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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망구 Jan 03. 2022

창업 준비물

호망구의 창업스토리_2


퇴사를 결심하다


창업 준비물이라고 해서 클릭했더니, 퇴사를 결심했다고? 뭔가 속은 느낌이 들었다면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실제로 창업에 필요한 [자금, 인력구성, 아이템 선정 및 계획 등]에 대해서는 차차 연재할 예정이다. 창업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창업 이전에 퇴사가 맞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창업을 결심했는지 묻곤 한다. '나도 지금 다니는 직장을 뛰쳐나와 사업을 하고 싶어. 나를 설득해 줄래?'라는 마음이 가끔 느껴질 때도 있다.


어느 새 스타트업 씬에서 짬바이브(?)가 조금씩 쌓이다 보니 - 다양한 스타트업 대표들과 함께 소통을 하는데, 창업을 하게 되는 계기는 여러가지가 있다. 지금 당장 준비해서 런칭해야 할 만큼 괜찮은 아이템을 발견(막상 해보니 혼자만의 생각이었다)했거나, 나의 능력에 비해 직장은 좁은 우물처럼 느껴지거나(퇴사해 보니 기존 월급만큼 벌기도 힘들다), 떼돈을 벌겠다고 창업을 결심하는 경우(떼돈을 빚질수도 있다)도 있다.


어떤 이유이든지 간에, 창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중요한 이유는 '퇴사'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일단 퇴사를 해야 창업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첫 사회생활을 사업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최소한의 사회생활 경험 + 자본을 모아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논외로 하겠다.


나의 경우에는 퇴사를 결정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퇴사라는 것은,


1) 꼬박꼬박 받아오던 월급이 끊긴다는 의미이고

2) 직장생활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했던 소비를 하지 못한다는 것과

3) 월급에 맞춰진 모든 금융상품 납입(저축)을 중단해야 하고

4) 커리어의 단절을 의미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왜 창업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왜 창업을 하는가?


첫 번째, 평생 직장은 없다.

내가 전문직이 아닌 이상, 100세까지 살 지도 모르는(?) 내 삶의 중간지점(50세 전후)에서 직장을 잃을 지도 모른다. 심지어 전문직 또한 트랜드가 급격하게 변화하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내가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주체적인 삶을 원한다.

나는 꽤 주체적으로 삶을 이끌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직장을 다니다 보니 - 어느새 '시키는 일'만 처리하면 해맑게 노는데 집중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젊음을 유의미하게 쓰고 싶었다. 또한 현장에서 느낀 부분을 회사 정책에 반영할 때, 나름 깊이 연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의견을 관철시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의사결정권의 부재로 인해 내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일을 해야만 할 때. 마음이 참 힘들었던 것 같다.


세 번째, 희망이 있는 삶을 원한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일을 하고 싶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열심히 뛰는 만큼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다. 직장인일 땐 열심히 뛰는 만큼 보상을 요구하기가 참 어려웠다(물론 안정감은 있지만). 사업이란 것은 움직이지 않는다면 보상을 주지 않거나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야생으로 가야하는 길이지만, 내가 노력하는 정도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스스로 열심히 뛸 것 같았다.


네 번째, 나의 생존권을 타인에게 양도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주도권을 가져갈 수 없는 환경, 언젠가 내 머리 위의 누군가가 내 생존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건 너무나도 두려운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직장생활보다 사업이 더 안정된 길이라 느껴졌다.


다섯 번째, 나는 돈보다 시간이었다.

돈을 많이 벌더라도 시간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내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써보지도 못하고 직장의 노예가 될 것이 뻔했다. 물론 사업을 하면 더 바빠진다고는 하지만, 내가 주체적으로 시간 계획을 잡고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을 정리해 보니 나름 그럴싸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위의 이유만으론 선뜻 사직서를 내기 쉽지 않았다.



나는 창업이 아닌 이직을 했다


창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던 시절, 나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아이템이 하나도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모아둔 자금이 바닥난다면? 팀원은 어떻게 구하지? 복잡한 생각이 얽히고 얽혀 풀릴 기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로 창업을 도전하지 않고 직장에 묶여 있기엔 내 자신이 감내해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어떻게 해야 퇴사를 할 수 있을까?

창업가, 또는 사업가라는 '직업'을 선택하자

창업하는 사람, 사업하는 사람. 분야가 아닌 직업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고, 운영하는 직업. 그리고 사람. 이직한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다.


내가 창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 준비과정이나 성과를 내는 과정이 부담스럽게만 다가왔는데, 창업가라고 생각하니 마인드가 조금씩 바뀌는 게 느껴졌다.


나는 창업가를 어떤 모습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 창업가는 당장 가난해도 꿈을 바라보고 뛸 수 있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야.
- 창업가는 기획, 재무, 인사, 회계 등 다방면에서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야.
- 창업가는 자신이 만들어 낸 서비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야.
- 정말 운이 좋다면 돈도 많이 버는 사람이고


지금 생각해 보면 창업을 하기 위해 간절했던 것 같다(웃음). 이런 생각까지 하며 결국 사직서를 냈으니. 지난 일기장에 정리해 둔 글을 회고하면서, 다시 한 번 화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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