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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괜찮지 않아도 되는 나날들.

과거 6 _ 조금씩 나를 돌보는 법. 어화둥둥 나 자신아. 괜찮아~

by 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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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약에 도움을 받으며 살아내고 있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내 이야기조차 남 이야기처럼 생활하기 시작했다.


장단점이 확실했지만, 나는 장점이 컸다.

제삼자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법을 알게 되었다.

안 좋은 건 쉽지 않았지만, 생각을 치우려고 노력했고,

좋은 건 불안해도 그냥 최대한 그 상황을 보내려고 했다.


그럼에도 한 번씩 고비는 찾아온다.


스스로 가두는 것.

빠져나갈 쥐구멍조차 없게

다 막아놔 버리고 극한으로 밀어내버리는

그런 고비들.


그러면

도망도 한번 갔다가, 널어놓은 빨래처럼 늘어져 있기도 하다가,

집에서 창밖을 구경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커튼을 쳐놓고 단절도 했다가.


깊게 푹- 빠졌다가도, 허우적거리면서 간신히 올라왔고

그렇게 많이 자주 왔다 갔다 했다.


잘 버티고 있다고.

넘어졌지만,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안도 주려 하고,

그렇게 내 안의 나를 달래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나를 키운다고 생각하면 더 사랑해 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 자신을 ‘아이’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밥까지 먹어?'라고, 생각했었던 시간들은

‘그래 밥을 잘 챙겨 먹고 그래야 건강해지지. 억지로라도 먹자’ 이러면서

살살 나를 달래 가며 밥을 먹었고,

더 괜찮은 날에는, 내가 좋아했던 걸 기억해 내는 일.

남에게 못 들었던 ‘그럴 수 있다’등. 내가 아는 모든 위로를 해주기 시작했다.


싫은 날에는,

'너 자꾸 그러면 안 키워준다?' 협박도 하면서.

혼자 속으로 생쇼를 했다.


근데 그게 나름 또 위로가 됐나 보다.

내가 필요한 게 이거였나 보다.


나를 위해 작지만, 조금이라도 긍정의 반응이.

그게 나를 조금이나마 일깨워준 시작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실수를 저질렀다.

나아지는 틈이 보이니, 바로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Q. '나'를 위한 칭찬을 스스로에게 해준 적이 있나요?

지금 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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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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