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10대의 식탁 위 풍경을 바꾸고 있다는 이야기
밥상 앞에서 아이가 숟가락보다 먼저 드는 게 폰이다.
어제도 그랬다.
국이 식는 줄도 모르고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밥 먹을 땐 좀 내려놓으라"라고 했더니, 숟가락을 두 번 뜨고는 다시 화면으로 돌아갔다.
그게 배가 안 고파서인 줄 알았다.
그런데 밤 열한 시쯤 부엌에서 소리가 난다.
과자 봉지 뜯는 소리. 밥은 제대로 안 먹고, 자기 전에 혼자 뭔가를 먹는다.
그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최근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13개국, 5만 2천 명 넘는 데이터를 분석했다.
평균 나이 열일곱 살. 스마트폰을 오래 쓸수록 먹는 습관이 달라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거식증이나 폭식증 같은 진단명은 아니다.
감정이 힘들 때 음식으로 풀려는 습관.
먹다가 멈추지 못하는 느낌.
음식에 자꾸 손이 가는 것. 그런 것들이다.
하루 일곱 시간 넘게 폰을 쓰는 아이들에게서 이 경향이 뚜렷했다.
자기 몸이 마음에 안 든다고 느끼는 비율도 높았다.
연구팀이 지적한 건 폰 자체가 아니다.
폰 안에서 끊임없이 흘러가는 이미지들.
잘 만들어진 얼굴, 잘 다듬어진 몸, 잘 차려진 식탁.
열일곱 살은 남을 보면서 나를 만들어가는 나이다.
그 '남'이 필터 씌운 화면 속 사람이면, 기준이 처음부터 어긋난다.
나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건강식 사진을 보면서 우리 집 반찬이 초라해 보인 적이 있다.
어른인 내가 그런데, 아이들은 어떨까.
연구팀의 요한나 킬러 연구원은 말했다.
청소년기는 타인을 관찰하며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라고.
스마트폰이 그 관찰을 쉽게 해 주지만, 이상화된 이미지에 계속 노출되면 자기 외모를 그 기준에 맞춰 평가하게 된다고.
이건 중독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이른 단계라고 한다.
심리적으로 폰에 기대는 상태, 그 정도로 본다.
하지만 먹는 습관과 몸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건 이미 보이는 변화다.
아이한테 "폰 좀 그만 봐라" 하는 말이 늘었다.
그런데 그 말로는 부족한 것 같다.
오늘 저녁은 폰 없이 같이 앉아보려 한다.
국이 식기 전에 한 그릇 비우는 것.
거창한 게 아니라 그 정도면 된다.
혹시 자녀의 식습관이 걱정되거나 먹는 행동에 변화가 보인다면, 소아청소년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