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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pleStree Oct 25. 2020

만 29세, 30살이 감기가 걸리면



2020년 10월 25일 현재 나는 몸이 너무 많이 아프다. 


정확한 병명은 '급성 외이도염' 생전 잔병치레를 한 적이 없는데...... 

최근에 코로나로 문을 닫았던 수영장이 오픈을 하면서 수영 강습 일정이 좀 고단했었던 것 같다. 


이 병의 증상 중에 가장 심한 증상이 입을 벌릴 때마다 귀가 너무 많이 아프다. 그래서 발음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서 수영 회원님들 강습할 때, 여자 친구가 밥을 만들어 줬을 때 많이 당황했었다. 


회원님들 강습할 때는 "지금 외이도염에 걸려서 말을 할 때마다 귀가 아파요...... 원래 발음이 어눌했지만 좀 어눌해도 이해해주세요." 하면서 강습 분위기에 웃음을 만들어 냈고, 


여자 친구가 만들어준 밥을 먹었을 땐 입을 벌리지 못하고 강하게 음식을 씹지 못해서 그 모습을 본 여자 친구가 '턱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아...'라고 했다. 입을 최대로 벌렸을 땐 아이폰 Se하나 아이폰 Xs를 두 개 겹친 정도가 다 벌린 거고, 진미채를 씹을 땐 30살 살면서 가장 아픈 순간을 오늘 견딘 것 같았다. 


30살에 아프게 되니 아프다고 칭얼거리는 것도 못하겠고, 아파서 쉰다고 말도 하지 못하겠다. 책임감 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기도 하고, 30살이나 먹고 징징대는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아파본 게 거의 5년만 이라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병원을 가는 것도 이걸로 가야 하나 싶기도 하고........ 


어릴 적 본 30대 형들은 전혀 '아이'같지 않았는데 나는 30살이지만 아직 '아이'에 머물러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픔을 견디고 견디고 견디다......... 이제야 몸이 괜찮아져서 '구름과자'를 먹는 도중 어린 시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났다. 


어릴 때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서 수영선수 시절 아픈 것을 아프다고 얘기를 코치님께 말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몸이 극도로 추워지고 수영을 도저히 못하겠을 때 성격 좋은 동생들이 "오빠 어디 아파요?, 형 괜찮아요?" 하면... 눈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그제야 코치님께서 "정훈아 어디 아프나?" 하고 물어보시곤 했다. 


그럼 난 너무 서러워서 울음을 터트리며 "너무 춥고... 배고프고...... " 말 끝을 흐리면 그제야 훈련에서 마지막에 몸을 푸는 순간에만 빠지고 얼른 샤워를 하러 가기도 했다. 꼭 아픈 것은 힘든 훈련을 할 때는 괜찮다가 이제 그 훈련이 다 끝나게 되면 컨디션이 극도록 나빠졌던 거 같다. 


이렇게 쑥스러운 에피소드도 있었고,


약간 서운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중학교 때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시골 외곽에 생긴 학원이라 학원생이 많이 없었는데 원장님 께서 '나'를 많이 좋게 봐주해주시곤 하셨다. 


공부하는 운동선수라고 성적도 나쁘지 않다고 그렇게 주변에 많이 얘기를 해주셨다. 


중간고사 2일 정도가 남은 시점에 몸살감기가 매우 심하게 걸렸다.  역시 아픈 것을 제때 얘기하지 못해서 끙끙 앓으며 학원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했는데 2일 전에 학원에서 공부를 하던 도중 몸에 식은땀도 나고 너무 느낌이 좋지 않아서 선생님께 "선생님 도저히 몸이 안 좋아서 못하겠어요." 하던 거만 매기고 가자. 하나만 더 풀고 가자 만하셨고 거기에 식은땀 나고 하면 감기가 좀 괜찮아질 텐데.. 한번 참아 보지 않겠니 하셨다. 


그냥 어릴 때는 해야 하는 거 못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 서운 하기도 하다. 


내 몸 걱정이 아니라 내 시험 걱정이 우선이었으니.. 


아픈 기억에 대한 일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기 시작하니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하루였다. 부위, 질병명에 따라서 걸렸던 병에 대한 기억들이


그 기억에 만났던 30대 형들은 뭐하고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아프다'라는 단어가 느낌으로는 안 좋은 단어 같은데. '아프다'라는 단어로 연결된 기억들은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있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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