 또 오르면 또 그걸 팔아치워서 대출을 해결해. 그러다보면 어느새 아파트값은 수십억 원대에 이르게 되는 거지." 알라딘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쉽게 돈을 버는 게 말이 되니? 그러면 한국 사람들이 다 부자겠지." 지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다 부자가 되려고 아파트를 사는 데 혈안이 돼있어. 일생일대의 숙제지. 아파트를 사고팔아서 돈을 불리는 건 마약 같은 중독성이 있어. 나도 그랬고 말이야." 지니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창밖으로 멀리 남산타워가 보였다. "알라딘, 처음에 이런 아파트 노름은 몇몇 사람들만 했었어. 그런데 그 방법이 전 국민에게 노출돼버렸지. 머리가 잘 돌아가는 한국 사람들은 너도나도 아파트 투기에 뛰어들었어. 아파트 투기를 안 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으니까. 아파트 투기는 먼저 뛰어드는 사람이 이기는 판이야. 어디든 먼저 사놓으면 값이 오르니까 일단 먼저 사놓으면 유리한 거지. 누군가 웃돈을 얹어서 사면 다른 사람이 '저기가 오르려나?' 이러면서 웃돈을 더 주고 사고. 그러면 그 일대 아파트 값이 계속해서 오르게 되는 거지." 알라딘은 의아해했다.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돈이 많아? 계속 아파트를 사들이게? 또 보통 어느 정도 오르면 값이 내려가지 않나?" 지니는 알라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봐. 어르신. 그래서 내가 한국 사람들이 머리가 좋다고 하지 않았나? 한국에는 동네마다 부동산 중개인들이 넘쳐나. 그 사람들과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 작당을 하지. 동네에 있는 매물들의 가격을 어느 선 이하로 책정하지 말자고 담합을 하는가 하면 일부러 수천만 원 비싼 가격에 집을 사들여서 기준점을 만들어버리지. 갑자기 어느 한 집이 수천만 원 더 비싸게 팔리면 그 동네 사람들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그 가격 이상의 가격을 부르지. 그러면 그 동네 아파트값이 순식간에 수천만 원 뛰어버리는 거야." 리무진은 어느새 엄청나게 높은 건물 앞에 도착해있었다. 고개를 들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목 뒤를 주무르던 알라딘에게 지니가 말했다. "이봐, 알라딘. 롯데월드타워라는 곳이야. 서울에서, 아니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지. 여기에 올라가면 한국 강남 아파트들을 잘 살펴볼 수 있어." 알라딘은 지니를 따라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 승강기 문은 한참 만에 열렸다. 꼭대기 층에 도착한 알라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었다. 빽빽하게 들어찬 아파트가 눈을 가득 채웠다.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었다. 지니가 그런 알라딘 뒤에서 교활한 표정을 지었다. 지니가 알라딘에게 뭔가 말하려는 순간, 알라딘이 깜짝 놀라며 손가락으로 반대편을 가리켰다. "지니, 저기 저 사람, 마법사 자파 아니야?" 지니도 놀랐다. 페르시아에서 만났던 무서운 그 사람을 여기 한국에서 다시 보게 되다니. 하지만 페르시아를 호령하던 예전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마치 수도승처럼 누더기를 걸친 자파는 욕망이란 욕망은 다 떨쳐낸 듯 해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을 조종하려는 듯 한 무서운 눈빛은 여전했다. 매우 놀란 알라딘과 지니는 자파가 누더기 속에 숨기듯 입은 명품 옷과 명품 가방은 눈치 채지 못했다. 자파가 입을 열었다. "이봐, 알라딘과 지니. 여기서 다시 보게 되다니 놀랍군 그래." 알라딘이 물었다. "이봐. 자파.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자파가 웃었다. "지니의 능력을 욕심내다가 램프의 요정이 됐지. 세상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돼 뛸 듯이 기뻤는데 능력을 쓰기도 전에 램프에 갇혀버리더군. 내가 갇힌 램프가 골동품인 줄 알고 산 사람이 한국인이었고 그 덕에 여기까지 왔지.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램프의 요정이고 뭐고 다 무효였어. 빈털터리로 한국에서 지내면서 먹고살 궁리를 하다가 아파트 재개발 지역으로 들어왔지. 거기서 재개발 딱지를 위조해서 장난을 좀 치고 주민들 현혹시켜서 재개발조합을 주도했더니 내 몫으로 아파트도 생기고 돈도 생기더군. 그래. 지니가 아파트 투기는 어떻게 하는 건지 좀 알려주던가?" 지니가 얼굴을 찌푸렸다. 자파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었다. "후후. 하지만 말이야. 알라딘. 다 부질없는 일이야." 알라딘이 물었다. "왜 부질없어? 아파트로 돈을 많이 벌면 편하게 살고 좋지 않나?" 자파는 전망대 아래로 펼쳐진 아파트 숲을 내려다봤다. "알라딘, 내가 아파트 여러 채로 돈을 벌고 나니 말이야. 그때 비로소 집이 없어서 힘들게 사는 가난한 이들이 눈에 들어오더군. 저렇게 쉬운 아파트 투기도 못할 정도로 자산이 없는 이들을 보면서 세상이 이렇게 흘러가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때마침 한국 정부가 나 같은 생각을 했는지 아파트 투기를 금지하기 시작했다네. 집은 살기 위한 곳이지 사고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게 정부의 철학이었어. 그래서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진 사람들에게 비싼 세금을 물렸어. 