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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 Aug 05. 2020

독서모임 진행자가 아니라 운영자라구요?

독서모임도 하나의 조직이고, 관리자가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면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독서모임을 꾸려나가는 분일 것이라 믿는다.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난 2016년 겨울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던 영화 <라라랜드>의 주인공 미아가 현실과 타협한 세바스찬에게 외친 한 마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 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주니까.'를 기억해야 한다. 당신의 열정에 이끌린 참가자 한 명을 이미 만났거나 곧 만나게 될 예정이니까. 그는 당신의 적극적인 서포터가 되어줄 것이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독서모임에 대한 가능성을 안겨준다.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내성적인 성향의 참가자들이 많았을 뿐 절대 당신의 열정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이럴 때는 파트너쉽을 맺고 싶은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이에게 당신이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 역시 그런 순간이 있었다. 2014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라도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고자 대학 때부터 하던 독서모임을 계속 운영하고 있었다. 그때 참가자 중 한 분께서 본인이 진행해보고 싶은 컨셉의 모임이 있는데 사과와 함께하고 싶다는 제안을 먼저 해주셨다. 제안이 너무 감사했고,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분이었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는 이 모임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는 모임이 되었으면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애정을 담아 말씀해주셨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치열하게 책을 읽지 않는 나를 강제로 책을 읽게 만들기 위한 수단 정도로 독서모임을 생각하고 있던 내가 부끄러웠고, 나보다 더 애정을 갖고 있는 참가자의 모습을 통해서 ‘이왕 하는 독서모임, 제대로 한 번 해볼까?’ 라는 태도의 전환이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운영진’이라는 개념이 생기게 되자 그 모습을 본 또 다른 참가자분들이 자신도 보조진행자 또는 스태프로서 이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학창 시절에 운영시스템이 잘 갖춰진 동아리의 운영진 경험이 있었기에, 해당 프로세스를 활용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조직을 갖춰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내게 조언을 구하는 대다수의 운영자의 고민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또 하나의 모임을 시작하게 되면 새로움이 안겨주는 즐거움은 잠시, 단순히 모임이 하나 더 진행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던 안일한 판단을 자책하게 된다. 모임이 하나일 때는 아무리 진행자이자 리더라고 하더라도 ‘적극적인 참가자’ 수준으로 참여해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임이 2개가 되는 순간부터는 ‘독서모임 진행자’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모임 운영자’라는 한 조직의 관리자로서의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책이 좋아서’라는 순수한 목적을 갖고 시작하는 분들이 대다수인 만큼,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참가자들의 불만과 어려움을 마주하기 때문에 큰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시는 분들은 다시 소모임 수준으로 회귀하거나,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모임을 중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반대로 이 위기의 순간을 잘 이겨낸 분들은 개인적인 역량과 욕심에 따라서 모임의 성장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결국 조직의 성장과 관리적인 측면에서 접근을 하여 다양한 독서모임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게 되면 크게 3종류 규모(소모임, 동아리, 커뮤니티)로 구분을 할 수 있다.     


   <소모임>의 경우는 4~10명 정도의 참가자로 이루어진 모임을 말한다. 주로 지인 중심의 모임 유형이며, 진행자로서의 역할만 잘 수행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동아리>의 경우 모임이 2개~6개 정도로 최대 5~60명 정도가 참여하는 모임이다. 사이드 프로젝트 수준 (퇴근 후 2시간 정도)으로 투자한다면 충분히 혼자서 운영 할 수 있으며, 믿을 수 있는 파트너 1~2명만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키워나갈 수 있는 규모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의 경우 보통 1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규모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본업 또는 부업 수준으로 운영하시는 분들이 많으며, 독서모임만으로는 다양한 모임을 구성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영화나 음악 같은 콘텐츠로 영역을 많이 확장한다. (각 규모에 따른 모임 운영 방법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소모임, 동아리, 커뮤니티라는 3가지 규모의 구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모임을 꾸려나가지 않는다면 모임의 방향성을 잡기 어렵다. 왜냐하면 각 규모에 따라서 우리 모임이 시도 할 수 있는 것과 참가자들이 기대하는 것, 각 규모에 따른 운영전략은 판이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규모의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싶은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은 무엇인지) 선택을 해야만 한다.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곳에서 조직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내가 이 글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히 독서모임 진행을 잘하는 법이 아닌 ‘지속가능한 독서모임 운영방법’을 얘기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혹시나 오해하는 분들이 있을까 하여 미리 밝혀 두는데, 나는 모든 운영자들이 독서모임의 규모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동아리, 커뮤니티 규모의 모임을 운영할 이유도 없으며 가능하지도 않다.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운영을 하되 ‘변하지 않는 것은 도태되는 것이다.’ 라는 말처럼 새로운 변화 또는 한 단계 성장이 필요할 때 적절한 액션을 취하지 못하면 본인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에 강조를 했을 뿐이다.     


   다시 독서모임이라는 본질로 돌아와서, 독서모임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운영능력이 있어야 함은 사실이지만, 당장 내가 맡고 있는 하나의 모임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마라톤과 같은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기초공사를 튼튼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독서모임을 처음 시작한다는 가정하에 어떤 것들을 고민하고, 고려해야 할지 하나씩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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