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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 Oct 15. 2020

독서노트는 모임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모임과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독서노트 작성법

많은 이에게 학창 시절 가장 귀찮았던 숙제가 무엇이었는지 묻는다면 ‘독서소감문’은 꼭 상위권에 들어가지 않을까. 그럼에도 이 귀찮은 것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독서모임’에 참여를 한 사람들이니까. 명심해야 한다. 읽기는 쓰기가 병행되지 않으면 결코 완성될 수 없는 반쪽짜리 행위일 뿐이다. 그렇다고 큰맘 먹고 글을 쓰기 위해서 컴퓨터 앞에 앉는다고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많은 모임이 400자 독서노트를 권장하는데, 흰 배경에 깜빡이고 있는 커서를 바라보면 빈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앞이 막막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막연한 두려움을 줄여주고자 독서노트 양식을 만들어서 참가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1. 별점평 (with 만족스러운 점아쉬웠던 점)


책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를 확인 할 수 있다. 다양한 평가 기준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별점 기준을 참고한다. 별점 3을 기준으로, 3점은 볼만한 작품, 3.5점은 추천 작품, 4점은 수작, 4.5점 이상은 걸작이다. 2.5점은 굳이, 2점 이하는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렇게 각자의 주관적인 평가를 나눌 때 중요한 것은 3점을 줬다면 2점을 왜 감하게 되었는지, 4점을 줬다면 1점을 왜 감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인데, 좋았던 점이 아닌 아쉬웠던 점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서 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시작해본다. 나에게 좋았던 책이 모두에게 좋은 책이 아닐 수 있다는 서로 다름을 마주하기도 하며, 나와 읽기 성향이 비슷한 참가자도 만나면서 책 메이트를 만드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2. 밑줄 친 문장


책을 읽으며 밑줄 친 문장을 옮겨 적어본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문장만 옮겨 적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이 문장에 밑줄을 쳤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함께해주는 것이다. 공감을 했는지, 기억하고 싶은 멋진 문장인지, 새로운 관점의 발견인지 등 내가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생각의 흔적을 복기하는 것이다. 너무 밑줄 친 문장이 많아 추려내는 것이 어려웠다는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는 분들도 많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책을 다시 한 번 훑어보게 되고, 이어서 적게 될 ‘독서소감’을 작성하는데 밑거름이 되는 단초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3. 독서 소감문


위 내용까지 작성을 마치면 이미 A4 반 페이지 정도가 채워진다. 이제 우리에겐 남은 반 페이지를 채워 넣을 나의 독후소감이다. 간혹 서평 수준으로 써오시는 분들도 있으시지만 꼭 그럴 필요까진 없다. 남은 공간을 다 채울 필요도 없다. 위 과정까지만 하더라도 책을 읽은 최소한의 정보는 제공을 했다. 이 순간만큼은 나의 글쓰기 연습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진행자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이야기를 풀어나감에 있어 참가자의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 할 수 있는데,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이들이 아니라면 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빠르게 참가자의 수준을 확인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보다 ‘글쓰기’를 통해서 파악이 가능하다. 책에 대한 이해도, 생각 전개, 관점을 한눈에 파악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진행자가 일방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모임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책을 읽으면서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던 부분을 적도록 안내한다. 논제는 모임 전에 공유가 되므로 진행자가 준비한 논제와 연결되는 질문이 나오는 경우도 많으며, 생각지도 못한 참신한 질문을 만나기도 한다. 참가자들의 질문을 보면서 진행자 또한 한쪽으로 편향된 읽기를 하지 않았는지 확인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위 과정을 통해서 작성하는 독서노트는 최대한 A4 한 페이지를 넘지 않도록 권유한다. 평균적으로 7~8편의 다른 사람이 작성한 독서노트를 읽어 봐야하기 때문에 두 페이지가 넘어가면 피로도가 높아진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해당 독서노트는 모임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지 하나의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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