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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 Oct 07. 2020

독서모임이 수다가 되어선 안 된다

체계적인 진행의 첫걸음 : 4 STEP 독서토론

    체계적인 진행의 첫걸음 : 4 STEP 독서토론     


   지금까지 독서모임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면, 앞으로는 ‘진행’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계속 강조하지만 독서모임이 ‘수다’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리는 모임의 구성을 총 4단계로 나눠서 최대한 짜임새 있게 진행하려 노력한다. 순서는 ‘굿 뉴스 (15분) → 오픈토크 (35분) → 논제토크 (90분) → 한 문장 토크 (10분)’ 이며, 각 시간은 2시간 30분 진행일 경우 참고 할 수 있는 시간 구성이다. 꼭 해당 시간을 고집하진 않으며, 상황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운영한다. 그럼 단계별로 어떻게 진행하는지 살펴보자.      


   1. 굿 뉴스 나누기 본격 자기 자랑 타임 


   모임 시작 시각이 10시라 하더라도, 정시에 전원이 출석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여러 가지 이유로 5~10분 정도 늦는 분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분들이 올 때까지 다른 분들이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게다가 본격적인 책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분위기 전환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난 모임을 마치고 이번 모임까지 자신에게 있었던 ‘굿 뉴스’를 하나씩 전하며 근황 토크를 시작한다. 단순한 근황을 나누는 것이 아닌 굿 뉴스를 나누는 것은 모임의 시작을 조금 더 화기애애하고 밝은 분위기로 만들기 위함이다. 열심히 살았던,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을 나누며 축하해주고 공감하며 각자의 삶을 잠시나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다. 때로는 굿 뉴스가 없었다는 사실에 놀라거나 주눅이 들기도 하시는데, 이런 시간을 통해서 다음 모임까지 꼭 굿 뉴스를 만들어 오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조금 슬픈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때로는 모임 중 참가자들이 가장 적극적인 시간이 되기도 한다.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니까.     


   2. 오픈토크 당신의 소중한 독서노트를 나눕니다.


   요즘 많은 모임이 독서노트 제출을 의무로 하면서 모임 전날, 또는 이틀 전 자정까지 업로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들 자기 글을 올리기에 급급해 다른 참가자분들의 글을 제대로 살펴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애써 작성한 독서노트를 활용하지 않는 것 또한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본격적인 논제토크에 들어가기에 앞서 각자 작성한 독서노트를 바탕으로 책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을 나눈다. 모임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독서노트 양식이 정해져 있다. (독서노트 작성법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그래서 각자 책에 대한 만족도를 나누고 공감 갔던 문장을 낭독하면서 같은 책을 읽었지만 다르게 느낀 책의 여러 모습을 만나본다. 이때 중요한 것이 아직은 본격적인 토론의 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발언을 이어가면서 논제토크 시간에 다룰 질문의 핵심을 언급하기도 하며, 논제에는 준비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토론이 될 만한 질문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내용을 진행자는 잘 체크 해놓았다가 논제토크 시간에 충분히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지금은 모든 참가자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전반적인 책의 느낌과 감상을 나누는 것에만 집중 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하자. 이 시간의 의미는 참가자들이 공들여 작성한 독서노트의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함이다.  

   

   3. 논제토크 함께 만들어나가는 토론 시간


   진행자가 공들여 만든 논제는 모임 전에 참가자들에게 공지가 되었을 것이다. 오픈토크를 통해서 참가자들이 작성한 독서노트와 오픈토크를 통해서 새로운 논제를 찾을 수도 있다. 시간의 제약이 없다면야 모든 논제를 다 다루면 좋겠지만, 우리에게는 언제나 정해진 시간이 있고, 시간 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내가 만든 논제와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도출된 논제 사이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는데, 이럴 때 나는 미리 준비된 논제는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픈토크를 통해서 도출된 질문은 최대한 빠짐없이 다루고 넘어가려 한다. 참가자들이 모임을 함께 꾸려나가는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갖게 되며, 자신들의 의견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준비된 논제에 대한 토론을 할 때는 알 수 없는 숙제 검사를 받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며, 오픈토크 때 선정 된 질문은 가볍고, 편하게 참여 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다고 논제 없이 모임을 준비해도 되는 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4. 한 문장 토크 이것만은 마음에 새기며


   매력적인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을 보낸 뒤 집에 돌아오면 막상 머릿속에 남는 이야기가 없는 경험을 많이들 하게 된다. 그래서 모임을 마칠 때 함께 한 이야기를 정리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돌아가며 참여한 소감을 나누는 방법을 주로 활용하는데, 우리는 사소하지만 포스트잇을 추가로 활용한다. 참가자분들에게 포스트잇을 한 장씩 나눠주고, 오늘의 모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도록 한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 참가자들의 발언 중 기억하고 싶은 내용, 모임에 참여한 소감 등 무엇이라도 적을 수 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함께 한 시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포스트잇을 활용했을 때 확실히 참가자분들의 정리 된 소감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자칫 어수선해지기 쉬운 마지막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무리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4 STEP 독서토론은 독서노트를 작성하고 논제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우리 모임에 최적화된 진행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해당 진행 방식을 참고해서 각자의 모임에 적합한 진행구성을 찾아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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