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의 가게에 간다는 것에 대하여

by 숙제강박

오늘은 불친절한 카페에 왔다.
시종일관 불친절하다. 전화로 주차를 물어볼 때부터, 커피 주문을 받고, 홀케이크 예약을 확인할 때까지 머리가 조금 벗겨진 중년 남자 사장님은 계속 무뚝뚝하고 심드렁하다.

내가 중년 남성들에게 비호감인 스타일인가 싶어 과거를 돌이켜봤는데 딱히 주목할만한 사건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럼 젊은 놈이 평일 낮에 한가롭게 한량처럼 돌아다니는 모습 때문인가. 평일 낮의 조그마한 가게 매출을 4만 원이나 올려주는 손님인데 한량이면 어떤가. 가게에 나 말고는 손님도 없는데 말이다. 혹시 여자 손님에게는 친절할까 싶어 다른 손님이 오길 기다렸지만 두 시간 동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년 남성이 하는 가게에서는 특히 불친절함을 자주 겪는다.
어려 보이는 손님에게 은근한 반말을 던지면서 기분이 나쁠락 말락 애매하게 만들기도 하고, 열어놓은 창문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있다. 또 한 번은 카페 주인 아저씨가 한 손님에게 추가 주문을 하라고 강요해 손님을 쫓아내는 경우도 봤다. 쫓겨나는 손님이 순순하지 않기를 내심 바랬지만 내가 기대하는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년 남성 사장님은 운도 좋은가 보다. 아니면 싸우지 않을 만큼만 선을 지키는 불친절함의 숨은 고수이거나.

요즘은 백주부 아저씨를 비롯해 유튜브나 네이버 카페 등 가게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알 수 있는 통로가 많다. 장사를 하지 않는 보통 사람들도 골목식당 프로그램만 챙겨보면 웬만한 장사 노하우는 다 꿰고 다니면서 가는 가게마다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수도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런 시대에 불친절한 중년 남성이 운영하는 가게라니? 컨셉이라면 독특하다. 욕쟁이 할머니의 가게는 이미 클리셰가 됐으니까 욕쟁이 중년 남성은 충분히 시장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통 불친절한 중년 남자 사장님의 가게는 맛이 없다. 맛도 컨셉이라면 컨셉이 일관적이라는 면에서 또 한 번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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