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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 Oct 21. 2020

강호동 VS 유재석, 당신의 선택은?

어떻게 하면 기분 상하지 않게 발언을 끊고 들어갈 수 있을까?

두 명의 국민MC 강호동과 유재석 중에서 독서모임 진행자에 적합한 사람을 꼽는다면 누구를 선택할까? 강호동은 <무릎팍 도사>, <강심장>을 통해서 유명 연예인들의 속 깊은 이야기까지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며, 유재석은 <놀러와>, <해피투게더>에 이어서 <유 퀴즈 온 더 블록>까지 토크 버라이어티를 긴 시간 동안 이끌어오고 있다. 100%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이 유재석을 선택하지 않을까? 과거 <1박 2일>을 국민 예능으로 이끌었던 강호동은 오프닝 촬영 때 멤버들의 컨디션을 파악한 뒤 그날 가장 컨디션이 좋은 사람과 집중적으로 촬영을 이끌어 갔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 멤버가 촬영 분량을 확실히 뽑아주기 때문에 결과물은 좋게 나올 수 있지만 자연스레 상대적으로 출연 분량이 적은 멤버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해피투게더>, <놀러와>를 진행하는 유재석을 본다면, 분명 재미는 없을지 몰라도 게스트 한 명, 한 명이 소외되지 않고 골고루 주목받고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발견 할 수 있다. 독서모임 진행자인 우리도 모두가 유재석과 같은 진행자로 거듭나기를 꿈꾸고 있을 것이지만, 많은 진행자분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고민을 살펴보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참가자 한 분이 말을 너무 길게 해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진행자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말을 끊고 들어가자니 그분께 실례가 될 것 같고, 그냥 놔두자니 다른 참가자분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네요.’


모두가 한 번쯤은 겪어 본 상황일 것이다. 강의처럼 한 명이 발언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탠딩 스피치와 다르게 독서모임, 토론회 같은 싯다운 스피치의 핵심은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동등한 발언 기회와 시간을 보장받는 것이 권리이자 의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싯다운 스피치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것에 익숙치 않다. 나는 분명 유재석을 꿈꾸고 있지만, 존재하지도 않는 강호동을 만난 한 참가자의 활약으로 ‘어떻게 하면 기분 상하지 않게 적절하게 발언을 끊고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은 진행자분이 하게 된다.


그래서 고민 끝에 찾은 것이 ‘1/N 안내’다. 새로운 모임을 시작할 때는 ‘2시간 모임에 8분이 참여하셨기 때문에 한 분당 발언 시간은 총 15분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부득이하게 이야기가 많이 길어지시는 분이 있으면 진행자의 재량으로 개입을 할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와 같은 안내를 한다. 이를 통해서 이번 모임에 내가 할 수 있는 총 발언 시간이 몇 분인지에 대해서 인지를 시켜주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스스로 발언 시간을 조절하면서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해당 주제에 대해서 너무 할 말이 많거나, 핵심만 간추려서 이야기하는 연습이 부족하여 부연설명이 많으신 분들이 있기 마련이다. 발언할 때마다 진행자가 말을 끊고 다른 분에게 발언 기회를 넘기는 것도 맘이 상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래시계’를 종종 활용한다. 1분, 3분 용량의 모래시계 2개를 준비하는데, 1분 모래시계는 참가자의 발언이 길어질 때 정리를 부탁하는 신호로 활용을 하고 있으며, 3분 모래시계는 참가자 스스로가 본인의 이야기를 제한된 시간 내에 정리해서 말할 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게 훈련하는 용도로 활용을 하고 있다. 모래시계를 뒤집는 순간 펼쳐지는 미묘한 긴장감과 눈치 게임은 독서모임의 소소한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독서모임은 절대 강연장이 아니라는 것을 진행자도 참가자도 명심해야 한다. 정보와 지식을 얻는 곳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지하고 대화에 참여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공간이 되었을 때, 굳이 시간 내어 모임에 참여한 의미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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