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형부터 체험형, 챌린지형까지
4. 스터디형 : 책은 공부하려고 읽습니다.
한 때 독서모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7, 80년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일 때 독서모임 혹은 세미나를 통해서 ‘학습–선전–조직’을 꾀했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90년대를 지나 2000년대에 들어서는 해당 경험들이 뿌리가 되어 ‘인문학 운동’을 거쳐 ‘시민 인문학’으로 확산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스터디형 모임의 경우 ‘인문, 사회과학, 철학’ 분야의 도서들을 핵심 주제로 삼아서 깊이 파고 들어가는 형태가 보편적이다.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서 다양한 강좌와 고급 정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점차 경계를 허물고 있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학습’이라는 목표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그래서 스터디형의 경우 크게 2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해당 주제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리더와 함께 하는 모임’과 ‘참고자료를 적극 활용하는 모임’이다.
<리더와 함께 하는 모임>의 경우 과거에는 ‘강독’ 이라는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다. 쉽게 생각하면 대학에서 이뤄지던 수업의 모습이다. 정해진 도서, 분량에 대해서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 전문가가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참가자는 그 내용을 열심히 받아 적고, 이해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방적인 소통이었던 강단의 높이를 낮추는 만남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트레바리>가 ‘클럽장’이라는 개념을 내세우면서 더욱 대중화가 되었고,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수업이 아닌 독서토론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참가자들은 책을 읽고 자신이 이해가 잘되지 않거나 궁금했던 부분을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보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런 분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트레바리의 클럽장 모임 역시 일반 모임보다 참가비가 10만 원 이상 비싸진다. 그들이 제공한 노동에 대해서 합리적인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금액적인 부분 때문에 참가를 망설이게 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전문가 섭외가 어렵거나, 조금은 자유롭게 모임을 꾸려가고 싶으신 분들은 <참고자료 모임>을 활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김용규의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강신주의 『감정수업』처럼 ‘책을 소개하는 책’들을 많이 활용했다. 혼자서 읽기 어려운 책에 대해서 전문가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놓았으니 얼마나 좋은 참고가 되겠는가.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지식의 보고는 책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라는 두 날개는 지칠 줄 모르고 성장하는 중이며, 결코 책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참고자료로 활용이 된다. 팟캐스트 중 지금은 아쉽게 종료되었지만 <이동진의 빨간책방>의 경우 이동진, 김중혁, 이다혜라는 수준 높은 진행자들의 대화 자체가 독서모임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YES24에서 운영하는 <책읽아웃>, 21세기북스에서 운영하는 <책, 이게 뭐라고> 같은 프로그램은 책의 저자가 직접 출연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궁금할 만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유튜브 채널 <플라톤 아카데미>, <아트앤스터디>의 경우 양질의 인문학 특강이 다양하게 업로드되어있어 해당 강의의 영상을 같이 보고 토론하는 방식으로도 진행이 가능하다.
5. 체험형 : 비독자를 독자로 전환시키는 가장 강력한 경험
읽지 않던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만드는 기적과 같은 결과는 책을 통한 직접적인 성장과 변화의 경험을 제공했을 때만 발생한다.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지원이 독서모임에 주목하는 이유는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비독자를 독자로 전환시키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이라는 도구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이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방법으로 직접경험이 아닌 간접경험으로 책을 접할 수 있게 전환시키는 것이다. 예로 사과 모임에서 진행한 <작가처럼 – 무라카미 하루키>와 <쿡앤북> 이라는 모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처럼 – 무라카미 하루키> 모임의 경우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했던 고양이, 달리기, 음악, 술, 글쓰기를 테마로 기획했다. 하루키가 직접 쓰거나, 하루키에 대해 쓴 책으로 도서를 선정하여 모임을 진행했는데, 일반적인 독서모임과 차이점이 있다면 하루키의 책을 읽음과 동시에, 카페에서 하루키가 좋아했던 음악을 함께 듣고, 바에서 하루키가 좋아했던 술을 마셨으며, 광안리 바닷가에서 하루키가 좋아했던 달리기를 함께 즐겼다는 것이다. 참가자 중에는 원래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었던 분들도 많이 있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구성이 좋아서 신청하신 분들도 많았다.
<쿡앤북> 모임의 경우 ‘당신의 건강을 지키는 책과 음식’이라는 테마로 기획을 했다. 건강에 대한 높아지는 관심을 ‘건강식’과 연결하였고,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책을 읽고, 지역에서 직접 맛볼 수 있는 건강식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에 신청한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책이 아닌 음식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함께 식사를 하며 나누는 대화는 ‘선정도서’에서 도출된 이야깃거리이므로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비독자를 독자로 전환시키는 경험’이 독서모임이 존재하는 핵심적인 가치다. 독서모임 운영자라면 이런 식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6. 챌린지형 : 독서는 습관이다
독서모임을 멋지게 즐기고 싶지만 읽는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분들은 한 달에 한 권을 읽어 내는 것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큰 맘 먹고 독서모임에 도전 했지만, 완독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빠르게 중도하차 하시는 분들을 수도 없이 만나왔다. 독서모임은 독서를 지속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기본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으로서 독서를 강제적으로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즉. 독서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읽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다가 ‘언컨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프라인 만남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온라인 중심으로 활동하는 독서모임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 2가지 상황의 접목은 온라인 기반의 ‘챌린지형 모임’의 확산을 이끌어내고 있다. 밴드, 카페, 카톡을 통해서 습관형성, 목표달성을 위한 미션을 제공하고 수행 여부에 따른 베너핏이나 페널티를 주는 방식이다.
먼저 <벽돌책 읽기 모임>이다. 다들 알다시피 『코스모스』, 『사피엔스』, 『서양미술사』처럼 읽어보고 싶고,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지만, 읽을 엄두가 쉽게 나지 않는 두꺼운 책들을 일명 ‘벽돌책’이라 부른다. 이런 책들은 절대 하루에 다 읽을 수 없고, 읽어서도 안 되는 책이다. 그러니 한 달을 기준으로 매일 읽어야 하는 분량을 정해서 꾸준히 자신이 읽은 내용을 공유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그렇게 매달 책을 바꿔가면서 읽기 습관을 형성함과 동시에 벽돌책을 완독했다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다음은 <목표달성 모임>이다. ‘매일 읽기 모임’, ‘매일 한 문장 필사 모임’, ‘매일 시 한 편 읽기 모임’, ‘매일 단편 소설 한편 읽기 모임’ 등 다양하게 확장이 가능하다. 한 달 기준으로 총 몇 일 동안 주어진 미션을 수행했는지를 판단하여 참가자들의 만족도와 성취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달’이 모이면 ‘일 년’이 되듯이 해당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월’ 단위가 아닌 ‘분기’, ‘반기’ 또는 ‘연’ 단위로 확장 시킬 수도 있다. 1년에 100권 읽기를 목표로 한다면 한 달에 약 8권을 읽어야 한다. 그러면 1년 100권 읽기를 목표로 하는 장기레이스 모임을 개설하고, 매월 8권씩 읽었는지를 확인해나가는 방식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오프라인 만남을 위해 고정 일정을 확보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자유로우며, 참여 인원 수에 크게 제약이 없다는 높은 자유도가 온라인 중심의 챌린지형 모임이 확산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