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치니 다 해주네!

by 글서

서비스 시장이 변화하면서 고객의 힘_Power도 변화된다. case 1에서 살 펴보았듯이 가내수공업 시절에는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힘이 더 컸다. 소비자는 생산자의 마음에 들어야 제품을 더 빨리 그리고 더 좋은 제품을 더 많이 제공받을 수 있었다. 이 시기의 소비자는 힘이 거의 없었다. 산업 혁명 이후, 대량생산과 대량유통 체제가 되며 고객에게 제품의 선택권이 생긴다. 더 좋은 제품을 제공받을 권리에 따른 소비자보호제도의 강화와 기업의 고객만족경영 등 외부 시장 상황과 맞물려 소비자의 지위는 향상 되었다.


이 시기의 기업과 고객과의 관계를 학습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불만 고객은 기업의 경영전략인 고객관계관리_CRM의 고객 세분화와 금전적 인 보상에 의해 학습되며 성장한다. 학습심리학이란, 훈련이나 경험의 결 과로 일어나는 지속적인 행동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심리학의 한 분야이 다. 이반 파블로프_Ivan Pavlov의 개 실험은 학습심리학의 토대가 된 이야 기로 유명하다. 개에게 음식을 제공할 때마다 먼저 종소리를 울리고 음식 을 제공했더니, 나중에는 종소리만 울려도 음식이 나오는 줄 알고 개가 침을 흘리도록 학습되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개의 침은 ‘강화’이다. ‘강화’란 어떤 행동에 따른 결과를 제공하는 절차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37 인 것과 관계없이 행동의 반응이나 빈도, 강도를 유발하고 증가시키는 자 극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자주 노출되면 그것이 학습되면서 그에 따른 행동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때 제시되는 자극은 강화물_reinforcer이며 일반적으로 강화물은 보상적인 자극을 의미한다.


학습심리학을 불만고객에 적용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990년대 이 후 기업의 경영전략인 CRM의 핵심은 고객만족이다. 이에 ‘고객불만=기 업 이미지 훼손’이라는 공식이 나오고 기업은 고객불만을 잠식시키고자 CRM 경영전략의 한 가지인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한다. 다시 말해, 기업 은 불만고객에게 강화물로 ‘금전적인 보상’을 주며 학습시킨 것이다. ‘강 화’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계없이 노출 횟수에 따라 학습된다. 불만 고객은 자신들의 행동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를 판단하지 않고 기업 의 ‘금전적인 보상’에 학습된다. 학습된 고객들은 불만 사항이 발생하면 ‘이건 내가 불편했으니까 당연히 보상해주어야지!’라며 ‘금전적인 보상’ 을 기대하게 되었다.


불만고객을 학습시킨 또 다른 하나는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에게 매뉴얼에 따라 보상 등급이 있어 그 안의 범위에서 제공한 것이 아니라 더 화를 내 고, 더 심하게 욕설을 하거나, 더 강력한 폭력을 사용하는 등 부적절한 불 만 행동이 심한 고객에게 더 많은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 었다. 이것이 물론 기업의 비공식적인 활동이었다 할지라도 상습적인 블 랙컨슈머를 학습시키기엔 충분했다.


불만고객이 처음에 ‘금전적인 보상’을 받았을 때는 ‘이걸 왜 주는 거 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ABC 텔레콤 에피소드의 불만고 객은 이전에 유사한 사례를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러다 보상을 받게 되자, ‘아~ 이런 것으로도 돈이 되는구나!’로 사고가 전환된다. 이 고객은 이후 다른 회사에서 마케 팅 전화가 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더 심하게, 더 지능적으로, 더 집요하 게 그리고 더 큰 금액을 요구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강화의 효과다.


휴대폰 시장을 예로 들겠다. 고객이 A 기업의 휴대폰을 구입해서 사용 하다가 다시 구매기회가 왔을 때 B 기업의 휴대폰을 선택한다. A 기업 입 장에서는 고객 한 명이 이탈한 것이다. 하지만 B 기업으로 이동하기 전 고 객에게 일정의 사은품을 제공하고 A 기업을 계속 사용하도록 권한다고 가정하자. 사은품 비용이 B 기업에서 고객을 다시 데려오는 비용보다 훨 씬 저렴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동안 해지방어 전략에 많은 사은품이 제 공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과열경쟁이 되며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 오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지가 있기도 했다.


CRM의 또 다른 경영전략인 ‘고객 세분화’도 마찬가지이다. 기업 간 경 쟁이 과열되면서 많은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장기적인 고객관계 를 구축하는 것을 택한다_McKenna, 1991. 장기고객으로 관계를 구축한다 는 것은 기업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입하도록 고객을 가둬두는 것과 같 은 의미이다. 이와 같이 고객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기업은 왜 비용을 사 용했을까? 반대로 생각하면 쉽다. 다양한 연구에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 39 는 데 드는 비용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3배가 많다고 한다.


기업은 실제로 고객이 가져다주는 이윤보다 더 높은 등급을 책정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실제 VIP 고객을 매출 상위 5%로 정했다고 가정하 자. 하지만 기업은 고객충성도를 고려해 매출 상위 10%까지 VIP 고객으 로 명명한다. 실제로는 VIP 고객은 아니지만 고객을 기업에 붙잡아 두기 위해 VIP 고객의 명패를 달아주는 것이다. 이 시기에 국내 기업은 기존 고 객의 이탈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VIP’의 명패를 사용하기도 했다. ‘VIP’의 의미는 ‘Very Important Person’으로 ‘당신은 우리 기업의 매우 소중한 고 객입니다’라는 의미이다. 이것도 평생 고객과 마찬가지로 VIP 고객을 확 장함으로써 드는 추가적인 비용보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드는 비용 이 더 많으므로 선택한 방법이다. Zeithaml and Bitner_1998는 기업과 고객 의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통해 기존 고객의 구매가 증가하며, 기존 고객 을 유지하기 위한 기업의 비용이 감소하고, 단골의 긍정적인 구전 효과가 발생하며, 마지막으로 고객 생애 가치의 증대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기업의 경영방식은 고객의 충성도를 어느 정도 높였는지는 모르 겠지만 더 많은 고객에게 VIP 고객의 특권을 쥐여준 결과를 낳았다. 결과 적으로는 고객이 ‘내가 기업에 이 정도의 이윤을 제공했구나!’라고 인지 하는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인 것이다. VIP 고객의 가장 흔한 불만표현은 ‘내가 너희 기업에 얼마를 썼는데….’이다. 실제로는 ‘VVIP 고객’ 등급의 고 객에게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VIP 고객’도 기업에 그 정도의 이윤을 제공 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VIP 고객의 불만은 일반적인 불만 유형과 다 른 양상을 띤다. ‘나는 특별한 고객이니 특별히 처리해달라.’라는 요청이 보통이다.


결국 CRM_고객관계관리의 기업전략인 반복적인 ‘금전적인 보상’과 ‘고객 세분화’로 고객을 학습시키고 신분을 상승시킴으로써 고객불만의 목소 리가 커지게 된다. 이즈음 반복적인 금전적인 보상으로 ‘블랙컨슈머’의 성장이 시작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