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털장갑

- 마음 풍경 -

by 산들바람

손이 늘 시리다.

두 손을 비비고 입김을 호호 불어도,

얼어붙은 손 끝은 감각도 없어진다.

추운 겨울,

어머니는 대나무를 가늘게 잘라 바늘을 만들고

헌 털실로 벙어리장갑을 떠서

내 손에 끼워주셨는데,

어찌하다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털장갑을 선물 받았다.

내 손을 꼬옥 잡아주고,

내 손을 꼬옥 감싸주는,

노르딕 패턴의 회색 장갑.


포근한 털실의 장갑 안에

다섯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두 손을 쫘악 펴본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털장갑이 말을 한다.

장갑 안에 담겨있는 온기로

차갑게 얼어붙은 날에도,

너의 두 손을 맞잡고 함께 할 거야.


진주성을 걷던 추운 겨울날,

아버지의 손을 잡고 가다가,

아버지의 손이 너무 차가워,

내 손에 끼고 있던

회색 노르딕 장갑을 벗어서

아버지 손에 끼워드리면서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장미꽃 넝쿨 우거진 그런집을 지어요.

메아리 소리 해맑은 오솔길 따라

산새들 노래 즐거운 옹달샘터에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포근한 사랑 엮어갈 그런 집을 지어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