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땅에 발을 디딘 친구에 대하여

by 숙제강박


어디에 속하지 않고 혼자 살아보겠노라고 오래전부터 다짐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공연을 기획하거나 홍보영상을 제작해주는 등의 일을 하는 회사를 차렸다. 유능하다고 소문난 학교 동기, 후배들도 그의 뒤를 따라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회사는 몇 년 지나지 않아 어려워졌고 뜻을 같이 하던 사람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그 이후로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했다. 나 같으면 어디 취업해서 월급 받으며 속은 편하게 살았을 텐데, 그는 자신이 어디 속할 수는 없는 사람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힘들고 불안한 삶을 아무렇지 않게 살아냈다. 나는 고작해야 몇 달에 한 번 그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들었을 뿐이지만 매 순간 그런 삶을 결말도 모른 채 살아야 했던 당시의 그는 어땠을까.

그 이후로도 그는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했다. 한 번은 어느 정치인의 선거캠프에서 PR을 담당하기도 하고, 또 한 번은 아이돌 그룹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만나면 원래 하던 일은 이미 지난 일이 되어있었고, 뮤직비디오를 만들거나 카드게임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일들이 그의 시간을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 그의 생활을 낫게 해 줄 성공은 없어 보었다.

그렇게 힘든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지인이 개업한 작은 카레 음식점을 관리하는 일을 시작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출근하는 것도, 해 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잠에 드는 생활도 어색하지만 사람처럼 사는 것 같아 좋단다. 또 음식점에서 일하니 끼니도 거르지 않는다고 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예전보다 보기 좋게 살이 올라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마침내 자신이 운영하는 사진 스튜디오를 연다고 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 전부터 그는 나에게 한 번 와서 보라며 여러 번 연락했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또 많이 달라져 있었다. 머리를 짧게 밀었지만 머리야 만날 때마다 바뀌는 것이라 크게 놀랍진 않았다. 다만 그가 가게 카운터에 앉아 손님들을 대하는 모습이 낯설었다. 그는 나와 있는 시간 동안 손님들의 예약을 확인해주고 촬영을 마친 손님이 나가는 것을 배웅했다.

그는 말했다. 그간 해왔던 수많은 사업들은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기업에게 몇 달 뒤 돈을 받는 것들이거나, 언젠가의 대박을 꿈꾸던 느낌의 것들이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단 돈 삼만 원이라도 현금이나 카드 매출이 손에 바로 쥐어진다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 나이가 든 건지, 희망만으로 사는 삶에 지친 건지 몰라도 꽤 신기하고 매력적인 경험이라고 했다. 나는 마침내 공중에 부유하던 친구가 땅에 두 발을 디딘 것 같아 마음이 좋았다.




친구에게 도움이 되고자 스튜디오 링크를 첨부합니다.

스튜디오를 렌털해 제품 사진을 찍고 싶으신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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