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그리고 사랑에 관하여 part.1
커뮤니티를 진행하다보면 다양한 목표를 가진 분을 만난다. 순수한 철학을 쫓고자 오시는 분도 있고, 지적 성장의 기쁨을 찾는 분도 있고, 무료한 일상에 신선한 자극을 주려는 분도 있다. 그러다 정말 당황스러운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열심히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나를 전혀 바라보지 않고 다른 참석자만 매섭게 바라보는 분이다.
공간에 오자마자 두리번두리번 다른 참석자를 먼저 바라보니 말하지 않아도 어떤 계획으로 왔는지 알 수 있다. 목표가 과하면 역효과만 날 텐데 안타깝게도 당사자만 모르는 분위기. ‘저기요- 너무 티가 많이 나서요. 조금만 힘을 빼면.. 오히려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안타까움에 다가가 소곤소곤 조언해주고 싶지만 이미 떠나버린 폭주 기관차. 모자람보다 아쉬운 건 언제나 지나침이다.
개인의 목적이 강한 분을 만나면 준비해둔 프로그램을 원활히 끌어가기 어렵지만 그래도 어찌 하겠나. 이 또한 다 성인과 성인의 자리인 것을. 신청 받을 때 ‘당신의 내재된 욕망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답하세요’ 미리 물어볼 수도 없을 뿐더러, 새로운 사람에게서 받는 신선한 자극과 새로운 관계가 시작할 거란 기대감이 커뮤니티를 설레게 하는 진짜 이유 아니겠는가. 그러니 매니저로서 해야 할 건 너무 노골적이지 않도록, 서툰 접근이 상대에게 폭력이 되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고 적절한 라인을 정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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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이었을 테다.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진행되었던 ‘철학반찬’. 철학반찬은 특정 주제를 두고 각자의 경험과 철학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오셨고 특히 각자의 스타일과 자유로움을 장착한 분이 많이 오셨다. 마치 여행을 떠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낯선 타인을 만나듯 설레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는데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한 참석자가 한참 망설이더니 수줍게 다가와 묻는다. “매니저님 혹시 제 앞에 계셨던 분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어쩐지 다른 분들보다 말씀이 많으시더라. 이런 상황을 대비해 미리 준비해둔 답은 없었지만 크게 고민할 것도 없었다. 간결히 전하는 문장. “프로그램을 위해 제공해준 개인 정보라 제가 마음대로 사용할 순 없어요. 다만 여기서 직접 여쭤보시는 건 어떤가요. 진지한 마음이라면 직접 여쭤보시는 게 상대에게도 더 좋게 보이지 않을까요?” 대답을 듣자 결연한 눈빛이 얼굴에 스쳐 내심 마음속으로 응원했는데 뒤풀이 내내 곁에서 망설이더니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고 그 자리는 끝나고 말았다. 오고가는 대화를 가만히 바라보니 두 분 다 서로를 궁금해 하는 것 같았는데 누구에게서도 작은 용기가 꺼내지지 않았다.
더 큰 아쉬움은 다음 날 아침 내게 온 문자. ‘안 되는 걸 알지만.. 그래도 너무 아쉬워서요...정말 그분 연락처를 받을 수 없을까요?’
그래요. 마음 같이 되면 그것이 사랑일까요. 그렇기에 사랑은 언제나 순간의 마음이 향하는 대로, 마주하고 있을 때의 떨림을 붙잡아야 한답니다. 감정에 지름길은 없으니까요.
“죄송하지만 이젠 정말 드릴 수 없어요. 저는 커뮤니티가 종료되면 안내 연락을 위해 받았던 휴대전화 번호도 삭제하거든요.”
아마 그분은 관리자의 뻔한 변명이라 생각했겠지만 정말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느슨한 커뮤니티를 선호한다. 안 그래도 빡빡한 세상 서로 질척이지 않는 깔끔한 관계가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겠나. 유별나다는 평가도 많이 받았지만 프로그램의 내용에 따라 이름이 필요하지 않다면 이름을 묻지 않고, 성별이 필요하지 않다면 성별도 묻지 않는다. 전화번호는 필히 다음 날 삭제하고. 누군가는 이렇게 타인과 가볍게 마주하고 완전히 소멸되는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낄 거라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유지하는 다른 커뮤니티와의 차별점이자 커뮤니티를 이어가는 가장 큰 동기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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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매니저라고 해서 참여하는 사람들의 감정과 마음을 모두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는 상대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늘 처음 보았지만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이유 없이 싫고 미울 수도 있다. 커뮤니티는 결국 사람이 모이는 것이고, 사람은 변수와 가능성 그 모두를 의미한다. 원래 계획한 되로 되지 않는 것이 ‘커뮤니티’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말이다.
내가 기획한 내용과 상상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마음부터 내려놓는 것이 커뮤니티 매니저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다. 관계에서 촉발되는 무작위의 가능성을 통제하려 애쓰기보다 인간적인 마음을 보다 부드러운 말과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게 유도하고, 때론 왜곡되지 않도록 빠르게 번역할 수도 있어야 한다. 나는 내가 운영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좋은 사람이 모이고, 여기서 각자의 관계를 새롭게 형성해 나가길 원한다. 하나의 모임으로 고정된 커뮤니티보다 여기였기 때문에 새롭게 시작된 관계가 늘어나길 원한다.
그러니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그대여. 언제나 순간의 마음을 꽉 붙잡길 바란다. 어느 자리에서든 마음을 울린 사람이 있다면 부디 용기를 내 당신이 이루고 싶은 커뮤니티로 직접 초대하길 바란다. 동시에 잊지 마시라. 커뮤니티 매니저가 만들 수 있는 건 새로움과 가능성의 장일 뿐, 당신과 그 사람의 커뮤니티를 맺어 주는 건 우리의 역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 물론 어떤 커뮤니티에 참여하든 내용과 규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은 꼭 잊지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