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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 Jul 22. 2020

당신은 왜 독서모임을 하시나요?

당신의 첫 번째 독서모임은 어떤 모습인가요?

 

   ‘독서모임왜 시작하셨나요?’    

 

   독서모임 운영에 대한 특강을 나가서 예비, 초보 진행자분들을 만나면 언제나 이 질문으로 시작을 한다. 세세하게 들어가면 모두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3가지 유형으로 답변을 정리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책이 좋아서다. 주로 ‘책을 읽고 느낀 감상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요’ 라는 답변을 듣는다. 가장 많은 분이 이 유형에 해당하며, 소싯적에 문학소년, 소녀였던 경험이 많다. 꼭 독서모임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책을 읽는 분들이며, 독서모임에서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의 크기를 키우고 싶어한다.     


   두 번째는 책을 꾸준히 읽고 싶어서다. ‘혼자서는 책을 꾸준히 읽기가 어려워서요.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작은 강제성을 부여합니다’ 라는 답변을 많이 받는데, 독서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체감하고 있지만, 일상 속 읽기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독서모임을 직접 진행하면 어쩔 수 없이 책을 읽어야하니, 막중한 책임감으로 무장하신 분들이다. 정확히 나의 케이스다. 11년 동안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중이라고 하면 많은 분이 첫 번째 유형이라고 착각을 하시는데, 나는 여전히 여유시간이 생기면 누구보다 치열하게 책을 읽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다.     


   세 번째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다. 대부분이 위의 2가지 경우에 해당하지만, 약 2년 전부터는 이 유형에 해당하는 분들을 조금씩 만나게 된다. 아무래도 2, 30대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살롱문화’,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독서모임이 주목받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필요한데, 독서모임을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신다. ‘일주일에 책을 한 권 읽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네트워크 시대에는 낯선 사람에 대한 ‘검증’ 절차가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책이 하나의 거름망 같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


   답변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그렇다면 당신의 첫 번째 독서모임은 어떤 모습인가요?’     

   첫 번째 질문은 ‘동기’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3가지 유형으로 구분이 가능하지만, 이 질문은 ‘개인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나온다. ‘좋아하는 이성이 참여하고 있어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나갔다’, ‘아빠가 책 읽고 독서소감문 써오면 용돈 준다고 해서 시작했다’, ‘정말 꼴 보기 싫은 친구가 있었는데 말을 너무 조리 있게 잘해서 아무리 해도 이길 수가 없어서, 그 친구 이겨보려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등 본격적으로 방언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모두에게 첫 경험이 긍정적일 수는 없겠지만, 독서모임을 직접 운영해보고 싶은 분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대부분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 역시 우연한 기회에 동아리 선배가 운영 중인 독서모임에 게스트로 참여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부끄럽지만 읽은 책이 없어 계속 사양했지만, 정말 그냥 앉아만 있어도 된다고 해서 진짜 앉아만 있었다)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있어빌리티의 향연에 그만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우연하게도 그들은 모두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는데, 4학년 1학기를 앞두고 있던 시기에 멋진 커리어를 시작하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은 그저 ‘빛’ 그 자체였다. 돌이켜보면 지금도 이해는 되지 않지만 정말 단순한 마음이었다. ‘아,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대기업에 들어가는구나’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사고의 흐름은 바로 다음 주에 과 후배들을 모아서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이런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나누면서 독서모임을 한층 더 폭넓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게 되며, 알게 모르게 우리가 갖고 있던 독서모임에 대한 벽을 조금씩 허무는 작업을 하게 된다. 결코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모임이 아니며, 특별하거나 거창한 마음가짐이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통해서, 모든 영역의 고수들이 강조하는 ‘힘 빼기’를 위한 첫발을 내딛을 수 있다.     


   *


   지난주 JTBC <아는형님>에 배구선수 김연경이 나와서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던 순간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하는 배구에 대한 회의감과 슬럼프에 빠졌을 때, 김연경은 배구를 시작할 때 국가대표가 되고 싶었고 해외에 진출하고 싶었던 초심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끼고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서모임에 이런 거창한 초심을 내세우기는 뭣하지만 그래도 1년, 2년의 고비가 왔을 때 그 순간을 극복하고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은 ‘나는 왜 독서모임을 하는 거지?’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 있다.  

   

   다시 한번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왜 독서모임을 하시나요?’, ‘당신의 첫 독서모임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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