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이 있는 일상 Apr 26. 2024

별을 찾는 마음으로

잃어버렸던 어린아이를 찾다.

어린 왕자는 돌 위에 앉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별들이 저렇게 반짝이는 것은 언젠가 사람들이 자기만의 별을 다시 찾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생텍쥐페리의 문장들 중, 신유진>


꿈꾸듯 세상을 바라보나도 내 별을 찾아내야지 마음먹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세상엔 마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구나, 별을 찾는다는 허황된 이야기 같은 건 이제 그만 잊어버리자 여겼던 청춘을 넘어 다시 잃어버린 별을 찾아보고, 나만의 별이 어디쯤에 있을지 가늠해 보는 중년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나. 별을 찾아보겠다는 다짐을 놓지 않는 삶이 왜 중요한지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다. 늘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했던 식상한 말속에 들어있는 진심 보인다.


 언제나 내 안의 어린아이에게 얌전하게 있어달라고 주문했다. 매번 실패했지만,  학기가 끝나고 다음학기가 시작될 때쯤이면 이번만큼은 제발 어른처럼 행동하자. 유치하게 굴지말자.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사람이 돼 보자 다짐하며, 즐겁고 재밌는 일을 찾아 나섰던 나의 본능을 누르곤 했다. 것이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아 지금도 처음 가는 모임이나 만남에서는 언제나 침묵을 지키며 본래의 나를 감춘다. 그로 인해 나는 상당 부분 내 안을 차지하고 있었던 린아이를 잃어버렸다. 인간은 늘 잃어버린 다음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듯이 내 안의 어린아이를 잃고 나서야 그것의 소중함이 다가왔다. 어색한 모습으로 앉아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내고 오면 마음이 불편했다. 세상이 정해 논 성공한 삶에 매몰되어 자기 계발서를 탐독하고, 원래의 나를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나를 만들어내고자 애쓰며 고통스러워했다. 그 좌절 속에서 일어서보니  마음껏 웃고 떠들었던 어린 시절의 내가 그리워졌다.


반짝이는 별을 품어보는 삶. 나만의 별이 어디선가 빛을 내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는 삶을 살고 싶다. 그것은 '시'를 읽고 쓰는 삶과 닮았다. 밤하늘을 수놓았던 수많은 별들을 올려다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했던  원시인간의 창조적인 마음과 닮았다. 봄이 오는 것을 기뻐하고 가을이 가는 것을 슬퍼하는 마음과도 비슷하다. 내 안에 머물렀지만 사라진 어린 왕자를 다시 불러 본다. 이제 다시 별을 찾아보겠다고, 온 우주에 오직 나만을 위해 빛나고 있을 그 별을 만나보겠다고 약속해야겠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 위에 다음번 모퉁이에 무엇을 만나게 될까 서툰 기대을 품어보듯이 아직 남아 있는 나날들 동안 어떤 일들을 경험하기 될지 기대도 해보겠다.


모든 것이 설명가능했던 물리학의 세상이 양자세계의 발견으로 불분명해지자, 물리학자들은 불안해했다. 수학으로 계산되지 않은 세상, 공식으로 증명되지 않는 세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그 비밀을 풀어내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도 양자세계의 원리를 규명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관찰자가 있어야만 존재하는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광활한 우주 안에 작은 별을 양자세계의 원자로 여겨보자. 나의 별은 내가 찾아낼 때만이 존재할 수 있는 어떤 것이 된다. 나에게만 보이는 별을 찾는 일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 이유를 거기에 두겠다. 또한 우리 모두 원자가 될 운명이 아닌가. 그러니 우리는 죽음 이후에 물리학의 세상을 떠나 양자세계로 들어간다. 나의 의식은 사라져 그 모든 기억을 잃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우리 별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민들레의 홀씨가 민들레를 기억하지 못한다 해서 다시 민들레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하지 않듯이.


지루한 반복이 계속되는 일상의 틀을 깰 수 있는 힘은  어린아이에게 있었다. 세상이 근사한 곳이라 믿어보는 어리석은 마음에 있었다. 나날이 외로워지는 삶의 시간을 어린아이처럼 살아보겠노라 다짐해 보는 건 어떨까? 나에게만 보이는 별을 찾아보겠노라 해보면 어떨까? 그 무용한 마음이 하루를 버티게 해 줄 테다.







이전 08화 글 쓰는 일을 좋아할 뿐이니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