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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 Jul 29. 2020

독서모임 2년 차 징크스, 과연 당신은?

많은 독서모임이 1년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검색을 조금만 한다면 손쉽게 자신의 집 근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독서모임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정말 많은 독서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많은 독서모임들이 다양한 이유로 끝을 맞이하고 있다. 이 글을 시작한 이유가 ‘지속가능한 독서모임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정리하는 것인 만큼, 독서모임의 시작과 끝을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평균적으로 독서모임은 한 명의 운영자가 독서모임을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지인들을 한두 명씩 모아서 4~6명 정도의 참가자가 모이면 일단 시작한다. 주로 한 명씩 돌아가면서 책을 선정하거나, 자신이 읽고 있거나 소개하고 싶은 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지나면 작심삼일도 지났고 조금씩 참여율이 내려가기 시작한다. 바로 이 순간이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때다. 인원충원 공지를 올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모임을 이어간다. 6개월 정도 되면 조금씩 할 수 있는 대화에도 한계가 생기며, 특히 선정도서에 따라서 참석률이 들쑥날쑥하기 시작한다. 9개월 정도 되면 운영자도 이젠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의무감과 눈치 때문에 운영을 하는 시기가 온다. 1년 정도 되면 자연스럽게 모임이 사라진다. 이런 패턴을 대다수의 모임이 1~2년 내에 경험을 한다. 독서모임 운영 특강에서 뵙게 되는 분들의 99%가 독서모임 경험이 1년이 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3년 이상 지속되는 독서모임의 공통적인 특징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찰을 계속하다 보면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너무나 당연한 답변을 만나게 될 것이다. 바로 ‘운영자가 계속해서 운영하니까.’ 단순히 소모임 수준의 독서모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비용이 들지 않는다. 참가비 역시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저 내가 그 모임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겠다는 ‘개인적인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지속 가능하다. 3년 이상 지속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흔치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독서모임을 시작하는 것은 ‘책이 좋아서’, ‘책을 꾸준히 읽고 싶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같은 동기로 가능하겠지만, 독서모임을 지속하는 것은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만 되어도 ‘명확한 목표' 혹은 '목적’이 없는 의도적인 노력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즉, 독서모임을 시작하는 것은 누구나 언제든지 할 수 있겠지만, 독서모임을 지속한다는 것은 독서모임을 해야만 하는 자신만의 이유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어찌 보면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왜 현실 속에서는 쉽게 구현되지 않는 것일까? 이는 ‘모임’이라는 콘텐츠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특징 한 가지와 연결이 된다. ‘활동에 대한 가시적인, 계량적인 성과 측정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 참가자의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점이었는데, 다음 시즌 참가자 만족도가 4.2점이 나왔다면 우리 모임은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그다음 시즌 만족도가 3.8이 되었다면 퇴보한 것일까? 단적인 예지만 운영자의 입장에서 내가 이 모임을 지속함에 있어서 ‘가시적인 동력’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과연 독서모임에 ‘핵심성과지표(KPI)’를 도입한다면 어떤 항목을 지수로 삼을 수 있을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측정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정성적 데이터를 산출해내기 어려운 모임의 특성상 대부분의 운영자분들께서 참가자 수, 모임의 수를 늘리는 방식의 정량적 수치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된다.      


   모임을 지속하다 보면 운영자뿐만 아니라 참가자 역시 새로운 사람의 유입을 통한 분위기의 전환을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기존의 모임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모임을 하나 더 개설한다. 이때까지는 참가자 충원도 그리 어렵지 않고, 진행자 역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오는 에너지로 인해서 의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문제가 되는 순간은 3개로 모임이 늘어나는 순간부터다. 독서모임 진행이라는 것이 단순히 모임 시간만 집중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과 소통을 위한 채널(카카오톡, 밴드, 카페 등)도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고, 모임마다 선정도서가 달라진다면 책을 읽고 자료도 조사하고 하다 보면 생각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독서모임을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오프라인 모임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 달에 ‘5개 이상’의 모임을 맡아서 운영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가장 많이 운영을 했을 때 4개의 오프라인 모임과 1개의 온라인 모임을 합쳐서 5개의 모임을 맡았다. 결국 이런 과정에서 혼자서 하는 것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운영을 함께할 ‘운영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바로 이때가 나의 독서모임이 한 단계 성장을 꾀해야 하는 순간이다. 이제 우리는 독서모임이 어떤 성장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알아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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