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 소리 내는 삶

불혹잡이 7편 / 말보다 말의 울림을 고민하는 시기

by 호미오

마이크는 돌잡이 때 자주 등장하는 물건 중 하나다.

마이크를 그때 잡았으면 어땠을까. 가수가 되었을까? 강사가 되었을까? 이런 싱거운 생각을 가끔 해 본다.

그런데 머릿속 생각은 아무 이유 없이 생기는 게 아니더라.

나와 마이크가 완전히 동떨어진 관계는 아니라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몸이 느끼는 건 대개 진짜인 경우가 많다.

하여, 나는 마이크를 내 인생 2막을 함께 열어가는 도구로서 함께 하기로 했다.


불혹이 된 이 시점에 내가 마이크를 잡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결심을 포함한다.

첫째, 당당하게 내 목소리를 내자.

둘째, 내 목소리가 크게 들리게 하자.


이제껏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기보다는 어떻게든 밖으로 출력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그 태도는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 국한된 것이었고, 내 솔직한 속내를 외부에 여실히 표현하려는 노력은 크지 않았다. 당당한 발화와는 거리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흔히 따르는 규칙 같은 것들, 이를테면, 나이 문화, 상하 관계, 결혼 등에 대한 생각이 대다수 사람들과 달랐고, 그렇기 때문에 내 목소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미움받을 용기는 충분했지만 굳이 미움을 받고자 먼저 나서진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미움받을 용기가 충분했다는 것은 내 착각이었던 것 같다. 세상에 이로움을 더할 수 있었음에도, 그 영향보다는 내가 거절당하고 반대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것이 아닐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를 해코지하거나 비하하는 목적의 말이 아니라면, 더군다나 내가 진심으로 세상에 더 이롭다고 여기는 내용이라면,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누구에게도 반대받고 박해받지 않는 말이 세상에 존재하긴 했던가.

당당하게 목소리 내도 된다. 지금부터라도 그럴 거다.


내 목소리가 크게 들리게 하자는 두 번째 결심은 내 고집과 관련이 있다.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이 나에게 손해를 입히더라도 그 신념을 유지하고 불이익을 감수하는 삶을 살아간다. 지금껏 그래 왔다.

(그래서 누군가는 나를 돈 벌기 어려운 성격이라고 한다. 나는 머지않아 잘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잘 알지만, 그들의 의견도 일리는 있다고 본다.)

이런 성격 덕분에, 좋은 아이디어와 지혜가 샘솟을 때도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공감받았을 뿐, 그것을 널리 알리는 과정이나 방식이 내 신념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차라리 행동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목소리를 크게 내서 멀리까지 들리게 하기는커녕, 가까운 사람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중얼거린 것에 불과했다.

이제 와서 내 성격 특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세상 살면서 어느 정도의 타협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더라도,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없다면 내 안의 작은 보물로서만 존재하다 사라지게 되는 셈이 아닌가.

타인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생각과 통찰이 있다면 그것을 널리 크게 퍼뜨리는 것도 하나의 책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러 훌륭한 분들의 인생 여정을 간접적으로 살펴보면서, 그런 삶의 방식이 반드시 본인의 신념을 깨뜨리지는 않는다는 것과 오히려 신념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도 이제는, 신념보다는 목소리의 내용과 깊이에 집중해서 내 말을 멀리 퍼뜨리고 싶다. 좋은 것을 전파하는 것이기에 그 방법적 측면을 강화하는 데에도 노력을 다할 것이다. 불혹의 마이크를 잡았기 때문에 더 크고 효과적으로 내 목소리가 전달될 것이다.

모두가 동의하고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혜나 철학은 존재하기 어렵다. 다만, 진실된 마음으로 돕고자 한다면, 사람들이 먼저 반응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 마이크가 주는 교훈이 하나 있다. 작게 말해도 크게 들린다는 것이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다 털어놓는 삶을 살아왔다. 이것이 솔직함의 표현이자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아직도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때로는 그 목소리의 크기와 내용의 경중을 가려서 발언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험담을 아무리 작은 소리로 하더라도 마이크를 통하면 크게 울려 퍼진다. 반대로, 타인을 행복하고 따뜻하게 하는 메시지는 마이크에 더 가까이 대고 말해보자. 크게 울려 퍼질수록 좋으니.

마이크가 입 앞에 달려 있다는 느낌으로 살아 보자. 당당하되 겸손하게. 조심하되 명랑하게.


마이크를 잡는다는 것을 조금은 가벼운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마이크라는 것을 어떠한 상징성도 없이 그냥 직관적으로 바라보자면, “나는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마음이 퍼뜩 찾아온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다 같이 결심해야만 가는 것이 노래방이 아니라, 이제는 누구든 원할 때면 갈 수 있는 것이 노래방 아닌가. 그러니 코인노래방이 이렇게 많이 생겨나는 거겠지.

샤워하면서 흥얼대고 말 것이 아니라 마음이 내킬 때면 언제든 찾아가 목청껏 노래 부를 것이다. 기회가 되면 작은 대회도 한 번 나가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흥이 가득하다. 끼도 넘친다.

어린아이의 끼와 흥은 발랄하고 귀엽다. 불혹의 끼와 흥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불혹이라고 해서 끼와 흥을 표출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시기만의 풍류와 느낌이 따로 있다고 믿는다. 이 축복받은 풍류를 평생 뽐내고 만끽하며 즐길 것이다. 어쩌면 산다는 건 잘 놀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고 싶은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구나 더 나은 인생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바깥세상과 내면 사이에서 고민하고 고뇌하고 갈등한다.

내면의 행복과 충만한 인생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찾아내는 방법과 방향이 각자 다를 뿐이다.

나는 이들에게 육성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펜으로는 글을 쓰고, 마이크에 입을 대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유익한 도움을 주는 원리와 통찰을 전할 것이다. 내 명쾌한 설명이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어 귀에 또박또박 잘 들리게, 이해가 쏙쏙 되어 바로 소화시킬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것이다.


불혹의 청년은 재차 결심한다.

당당하고 크게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최대한 멀리 퍼지게 할 것이다.

그래서 나도 더욱 행복해지고 타인의 인생도 희망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나는 두 손으로 마이크를 꾹 잡고 그 빛나는 삶으로 걸어 들어간다.



마이크를 들고 거울 앞에 선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다른 누가 아닌 바로 내가 해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해석한 내 모습 그대로 세상에 비치게 된다.


다음 불혹잡이 물건은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