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 비치는 나와 비추는 나

불혹잡이 8편 / 믿는 대로 보이고, 보는 대로 이루어진다

by 호미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이제는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내는 불혹의 사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과거에 목소리가 작았던 것은 타인을 과도하게 의식했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도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모습에 진정으로 떳떳할 때, 세상은 나를 정말로 그렇게 보게 된다.


불혹을 훌륭한 분기점으로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또 하나의 물건은 ‘거울'이다.


중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거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치장하고 말 것도 없는 짧은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던 나와 친구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한 친구가 거울 앞에서 외쳤던 말도 아직 잊히지 않았다. “아~ 잘~ 생겼다!!”

그런데 그 친구는 객관적으로 정말 ‘못'생겼기 때문에 그때 느꼈던 인지부조화의 감정은 정말이지 강력했다.

따라서 그 친구의 그 대담한 대사의 배경에 대해 오래 기간 생각해 보게 되었고, 어떤 상징적인 메시지로 내 안에서 숙성되어 왔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도 알 길도 없지만, 그의 그 당시 발화에 대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좋은 면을 바라보고 희망적인 태도가 습관이 되어 있는 집안에서 자랐겠구나.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엄청난 원리를 그때부터 깨닫기 시작했던 거구나.’

그 당시의 어린 나는 알 길이 없었겠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우리는 모두 평소에 거울을 자주 본다.

사회적 인간으로서 내가 세상에 어떻게 비칠지 신경을 쓰며 살아가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더 사랑받고 싶다!'라고 마음속에 대놓고 외치진 않지만,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행동은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남에게 사랑받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간주'하는 여러 외적 요소들, 이를테면 멋진 외모, 여유 있는 표정, 세련된 옷차림 등을 갖추려 노력한다.

그런데 똑같은 옷, 똑같은 표정을 지어도 거울 속의 나는 항상 똑같지 않다는 것,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혼란을 느끼곤 한다.

타인에게 받고 싶은 사랑을 논하기 전에, 이미 내가 바라보는 나, 내가 나에게 주고 싶은 사랑의 강도부터가 매번 달라지는 것이다.


어떤 날은 동네 마실 나가는 허름한 복장인데도 거울 속의 나는 여유와 멋으로 빛이 난다.

다른 어떤 날엔 가장 멋있게 꾸민 복장을 입고 여유로운 표정까지도 지어 보지만 왠지 모르게 초라해 보인다.


이런 일은 나에게도 꽤 자주 일어났고, 이게 도대체 왜 이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학생 때 그 친구의 발언이 다시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 거울이 나를 비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거울에 투영하는 것이구나. 나는 내가 투영한 나를 거울을 통해서 보는 것뿐이구나.’

뇌리를 때리는 깨달음이 순식간에 전해져 왔다.

“거울아 거울아~ 내가 밖에 나가서 사랑받을 수 있겠니~?” 애초에 이따위 질문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오히려, “거울아 거울아~ 나 좀 봐라. 진짜 내가 봐도 여유롭고 매력적으로 보이네. 어때?”라고 하면 그만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나이보다는 경험과 깨우침의 문제겠지만, 나의 경우 30대 초중반 까지는 저 원리를 모르고 살았다.

이것은 누가 가르쳐준다고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지식이 아니기에, 혼자 스스로 의문을 던지고 연구를 거듭하며 조금씩 알게 된 것 같다.

내가 보는 내 모습은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걸 불혹이 가까워져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사회 안에서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어떻게 더 잘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타인을 얼마나 의식하는지, 타인의 시선과 나의 주체적 믿음 중 어디에 주도권이 있는지 항상 잘 살펴야 한다.

내적 자존감이든 외적으로 보이는 외모든, 내가 믿는 대로 형성된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마음먹은 대로 된다’와 같은 격언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사이비 같은 소리라고 한다.

나 자신도 그 원리에 대해 의문을 오래 품어왔던 사람이기에, 그런 분들이 하루빨리 올바른 ‘거울의 진리'를 깨우치길 기원한다.

그 법칙을 자기화하고 나서야 비로소 주체적인 인생이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건강한 육체, 고양된 정신, 높은 에너지, 긍정적 감정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우리가 스스로 거울에 녹여낼 수 있다. 누가 절대로 대신 만들어 줄 수 없다. 직접 만들어내고 관리해야만 한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25일 오후 05_06_42.png



40이라는 나이, 절대로 늦은 게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더 많은 날을 살아가야 하니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점에 이 굉장한 법칙을 깨닫고 체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이지 행운이라 느껴진다.


이제는 작은 옷장 거울이 아니라 백화점 대형 거울을 집에 놓고 싶다.

날마다 다른 옷을 입고 엉뚱한 표정을 지어도, 매일마다 매력 넘치는 나를 거울 속에서 발견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