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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이 있는 일상 Apr 19. 2024

글 쓰는 일을 좋아할 뿐이니까.

좋아하는 일로 삶을 채우는 중이다.

그러나 괜찮다. 나는 뛰어난 학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즐거운 일, 행복한 일을 하는 것이 좋으니까. 식물학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식물 공부가 좋았던 것이고, 화가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리는 것이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좀 다양할 뿐이다. <이웃집 식물상담소, 신혜우>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할지, 잘하는 일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했던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긴 어려울 것 같고, 잘하는 일은 별로 재미가 없고, 그러니 선택은 늘 어려웠.  뭘 잘하는 지도 무얼 좋아하는지도 몰라 나란 인간이 궁금하고 답답했던 시간도 꽤 길었다. "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고 말해주는 어른은  없었다. 우리 시대엔 무조건 열심히가 최고였다.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 일도 열심히 해야 하는 시절, 월급이 적던 많던 군소리 안 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대우해 주던 시절이다. 좋아하는 일이 뭔지 묻는 사람이 없으니 생각할 기회도 적었다.  "좋하는 게 뭐야?" 하면 그저 티비 만화시리즈 빨강머리 앤, 모래요정 바람돌이, 이상한 나라의 폴 같은 것만 떠올랐다. 그도 아니면 만화가 이미라의 인어공주를 위하여나, 늘 푸른 이야기 같은 걸 뽑았다. 세상이 변하고 또 변했지만, 좋아하는 일보다는 무엇을 잘하는 가를 중요시 여기는 건 여전하지 않을까? 혹은 가장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오십이 코 앞이지만, 내세울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 분명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둘러봐도 자랑할만한 게 없다. 아직도 글쓰기는 부족하고, 책 읽기는 더디다. 그러나 괜찮다. 나는 인기 있는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글쓰기가 좋은 거고, 천권 읽기는 멀어 보이지만 독서는 늘 재미있으니까.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로 시간을 고 있을 뿐이다. 즐겁고 행복한 일을 내 곁에 가까이 두는 삶으로 방향을 잡았으니까. 그것으로 된 거다. 앞으로도 나는 대하드라마 주인공은 될 수 없을 것 같다. 사랑과 성공을 동시에 이룬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긴 더더욱 불가능할 거다. 그렇지만 지금부터 평생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낸 사람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간이 더 많이 쌓이고 쌓이면 그것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도 있겠지. 늦은 나이에 좋아하는 일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내 길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


좋아하는 일을 삶에 가까이  삶을 권하고 싶다. 백년을 살아보니 인생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좋아하는 일다고 인생이 망가지는 일도 없다. 일전에 온라인상으로 알게 된 A는 피아노가 너무 좋아 고3이 되고 나서 음대 입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운 좋게 합격했지만 이후로 방황이 길었다는 그는 그 경험을 재미난 이야기로 써냈다. 음악가의 길이 망했다는 이야기였지만, 나는 조금도 그의 삶이 망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귀한 경험을 통해 계속 나아가는 중으로 보였을 뿐이다. 그가 피아노를 좋아했던 마음을 눌러버렸다면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좋아하는 일을 외면하고 그것보다 더 나아 보이는 길을 선택한다고 해서  삶 나아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후회가 덜 다. 어쩌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더 많은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삶이 주는 고통도 좋아하는 일을 통해 치유되곤 하지 않는가!  오랜 시간 그런 사실을 몰랐다. 분명 숱하게 읽었던 자기 계발서에 나왔던 내용일 텐데, 내 삶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생이 직선이 아님을, 꼬불꼬불 꺾어진 길과 모퉁이를 수십 번 돌고 나서야 도착하는 목적지처럼 그렇게 길을 잃고 나서야 마침내 가야 할 길을 찾은 사람이 되었다.


해서,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로 했다. 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좀 늦게 발견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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