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난 뒤, 아빠의 밤

아빠의 우울은 첫돌 무렵에 찾아온다

by 전의혁

새벽 세 시에 분유를 타고 있었다.


젖병을 흔드는 손이 멍하고, 거실 불빛이 유난히 노랗다.

아이는 운다.

아내는 겨우 잠들었다.

이 시간에 깨어 있는 건 나뿐이다.


그 순간 드는 생각이 있다.

나는 왜 이렇게 축 처져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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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아니었다.

분만실에서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 두 팔이 떨렸다.

한 달쯤은 모든 게 새롭고 반짝거렸다.

기저귀를 갈면서도 웃었고, 사진을 하루에 스무 장씩 찍었다.


그 기분이 언제부터 사라졌는지 잘 모르겠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110만 명의 아버지를 18년 동안 추적한 연구가 있다.

3월 23일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 Network Open)》에 실렸다.

배우자가 임신 중일 때, 그리고 출산 직후 몇 달 동안은 아버지의 정신질환 진단율이 평소보다 5배 이상 낮았다.

기대와 설렘이 일종의 방패가 된다.


그런데 그 방패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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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첫 번째 생일이 다가올수록 아버지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단이 30% 늘어났다.

수석 연구자 동하오 루 교수는 "우울증이 지연되어 나타난다는 점이 예상 밖이었다"라고 했다.


새벽에 분유를 타는 그 시간, 수면은 쪼개지고, 아내와 나누는 대화는 줄고, '잘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심은 늘어난다.

그 변화가 한꺼번에 쌓인다.


문제는 아빠에게 이걸 물어보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뉴욕 노스웰 헬스의 카티야 문 박사가 숫자를 짚었다.

임신 기간과 출산 후 1년을 합치면 산모는 의사를 6~8회 만난다.

아이는 소아과를 6번 이상 간다.

아빠는 주치의를 한 번 볼까 말 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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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정신건강을 묻는 선별검사는 거의 없다.


나도 그랬다.

아이 돌잔치 준비를 하면서 장소를 알아보고, 떡을 주문하고, 돌잡이 용품을 택배로 받았다.

그런데 밤마다 가슴이 무거웠다.

말할 데가 없었다.

"아빠가 무슨 우울증이야"라는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이 연구는 병원에서 정식 진단을 받은 경우만 집계했다.

병원에 가지 않은 아버지는 빠져 있다.

실제 숫자는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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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새벽에 혼자 깨어 있는 아빠가 있다면.

축 처진 기분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면.

그건 나약한 게 아니라, 이 시기가 원래 그런 거다.


가까운 사람에게 한마디 꺼내보는 것.

아빠 모임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한 번 검색해 보는 것.

작은 행동 하나가 시작이다.


현재 정신건강 관련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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