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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제강박 Mar 25. 2021

[책 한 구절 | 효율적 이타주의자]

이기심에서 비롯된 이타적 행동

안녕하세요.

하루를 살아가는 데 힘이 되는 책 한 구절을 소개해드리는 숙제강박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수입의 일부를 기부하고 계신가요? 저는 요즘 회사 사무실에서 기부하는 사람들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결연을 맺은 아이의 사진이 모니터에 붙어있는 사람도 있고, 도움을 받은 가족의 편지가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기부가 또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기도 한다니,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남을 돕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불씨는 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기부에 대한 책을 준비했습니다.

호주 출신의 철학자 ‘피터 싱어’의 <효율적 이타주의자>라는 책인데요, 이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조합함으로써 흥미로운 개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효율적 이타주의자’들은 심금을 울리는 곳에 감정적으로 기부하기보다는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자신의 능력이나 시간이나 돈으로 가장 많은 선을 이룰 수 있는 곳에 기부하는 특징을 띄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또한 더 많은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내가 더 큰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기도 하죠. 이처럼 책의 저자는 무턱대고 마음이 이끄는 기부를 하기 전에, 선을 최대화하는 방법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해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동안 무작정 기부를 하라는 조언만 들어봤던 우리에겐 꽤 흥미로운 주장입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구절은 저자의 주장과는 별개로, 기부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에서 발췌했습니다. 사람들이 기부를 하는 동기는 무엇이며, 우리는 왜 기부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돈이 축나는 일을 희생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돈을 본질적 선이 아니다. 금전 보유 수준 저하를 감수한 행동을 희생으로 보는 것보다 본인의 행복(웰빙) 수준 저하를 감수한 행동을 희생으로 보는 것이 사리에 맞다. 따라서 효율적 이타주의자의 기부가 정말로 희생인지 판단하려면 행복의 결정요인들, 그중에서도 효율적 이타주의 행동으로 영향받을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략)

소득과 행복(웰빙)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낮을 때는 소득이 증가하면 실제로 행복이  폭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소득이 기본 니즈를 채우고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줄 정도에 이르면, 소득 증가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거나 없다. 이때는 돈보다 다른 것들, 이를 테면 따뜻한 인간관계가 행복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중위소득자에 해당하는 독신자의 경우 반려자(동거파트너) 만나서 얻는 행복이 소득 767퍼센트 상승과 맞먹는다는 계산도 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돕고자 하는 동기에 대해서는 여러 철학자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었던 주제이기도 합니다. 18세기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개인적 기질, 편의, 연고와 무관한 인류애 같은 정념 따위는 인간의 마음에 없다.”며, 인간이 다른 인간을 돕는 것은 자신의 정서적 만족과 쾌락을 위한 이기심의 발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읽어드린 구절은 흄의 의견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기부를 받은 상대방의 행복한 모습에서 내가 더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기부한다는 말이죠. 기부가 이기심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니 그 동기가 덜 순순해 보이는 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동기가 어떻든 그것이 결과적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면 그걸로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의 구절처럼 특히 재산의 경우에는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더 이상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삶의 기본적인 것들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준이 된다면 더 이상 악착같이 돈을 버는 것이 행복감의 증가와는 연관이 거의 없다는 말일 텐데요. 왜 세계적인 부자들이 어렵게 마련한 재산을 쉽게 기부하는지 알게 되는 대목입니다.


많은 연구들에서 밝혀지듯 그 일정 수준의 재산이라는 것이 세계적인 부자의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기억에 예전 어떤 연구에서는 행복감이 재산의 증가와 거의 연관관계를 갖지 못하는 기준 재산이 연봉 3천만 원 수준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저도 사회 초년생 당시 한 아이를 후원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자금사정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었음에도 기부로 없어지는 돈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을 느꼈던 경험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기부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나중에 사정이 더 나아지면 해야겠다는 생각만 갖고 계신가요?


여러분들은 우리의 행복은 돈으로만 이뤄져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옷을 사는 행복이 예전 같지 않다면, 같은 돈을 기부함으로써   행복을 느껴보는  어떨까요? 더불어 오늘 소개해드린 효율적 이타주의자에 대해 공부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같습니다.


숙제강박이었습니다. (유튜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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