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을 읽는 것에 대하여

by 숙제강박


요즘은 책을 읽는 기기가 다양하다.

나만 해도 휴대폰, 태블릿 pc, e-book리더기 등 총 세 개의 기기로 세 권의 책을 동시에 읽곤 한다. 가령 자기 전 침대에서는 e-book리더기, 카페에서는 태블릿 pc, 대중교통에서는 휴대폰으로 보는 식이다. 가끔 종이책을 선물 받거나 서점에서 “어맛 이건 꼭 사야 해!” 수준의 표지를 발견했을 때는 종이책이 가방 속에 추가된다. 사실상 내 가방 속에서 치약, 칫솔 빼고는 다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전자기기로 책을 보다 보면 주위에서 종종 볼만하냐고 물어본다. 응? 볼만하냐는 게 무슨 말이지? 책이 재밌냐는 질문인가, 눈 아프지 않냐는 말인가, 자주 보게 되냐는 말인가? 그럴 때면 늘 종합적으로 대답한다. “좋아요. 편하고 많이 읽게 되더라고요.” 그 대답이야말로 전자기기를 활용한 독서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하지만 전자기기 활용 독서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내가 책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저는 지금 책을 읽고 있어요, 저는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에요, 라는 메시지를 회사 동료, 카페 옆자리의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싶은데 당최 그럴 수가 없다. 내가 유튜브를 보는지 인스타를 염탐하는지 내 화면을 보여주지 않고는 알려줄 수가 없다. 간혹 오지랖 넓은 회사 동료가 바로 뒤에 찾아와서 “오~ 점심시간에 책을 보네?”라고 크게 떠들어주면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책을 읽는 것을 나 스스로 조금 대단하고 기특한, 고상한 일이라고 여기나 보다. 웃기는 일이다. 책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했던 청소년기에 들었던 버릇인가 보다. 종이책을 들고 읽었던 당시에는 책을 읽는다는 사실을 누가 본다는 사실에 책을 쉽사리 손에서 놓지 못했다. 재미없고 졸려도 표정은 덤덤한 척, 하품도 속으로만. 독서량은 많지만 그게 머리로 들어오는지는 잘 모르는 그런 상태였다. 다른 사람들이 애걔 겨우 이 정도 읽고 끝이라고?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은 아니구나?라고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꿋꿋이 버텼다. 나는 책에 익숙한 사람이고 책을 읽는 건 내 견고한 일상이야 라고 온몸으로 말했다. 뭐 결국 책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과도한 자의식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전자책의 치명적인 단점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숨겨진 장점도 하나 짚어주자면,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 사라졌다고 믿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길에서, 지하철과 버스에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린다고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그중 몇몇은 책을 읽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원래 수줍음이 많은 사람들이니 종이책이 부끄러워 전자책으로 갈아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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