아파트를 무주택자들에게 팔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지. 또 서울 주변에 아파트 단지를 곳곳에 조성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정책인가." 스스로의 말에 도취된 자파 곁에 있던 지니는 코웃음을 쳤다. "알라딘, 자파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돼. 겉과 속이 다르니까. 그 정책의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들어봐. 중산층이 멘붕에 빠졌어. 임대 아파트를 분양 받을 정도로 가난하지 않지만 아직 자가는 보유하지 못한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마음이 급해졌지. 아파트 값, 전세 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데 정신줄 놓고 있다가는 길바닥에 나앉게 된 거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겠어. 웃돈을 더 얹어서라도 아파트를 사야겠지. 그런데 정부가 아파트 구입을 위한 대출을 막아버렸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어진 거야. 지금 한국에선 중산층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어." 자파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그럼 지니. 사람들이 마약 같은 투기를 하고 있으면 정부가 그걸 막아야지 보고만 있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국민 건강을 좀먹고 있는데 정부가 담배를 금지해야 하지 않겠나? 다 같이 잘 살려면 어느 정도 제한은 둬야지." 지니가 반박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어느 정도여야지. 국민 대부분이 담배를 피우고, 담배 잘 피우는 사람이 영웅이 돼있는 사회인데 담배를 불법화하면 폭동이 일어나지 않겠나? 인간은 편하게 먹고살려는 욕망을 갖고 있게 마련인데 욕망을 부정하려는 게 제대로 된 일인가?" 듣고 있던 알라딘이 못 참겠다는 듯 떨쳐 일어섰다. "그래. 자파. 한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지향하고 있어. 나도 이런 한국에서 시장 논리에 따라서 부자가 돼보겠어. 왜 당신만 명품을 입고 나는 못 입게 하려는 거야. 못된 심보 같으니라고." 알라딘은 자파를 외면한 채 지니와 함께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왔다. 지니는 알라딘을 서울 강남 구석에 있는 한 아파트로 데리고 갔다. 알라딘은 이미 몸이 달아있었다. 어디든 빨리 아파트를 사서 돈을 굴리고 싶었다. "지니, 어디야 어디? 어디 사놓을 아파트 없어?" 알라딘의 눈이 붉게 충혈돼 있었다.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알라딘은 숨까지 헐떡이기 시작했다. 지니가 웃으며 말했다. "저기 저 아파트 꼭대기 층이 내가 사놓았던 것이긴 한데 저기 한 번 사 볼래?" 알라딘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래. 내가 페르시아에서 위자료로 받은 돈이 여기 있어. 이걸로 값을 치르지. 하루에 몇 억씩 뛴다는데 한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지." 지니가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워워. 친구. 성격 급하기는. 알았어. 안 그래도 내가 부동산 중개인을 미리 불러놨어. 서류까지 다 준비해놨어. 사장님, 여기입니다. 여기 이 친구 계약하겠다고 하네요. 서류 여기 깔아주세요." 어느 새 곁으로 다가온 부동산 중개업자가 매매 계약서 등을 책상 위에 깔았다. 알라딘은 서류가 책상 위에 놓이기 바쁘게 서명을 마쳤다. 


알라딘이 서명을 마치고 입금까지 마무리하자 지니가 툭툭 털고 일어섰다. "자, 이제 나는 가네. 우리 더 이상 만날 일은 없겠지." 알라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아파트 소개해줘야지. 자네 설마 사기를 친 건가?" 지니가 교활한 웃음을 지었다. "설마 나를 램프에서 꺼내준 은인에게 사기를 쳤겠나? 그저 좀 낡았지만 비싼 램프 하나 마련해 준 거지." 알라딘이 울상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놈아. 난 이제 수중에 동전 한 개도 없다고." 지니가 비웃었다. "이미 아까 내가 다 설명하지 않았나. 한국에서 아파트로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수도에서 녹물이 나오고 윗집 방귀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층간소음이 있긴 하지만 저기서 버티다보면 재개발도 되고 또 비싸게 사려는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어. 비싸게 팔아서 대출금을 갚고 나서 남은 돈에 대출을 붙여서 더 비싼 아파트를 사라고. 내가 자네를 등쳐먹은 것처럼 이런 식으로…" 지니가 말실수를 했다는 듯 겸연쩍어 했다. 알라딘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 "램프에서 꺼내준 나를 이 허름한 램프에 가두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은혜를 원수로 갚은 이 나쁜 놈아." 지니가 매정하게 돌아서며 말했다. "알라딘, 시간이 흘러 아주 나중에는 나한테 고마워하게 될 거야. 이렇게 아파트 투기의 세계로 자신을 몰아붙인 나한테 말이야. 하하. 알라딘, 부디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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