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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leStree Oct 09. 2020

서울 상경 1년 하고도.. 3개월 차

간호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주 생업이었던 수영강사는 아르바이트로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급하게 돈이 많이 필요하게 되어 서울에 있는 수영장에 방학만 일을 하고 싶어서 아는 사람을 통해 서울 수영장에 정직원으로 취직하였다. 


지방에서만 살던 촌놈이 '강남'이라는 화려한 동네에 와서 멋지게 한번 돈 벌어 봐야지 하는 부푼 꿈을 안고 상경을 하고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굵직굵직하게 일어난 일들을 한번 써보려 한다. 


난 애초에 사람을 잘 믿는다. 사람 좋다는 소리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정말 싫어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수영강사'를 함에 있어서 사람 좋다는 평은 나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처음에 일 시작할 때  회원님들이 많이 좋아해 주셔서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돈을 많이 많이 잘 벌었다. 빚도 갚고 모으기도 모으고 연예인도 보고 회장님도 보고 그렇게 나에 경험이 쌓여가는 찰나에 2020년 2월 23일에 코로나로 인해 센터가 문을 닫게 된다. 


그 문을 닫고 나서 도시락 가게에 투자를 하게 되면서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요리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새벽 6시에 출근하여 장을 보고 자정까지 일을 하는 생활을 반복하였다. 


힘든 일정이기에 피곤에 찌들어도 손님들을 대할 때는 항상 웃으며 대했고 요리 서빙 요리 서빙을 반복하며 바쁘지만 즐겁게 보냈다. 


그 결과 8평 남짓 5개 테이블이 있는 조그만 가게에서 눈코 뜰 새 없이 요리만 주구장창 해야 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거기다 저녁에 간단한 술 메뉴까지 추가하여 하루 100만 원 정도를 파는 가게로 변모할 수 있었다. 식자재는 계속 가락시장에 가서 직접 사 와서 배달해 쓰는 것이 비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현재는 그만둔 상태이고 그 이유는 그냥 돈이다. 가게가 안되서도 아니고 그냥 돈이다. 


위의 경험만 보면 수영장에서도 승승장구했고, 도시락 가게도 열심히 해서 잘된 것처럼 보이지만 12월부터 지금 까지 급여를 하나도 받지 못했다. 카드 대금은 밀려서 신용등급이 9등급까지 하락했고, 동생 도와준다고 받은 대출금은 현재 채무 업자에게 넘어간 상태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일하던 도중에 사장님이 돈이 없다고 해서 내 신용카드를 빌려주고, 현금을 빌려주고 그 돈만 2천만 원가량이 되고 그 이전에 일했던 수영장에서도 2천만 원가량 못 받은 금액이 있어 현재는 받을 돈은 있지만 내 돈은 하나도 없는 상태이다. 


사람이 좋아서 그 사장님 말을 믿은 채로 계속 기다리는 나를 여자 친구가 보니 열불을 내고 내가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짜증을 낸다. 다른 사람에게 마냥 사람 좋은 사람인데 여자 친구가 보기에는 호구로 보이나 보다. 


그래서 이제는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중이다.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이 될 수도 있고 민사소송으로 진행할 수도 있어서 변호사를 통해서 일을 진행하려고 한다. 


돈을 빌려준 상황에서 이미 지난 일인 상황에서 열이 받는 것은 돈을 못 받아서 열이 받는 것도 있겠지만 이전에 이미 소송을 진행하면서 경찰서에서 전화를 걸어 경찰과 같이 약속을 하고 같이 일을 했던 정이 있어서 고소를 취하했는데... 나는 정 때문에 고소를 한 것도 취하를 하고 편의를 봐주고 했는데 그게 호구 짓이라고 판명이 나버려서이다. 사람을 믿었는데 배신을 당하는 기분은 정말 나쁜 것 같다. 


물론 그 사람이 돈이 정말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약속 횟수로만 따져도 10번째이니 이건 그냥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돈이 없이 생활을 하면서 정말 힘들었다. 평소에는 휴대폰 요금 조차 연체되는 것이 너무너무 싫어 한 번도 독촉 전화를 받은 적이 없는데......... 


내가 쓰지도 않은 돈을 갚아라는 독촉 전화를 받으려고 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 


이전에 어른 말씀이 생각난다. 돈을 빌려줄 때는 줄 생각하고 빌려주라고.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빌려줌으로 '을'의 입장이 된다. 돈을 빌려간 사람은 순식간에 '갑'이 되어 버린다. 무슨 이치 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일로 정말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돈을 절대 빌려주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빌려준 돈도 어떻게든 다 받을 작정이다. 


사람 좋은 것은 요즘 말로 바보라고 하는데 그 사장님이 내가 바보라서 접근했던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돈을 빌려 줄 때는 돌려받을 생각 하지 말고 빌려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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