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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leStree Oct 09. 2020

같이 산다는 것은..

지금 현재 나는 여자 친구와 동거 중이다. 


가끔씩 결혼 얘기도 하고 아기 얘기도 하고 하루하루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고 있다. 


같이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서로 다른 인생을 30년 넘게 살아와서 이제 와서 같이 산다니 서로 포기해야 하는 것도 너무 많고 집에 와서 하고 싶은 게임도 영화 보는 것도 같이하는 것으로 대체하거나 못한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그거에 비해서 좋은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1. 집에 와도 반겨줄 사람이 있다. 

혼자 생활했던 시간이 길었던 나로서는 집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싸웠든 안 싸웠든 집에 누군가가 있는 게 너무 좋다. 


2.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 

남자들은 대체로 호구들이다. 길거리에서 휴대폰을 사더라도 말에 현혹되고 화장품을 사더라도 종업원에 현혹되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지내는 것으로 그런 호갱 당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 살 때마다 사도 되는지 물어보곤 하는데 처음엔 내 돈으로 내가 사는 내 돈 내산인데 왜 그래야 하지 하다가 이제 합리적인걸 알아서 오히려 더 많이 물어보게 된다. 


3. 밖에 나가서 놀지 않는다. 

그냥 안 나간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이건 해봐야 안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그랬는데 좋다 지금은. 여자 친구가 영화 속 남자 친구를 바란 게 아니라, 그냥 사는 대로 서로서로 배려하고 하지 말라는 거 하지 말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고 일 끝나고 와서 고생했다. 좋은 일은 뭐 있었는지 묻고 그렇게 일상적인 대화만으로 밥상의 반찬이 바뀐다. 그냥 처음에는 되게 어리숙하고 못했다. 무엇을 바라는지도 몰랐고 그냥 맨날 싸우기 바쁘고... 알고 나니 편하다 집이 좋다 그냥. 벗어둔 양말 제자리 두고, 일어난 이부자리 잘 정리하고 인형이 이쁘게 나와야 하고 밥 먹기 전에 사진 찍고 노트북 한자리 안 한 것처럼 만들고... 이외에도 사소하지만 생활 습관이 된 일들이 많다. 귀찮기는커녕 내가 한 행동을 본 여자 친구가 좋아할 생각에 더더욱 여자 친구가 좋아하는 일들을 더 많이 하게 된다. 


4. 옷을 잘 입게 된다. 

난 키도 175 정도이고 몸도 운동을 하고 살이 찐 거라 덩치가 좀 크다. 그래서 옷을 코디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나에게 어울리는 색상을 아직도 잘 모를뿐더러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전부 다 하고 있었다. 젖꼭지가 그냥 보인다던지, 꽉 끼이는 바지를 입는다던지.... 내가 젖꼭지가 보이는 옷을 입고 나갈 때면 여자 친구는 그럼 나도 속옷 안 입을래 하며 내 발길을 막아선다. 이것만으로 사람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안 함으로써 벌써 옷을 잘 입고 다니는구나 하는 인식을 받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옷을 살 때 나에게는 파란 계열 색상이 잘 어울린다고 하여 그 색을 위주로 사는 편이다. 


5. 음식을 이쁘게 먹게 된다. 

어릴 적부터 배운 사실이라 같이 먹는 상대가 밥을 다 먹기 전까지 수저를 놓지 않는 게 습관이 되어있다. 그래서 식사를 할 때 행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밥을 먹을 때까지 수저를 놓지 않는 건 물론이고, 젓가락질하는 법, 밥을 남기는지 안 남기는지, 등등 내가 상대방을 관찰할 때 보는 행동들이 있는데 여자 친구는 그 모든 것이 일상이 되어있다. 거기다 음식을 먹기 전에는 항상 이쁘게 플레이팅을 한다. 이 습관 덕분에 도시락 집을 운영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가 급작스럽게 생각했을 땐 나에게 좋은 점이지만 여자 친구가 좋아할 만한 행동들을 적어 보았다. 이렇게 적고 보니 5개로는 택도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정말 많이 좋아하고 아끼고 있는 거 같다. 정말 여자친구를 위하는 마음에 자궁경부암 주사도 맞고, 항상 손씻고 누가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여자친구를 위한 일을 하는게 좋다. 


다음번엔 나랑 같이 살면 어떤 점이 좋은지 한번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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