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어도 결국 내 입맛에 따라가기 마련이다.
동료와 있을 때, 연인과 있을 때, 가족과 있을 때, 친구와 있을 때, 낯선 이들과 있을 때 등 그 속에서 나오는 모든 나의 모습은 결국 내 입맛에 맞춰진 다 나의 모습이다. 그게 나가 아니라고 할 순 없다. 한강 소설 '그대의 차가운 손'을 잘 읽다 보면 껍데기, 가면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결국 삶의 껍데기란 내가 만든 사회적 가면이다. 나 자신을 거짓된 모습으로 만든 허위, 허상이라기보다 실제 수많은 다양한 내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중적이지 않지만 급변하는 사회 속 나를 드러내기 위한 다양한 내 존재가 그렇게 비친다고 본다.
가끔 머리를 감으며 입맛에 맞지 않았던 모습이 계속 떠오를 때가 있다. 왜 그 순간에 그 말을 내뱉지 못했지? 한 프로그램에서 오은영 박사가 내뱉은 말을 떠올려 봤다. 타인이 무례한 말을 하거나, 내가 듣고 의아한 말을 했을 때 그 대화의 끝맺음은 내가 맺어야 한다고. 순간적으로 타인의 무례함에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나의 본모습이 나오지 못할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화는 나의 말로 끝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래야 결국 내 입맛에 맞는 나의 모습이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비치는 나의 모습은 어땠을까? 내 입맛대로 나온 내 모습을 나는 마음에 들어 했나? 종종 생각해 본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다이어리를 쓰며 내가 각 상황마다 처해져서 타인을 대했을 때의 내 모습을 생각해 본다. 내 입맛에 맞는 모습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