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에 대처하는 방법
안녕하세요.
하루를 살아가는 데 힘이 되는 책 한 구절을 소개해드리는 숙제강박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상실을 겪습니다. 작게는 어떤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부터, 크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나 세상과의 이별까지, 상실은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해야 할 큰 숙제입니다.
누구나 경험하지만 누구도 상실에 대해 익숙해질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상실의 대상에 대한 마음의 크기가 클수록 더 그렇죠. 심각한 상실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도 그 상처가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구절은 ‘린다 개스크’의 <당신의 특별한 우울>이라는 책에서 가져왔습니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면서 동시에 심각한 우울증을 겪은 환자이기도 합니다. 우울증을 직접 겪은 저자는 자신의 마음과 자신이 돌보는 환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수 십 년에 걸쳐 우울증을 극복해 나갑니다.
그중 오늘 소개해드릴 구절은 저자의 우울증에 큰 영향을 끼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내용입니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오랫동안 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아버지를 그리워할 것이다. 애통해한다는 것은, 놓아주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애통해할 수 있게 되면 잃어버린 사람을 그 사람 그대로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이상화된 성자도, 분노와 실망을 쏟아부을 표적도 아닌, 복잡하고 현실적이면서 매우 인간적인 존재로.
(중략)
중요한 건 애통한 마음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상실의 기억을 떠올릴 때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괴롭고 아픔이 생생하다면 진전이 없는 것이다. 감정이 잦아들지 않고 점점 커진다면 그 역시 심각한 신호다. 애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우울증이 된다. 애통한 마음의 크기를 1에서 10까지의 숫자로 생각해볼 때 그날그날 아주 미미하게라도 줄어들고 있다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다. 조금씩 다시 일상을 마주하고 앞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지나간 일을 조금씩 손에서 놓아가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상실감을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우울증에 시달리던 당시, 아버지의 죽음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정신을 되찾아가며 비로소 애통한 마음을 진정시켜 나갑니다.
상실을 겪은 직후, 그것을 처음부터 제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저자도 그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설명합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애통한 마음이 조금씩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시간이 지나도 더 고통이 커지거나 변화가 없다면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겠죠.
혹시 여러분도 극심한 상실의 고통에 힘들어하고 계시다면, 그 애통한 마음이 계속 남아있다는 사실에 괴로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생각나는 빈도가 점점 뜸해지거나, 생각이 나더라도 예전만큼 고통이 심하지는 않다면 여러분이 슬픔에 아주 잘 대처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렇게 세월이 지나면 언젠가 상실의 고통 대신 소중한 추억이 그 자리를 메우지 않을까요?
여러분 중 상실을 겪고 힘들어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오늘의 구절이 작은 응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상실에 아주 잘 대처하고 있으며, 느리지만 꾸준히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오늘의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고, 잃어버린 존재를 있는 그대로 기억할 수 있는 날을 맞이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