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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 Sep 11. 2020

다양한 독서모임의 세계(1)

모임을 개설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운영에 적합한 유형은 달라져야 한다

   독서모임이라고 하면 같이 이야기 나눌 책을 한 권 정하고, 각자 읽어 온 후 감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다양한 니즈를 갖고 있는 참가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핵심 타겟을 겨냥한 컨셉이 명확한 모임’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독서모임도 점차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과 모임 역시 다양한 커뮤니티들을 참고하고 자체적인 실험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모임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모임을 개설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운영에 적합한 유형은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총 6가지 (이야기, 읽기, 쓰기, 스터디, 챌린지, 체험) 유형에 맞춰 구분한 독서모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의 모든 구분 짓기는 어디까지나 11년간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고민하고 검색하면서 얻게 된 자체적인 구분법이니 참고만 하면 좋을 것 같다.)     


   1. 이야기형 독서모임의 기본 중에 기본


   책에 대한 감상과 생각을 나누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독서모임’ 하면 떠올리는 모습이다. 정해진 책 한 권을 읽고 모이는 <지정도서모임>과, 각자 자신이 추천하고 싶거나, 읽고 있는 책 등을 소개하는 <자유도서모임>이다.     


   <지정도서모임>은 정해진 책을 통해 모임을 진행하는 만큼 ‘공통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 그래서 사전에 진행자나 참가자들의 준비를 통해 ‘논제’ 중심으로 깊이 있는 모임을 진행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굳이 논제를 준비하지 않더라도 같은 책을 읽은 만큼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바탕으로 풍성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나중에 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진행자가 매회 책을 지정하는 곳도 있고, 참가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추천하는 방식, 마지막으로 다양한 책을 추천하고 다수결로 한 권의 책을 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자유도서모임>은 정해진 책이 없는 만큼 대화의 주제가 방대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능숙한 진행자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즉흥적으로 소개되는 책들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대화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가지 못한다면 단순히 ‘저는 이 책을 지금 읽고 있어요’, ‘저는 이 책을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어요’ 수준의 책 소개 만남으로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이번 자유도서 모임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사랑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면 어떤 책이라도 좋아요’처럼 <‘주제’ 내 자유도서 모임>을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누군가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소개하며 ‘과연 개츠비의 맹목적인 사랑도 사랑이라 할 수 있는지’를 얘기할 것이며, 다른 누군가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소개하며 ‘사랑은 신념의 행위이며, 신념이 없는 사람에게는 사랑도 없다.’에 대해서 설파를 할 것이다. 진행자라면 여기서 두 참가자의 책 이야기를 엮어서 ‘데이지와의 관계를 회복하여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 느꼈던 순간으로 돌아가려 하는 개츠비의 행동은 하나의 신념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장 된 논의로까지 대화를 이끌고 나갈 수 있다.    

 

   2. 읽기형 직장인들의 힐링 타임


   바쁜 일상을 살아내는 직장인들에게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책 읽을 시간을 따로내고,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추구하고 싶은 이상향과 같은 무언가가 되어버린 것 같다. 특히 회사에서 책 읽고 있으면 ‘할 일없는 놈’으로 낙인찍혀버리는 사태까지 직면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독서모임은 하고 싶은데 책 읽을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으신 분들은 ‘읽기형’ 모임을 선호한다.       


   먼저 <낭독모임>이다. 함께 모여 한 권의, 또는 하나의 작품을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직접 소리 내어 읽어나가는 모임이다. 초등학교 이후로 우리는 직접 소리 내어 책을, 글을 읽어 본 경험이 전무하거나 아주 드물 것이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아이, 부끄럽게 어떻게 남들 앞에서 책을 소리 내어 읽나요. 내 목소리에 다른 사람들이 집중하는 게 부끄러워요’ 하는 생각을 하는데, 5분만 지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 시간만큼 나의 머리와 정신이 정화되는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작가들의 문장이 세상 이쁨과 멋짐은 다 자기 것인냥 연출 된 목소리로 울려 퍼질 땐, 눈을 감고 집중해서 듣는 것만으로도 그날의 피로가 쏴악 풀리는 기분이다. 


   보통 낭독을 해보면 평균적으로 1페이지를 읽어내는 데 약 80~90초 정도가 소요된다. 1시간을 낭독한다면 대략 40페이지 남짓한 분량을 읽어낼 수 있다. 2~3시간 정도로 진행되는 독서모임의 특성상 약 2~300페이지 정도의 책 한 권을 다 읽어낸다는 것은 불가능이다. 이 지점에서 낭독모임은 2가지로 구분된다. 바로 ‘완독형’과 ‘정독형’이다.      


