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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 Aug 26. 2020

자유도서 모임과 지정도서 모임

‘책은 누가 선정하는가?’

   독서모임에 참여하겠다는 마음을 먹기까지는 다양한 심적, 물리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진행자로서의 마음가짐도, 참가자로서의 태도도 준비되었다면 이제는 ‘책’을 만나야 하는 순간이지만, 여전히 많은 분이 ‘책’의 장벽을 쉽게 넘지 못하고 참여를 망설이게 된다. 이 장에서는 모임에서‘책’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에 대해서 간단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모임의 진행방식은 도서 선정에 따라서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책 없이 각자 자유롭게 추천 책,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자유도서 모임’과, 공통된 책을 읽고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지정도서 모임’이 있다. 어떤 책을 읽는지가 모임의 컨셉을 나타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만큼 선정도서에 따라서 신청하는 참가자들의 성향 차이도 많이 나타난다.     


   책을 선정하는 방식에는 진행자가 모임 시작 전에 선정도서를 미리 공지해서 참가자를 모집하는 방식, 참가자들이 한 권씩 추천해서 모임을 구성하는 방식, 각자의 추천도서 중 다수결을 통해서 선정하는 방식 등 다양하게 있다. 진행자 입장에서는 거창하진 않더라도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이를 가장 잘 구현 할 수 있는 방법은 ‘책’을 통해서 모임의 ‘컨셉’을 드러내고, 대화의 주제와 방향을 자신의 의도에 맞게 끌고 가는 것이다. 그래서 책 선정에 있어서 자신의 지분율을 높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참가자 입장에서도 평소에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던 책이 한두 권씩은 있기 마련이고, 자신들이 추천한 책을 통해서 모임을 진행하게 될 때 참여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책은 진행자와 참가자 중 누가 어떻게 선정을 해야 할까?     


   참가자들에게 책의 장벽을 가장 낮추는 방법은 ‘자유도서 모임’이다. 책 선택의 전권을 참가자에게 이양하는 방식이다 보니, 굳이 기간 내 새로운 책을 읽어야 하는 압박도 없으며, 읽기 싫은 책을 억지로 읽을 필요도 없다.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소개받는 방식으로 진행이 주로 되는 만큼 대화에 대한 부담감도 낮다. 하지만 모든 참가자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없는 만큼 참가자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구심점이 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공통된 책을 읽어 나가는 ‘지정도서 모임’의 경우는 ‘주제’를 기준으로 고려 할 수 있다. 요즘에는 해당 주제의 전문가와 함께 토론하는 ‘클럽장 모임’이 새로운 독서모임의 문화로 주목받고 있는데, 전문적인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모임인 만큼 책 선정에 있어서 진행자의 권한이 크게 작용을 한다. 한 권을 깊게 다루기도 하지만, 매회 다른 책을 다루게 될 경우 책 선정 순서에 따라서도 모임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는 경우에는 진행자와 참가자의 적절한 참여 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독서모임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이라면 최소 50% 이상을 진행자가 미리 선정해서, 참가자들이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며 끌고 갈 필요가 있다.      


   다양한 독서모임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독서모임에 나간다는 건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 생산적인 도움을 얻겠다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라며 “자기성장에 가치를 둔 젊은 세대들의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와 부담스럽지 않은 소셜라이징(관계 맺기)에 대한 욕구가 맞물려 있다”라고 얘기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판단하자면 ‘자유도서 모임’은 소셜라이징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를 적극적으로 충족시켜주진 않는다. 실제로 모임을 진행해보면 시간제한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이런 책이 있어요’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화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것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에 이벤트성으로 배치하거나, 모임의 규모를 확장하려 할 때 새로운 참가자들을 유입시키기 위한 채널로 활용을 하는 것이 좋다. 우리 모임의 경우 기수제 모임의 첫 만남은 언제나 ‘내 인생의 책 소개’로 시작을 한다. 소개하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관심사를 어느 정도 파악 할 수 있고 ‘왜 이 책이 나의 인생 책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진짜 제대로 된 독서모임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싶다면 명확한 컨셉을 바탕으로 한 ‘지정도서 모임’부터가 시작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임의 퀄리티를 보장하는 것은 ‘함께 나누게 될 이야기’에 달린 만큼, 이어서는 ‘논제’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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