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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이 있는 일상 May 03. 2024

마음이 그러겠다는데 어쩌겠어.

피할 데 없으니 차라리 온몸으로 비를 맞는 게 상수지.

인생이라고 뭐 다르겠어.

힘들고 어려울 땐 그 고통에게 온몸을 맡겨봐.

최소한 두려움은 이길 수 있어.

두려움만 이겨낼 수 있다면

어떤 고난이라도 이겨갈 수 있어.

두려움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강력한 적이지.

<박범신, 힐링>


살다 보면 고통의 순간, 고민의 순간, 어떤 노력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좌절하고 드러눕고 목 놓아 울곤 다. 많이 겪는다고 해서 고통이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삶이 주는 충격파는 그게 무엇이고 언제이고와 상관없이 비슷한 크기의 아픔을 주고 간다. 그래서 매번 어렵고 매번 힘들다. 살아도 살아도 삶이 쉬워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마음을 놓는 순간, 이만하면 됐네 하는 순간 새로운 문제와 고민이 찾아 때문이다. 부드럽고 말랑해진 마음에 던지는 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허나, 그 순간 마음을 다잡고 살아갈 수 있었던 단 하나의 힘은 " 어쩔 수 없지 뭐, 부딪혀봐야지, 겪어내야지"라 불리는 마음에 있었다. 언제부턴가 복잡한 마음전보다는 쉽게 내보내고 있다. 바꿀 수 없는 일에 시간을 붙들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이제 그만!'이라고 외쳤다. 내 마음이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리로 말이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속상해 미칠 것 같은 마음이 조금 멀리 달아났다. 물론 살금살금 다가와 다시 나를 괴롭힐 때도 있었지만, 맨 처음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던 순간에 비하면 훨씬 작아져 있었다. 요 며칠 마음을 괴롭히는 일들이 여러 방향에서 나를 찾아왔다. 생애 첫 시험을 멋지게 해내고 싶어 2주간 열심히 공부했던 둘째가 보는 시험마다 원했던 점수를 얻지 못해 실망 가득 찬 얼굴로 침대 위에서 울고불고 난리 쳤던 일, 연로하신 시부모님의 건강상태와 갈수록 약해지는 남편의 무릎과 같은 일들이 마음을 괴롭혔다.


숨이 크게 가슴으로 들어와 "후"하는 긴 여운을 남기며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미 끝난 시험은 되돌릴 수 없으니 이제 그만, 어려운 상황이신데도 농사일을 줄이시지 않는 시부모님의 결정은 내가 막을 수 없으니 이제 그만, 갈수록 약해지는 남편의 무릎도 당장에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니 이제 그만이라고 말해 본다. 우선 지금은  방송대 기말과제물을 끝내야 하고, 틈틈이 기말시험과 대체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남편이 개어둔 빨래를 정리해 두고 어지러워진 집안을 정리해야 한다. 매일매일 처리해야 할 대리점 일과 아이들의 학습은 그때그때 해결하면 된다. 혹시 갑작스러운 어려움이 찾아온다면 어쩔 수 없이 부딪히고 겪어내는 수밖에. 지금껏 그렇게 다 겪어내고 버텨왔는데 걱정할 것 없다 여겨본다. 어쨌든 퇴근길 작은 화단에는 언제고 꽃이 피어 있을 테고, 하늘은 간간이 푸르게 빛나 줄 것이고, 우리들은 서로 다정한 마음을 주고받을 것이다.


맞이할 일은 맞이해 보자. 나를 찾아오는 일 때문에 눈물이 나면 울면 되지. 화가 나면 화를 내고, 너무 슬프고 힘들 때는 누구에게든 좀 의지도 해보고, 그렇게 살면 되지란 마음으로 지금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그래도 마음이 계속 쓸쓸해한다면 쓸쓸한 채로 있어 주자. 마음이 그러고 싶다는데 어쩌겠는가. 다만 두려움을 키우진 말자. 삶을 미워하지는 말자. 그것이야 말로 나를 헤치는 가장 무서운 무기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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