   ‘완독형’은 정해진 시간 내에 하나의 작품을 최대한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편소설의 경우 주로 분량이 30~40페이지 정도이다. 따라서 약 1시간 정도면 단편소설 한 편을 모두 읽고, 짧은 토론까지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와 에세이 같은 경우는 참가자들이 1~2편씩 선택해서 낭독하고 대화를 나눈다면 충분히 한 권을 다뤘다고 할 정도로 시간을 채울 수 있다.      


   ‘정독형’은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는 모임이다. 이번 모임 때 50페이지까지 읽었다면 다음에는 51페이지부터 읽어나가면서, 한 권의 책을 완독해나가는 방식이다. 주로 혼자서는 읽기 어려운 고전들을 주로 다룬다. 아무래도 낭독을 한다는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 3가지 감각을 동시에 사용하는 만큼 머릿속에 더욱 오래 기억되기 때문이다.     


   사과 모임의 경우 ‘완독형’을 주로 선호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을 차례차례 읽어나갔다. 황석영 작가가 해당 작품에 대한 자신의 해설을 담았고, 저자와 친분이 있으면 에피소드도 털어놓는 만큼, 짧은 시간에 낭독과 정보와 재미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1900년대의 작품들인 만큼 지금의 문장과는 결이 맞지 않기 때문에 낭독을 함에 있어 리듬감과 생생함을 살리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문학동네에서 매년 시상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작품을 읽어나가는 것으로 변경을 했던 경험이 있다.      


   <묵독모임>은 단 하나의 규칙만 있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 모여서 각자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 가장 큰 선물은 오롯이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서재가 있다 하더라도 핸드폰 알람이 울리는 순간 확인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묵독모임은 입장하는 순간 핸드폰을 무음 또는 비행기 모드로 전환한 후 호스트에게 맡긴다. 일시적인 디지털 디톡스와 함께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책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주위에 함께 책을 읽어내는 참가자들이 있기 때문에 집중력의 강도는 어느 순간보다 높아진다. 묵독모임에 주로 참석하시는 분들의 특징은 ‘모임을 통한 관계의 형성’ 보다는 ‘책에 집중하는 시간’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이 책 읽는 시간만 공유하고 그 어떤 네트워킹도 없이 헤어지는 모임도 많이 있으며, 만남을 가지더라도 간단하게 30분 정도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느 문장이 좋았는지 정도만 공유하고 헤어지는 정도로 진행이 된다. 만약 내가 서점이나 카페와 같은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면 해당 모임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서 고객을 공간으로 유치하는 전략으로 사용하면 좋다.          


   3. 쓰기형 읽기는 언제나 쓰기와 함께


   읽기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겠지만, 많은 분들이 가장 간과하는 것은 ‘쓰기의 중요성’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쓰기’의 과정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책만 읽는 바보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읽기보다 더욱 강한 의지를 필요로 하는 쓰기인 만큼 모임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강제성을 갖게 하는 것이 지속성에 큰 도움을 준다. 쓰기형 역시 ‘서평모임’과 ‘필사모임’ 두 가지로 구분된다.     


   <서평모임>은 토론도 중요하지만 모임에 참여하기 책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핵심 목적으로 한다. 이때 작성하는 글의 수준에 따라 구분이 되는데 간단한 ‘소감문’ 정도로 하는 모임과, ‘서평’ 수준의 글을 요구하는 모임이 있다.      


   ‘소감문’을 요구하는 경우는 모임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대표적인 독서모임인 “트레바리”의 경우 400자 이상의 소감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모임에 참여 자체가 불가하다. 사과 모임 역시 자체적인 독서감상문 틀 (별점, 한 줄 평, 밑줄 친 문장, 읽은 소감)을 참가자에게 제공하며 모임 전 카페에 업로드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참가자들이 제출한 글을 바탕으로 모임을 진행하게 되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확실하게 줄어든다. 소감문을 작성하기 위해서 책을 완독하는 확률이 높아지고, 글을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한 번 더 정리하고 참여했기 때문이다. 독서모임이 ‘독서’모임으로서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작업은 ‘소감문’작성이라 생각한다.     


   ‘서평모임’의 경우 예전 책 블로거들이 많이 활동하던 시절에 관심을 많이 받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로쟈 이현우처럼, 김현처럼, 장정일처럼 책을 매개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서평은 명확한 독자를 염두에 둬야 하며 책의 요지가 담긴 키워드를 찾고, 메모하고, 저자 혹은 작품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단순히 공감한 대목에 밑줄을 긋고 끝나도 되는 소감문이 아닌 것이다. 그런 만큼 해당 모임은 각자 써온 서평에 대한 합평을 주로 함께하며 글쓰기 실력 향상을 핵심가치로 추구하는 모임이다. 하지만 대세는 책을 영상을 통해 소개하는 ‘북튜버’로 기울어지면서 점차 찾아보기 힘든 모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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