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는데 자꾸 폰을 본다

스마트폰이 10대의 식탁 위 풍경을 바꾸고 있다는 이야기

by 전의혁

밥상 앞에서 아이가 숟가락보다 먼저 드는 게 폰이다.


어제도 그랬다.

국이 식는 줄도 모르고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밥 먹을 땐 좀 내려놓으라"라고 했더니, 숟가락을 두 번 뜨고는 다시 화면으로 돌아갔다.


그게 배가 안 고파서인 줄 알았다.


그런데 밤 열한 시쯤 부엌에서 소리가 난다.

과자 봉지 뜯는 소리. 밥은 제대로 안 먹고, 자기 전에 혼자 뭔가를 먹는다.

그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260325 _ 스마트폰 7시간 이상 쓰는 10대, 섭식 장애 위험 높아진다 _ 2.png


최근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13개국, 5만 2천 명 넘는 데이터를 분석했다.

평균 나이 열일곱 살. 스마트폰을 오래 쓸수록 먹는 습관이 달라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거식증이나 폭식증 같은 진단명은 아니다.

감정이 힘들 때 음식으로 풀려는 습관.

먹다가 멈추지 못하는 느낌.

음식에 자꾸 손이 가는 것. 그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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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곱 시간 넘게 폰을 쓰는 아이들에게서 이 경향이 뚜렷했다.

자기 몸이 마음에 안 든다고 느끼는 비율도 높았다.


연구팀이 지적한 건 폰 자체가 아니다.

폰 안에서 끊임없이 흘러가는 이미지들.

잘 만들어진 얼굴, 잘 다듬어진 몸, 잘 차려진 식탁.

열일곱 살은 남을 보면서 나를 만들어가는 나이다.

그 '남'이 필터 씌운 화면 속 사람이면, 기준이 처음부터 어긋난다.


나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건강식 사진을 보면서 우리 집 반찬이 초라해 보인 적이 있다.

어른인 내가 그런데, 아이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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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의 요한나 킬러 연구원은 말했다.

청소년기는 타인을 관찰하며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라고.

스마트폰이 그 관찰을 쉽게 해 주지만, 이상화된 이미지에 계속 노출되면 자기 외모를 그 기준에 맞춰 평가하게 된다고.


이건 중독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이른 단계라고 한다.

심리적으로 폰에 기대는 상태, 그 정도로 본다.

하지만 먹는 습관과 몸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건 이미 보이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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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한테 "폰 좀 그만 봐라" 하는 말이 늘었다.

그런데 그 말로는 부족한 것 같다.


오늘 저녁은 폰 없이 같이 앉아보려 한다.

국이 식기 전에 한 그릇 비우는 것.

거창한 게 아니라 그 정도면 된다.


혹시 자녀의 식습관이 걱정되거나 먹는 행동에 변화가 보인다면, 소아청소년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출처]

Keeler J, Conde Ludtke L, Yang Q, Raschke Rameh V, Ward R, Treasure J, Carter B. Associations of Problematic Smartphone Use and Smartphone Screen Time With Eating Disorder Psychopathology in Non-Clinical Samples: A Systematic Review. JMIR Ment Health. 2026 Mar 9;13:e88572. doi: 10.2196/88572. PMID: 41813322; PMCID: PMC12980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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