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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제강박 Oct 19. 2020

아이에게 떳떳한 충고를 할 수 있길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역시 “~해야 또는 “~하면 안 돼.”로 끝나는 문장들이다. 세상에 갑자기  떨어 하얀 백지 같은 아이는 하면 안 되는 짓만 골라서 하고,  해야 하는 일은 죽어라 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을 알아서 척척 하는 경우도 절반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신기하게도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육아하며  입에서 나오는 들은 기분에 따른 억양 차이만 있을 , 거의 저런 말들이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다 보면 뜨끔한 순간이 하루에도  번씩 찾아온다. 아이에게 나쁜 음식 먹지 말라고 하고선 나는 아이 재우고 맥주에 닭발을 먹는다. 아이에겐 소리 지르지 말고 예쁜 말만 쓰라고 하고선 나는 운전석에 앉으면 여포가 된다.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 양보하라는 , 밥 먹고 바로 양치하라는  등등 내가 아기였으면 하루에 열 번도  들었을 말들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아이에게 하는 충고와 조언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아니면 그저 세상 사람들이 아이에게 기대하는 모범적인 행동강령인 것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아니  소리 지르지 말아야 하는 상황만 있는 건가? 때에 따라서는 화도 내고 나쁜 음식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양보보다 욕심을 부려야 하는 상황이 있는 게 아닌가? 이처럼 복잡한 세상인데 아이에게 너무 단편적이고 편향적인 충고를 하는 게 아닌가?’  잘못된 행동은 세상 탓을 하고,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아이를 탓하는 우스꽝스러운 사고방식이다.

어느 책에서 이런 문구를 읽은 적이 있다. “아무리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려 노력해도 결코 아이는 엄마의 수준을 넘어설  없다.” 아이에게는 양육자가 자신의 거의 모든 세계이므로  세계의 한계 안에서만 성장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고자 한다면 결국 아이의 세계인 내가 먼저 한계를 넓혀나가는 수밖에 없다. 적어도 아이에게 거짓으로 충고하며 부끄러워하지는 아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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