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안 제사 음식 바꾸기

by 소피아미

몇 해 전 멀리 사시던 시댁 큰형님 내외분께서 우리 집 5분 거리로 이사 오셨다. ‘명절에 멀리 안 가고 좋네’라며 정신승리 해보지만, 시댁 어른이 코앞에 계심은 부담인 듯 부담 아닌 부담 같은 그 무엇이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그 어른들께서 결정하시길, 앞으로는 음식을 전부 사서 제사를 지내겠다고 선언하신 것. 결혼 후 막내며느리로서 30년 이상 ‘전(煎)과의 전쟁’을 하던 나는 “오 예~ 광명이로구나~”를 속으로만 외쳤다.

사실 전 부치는 일이 괴로웠던 것은 아니다. 식구들이 일하며 함께 하는 수다 삼매경은 나름 재미있는 일이다. 나의 불만은 하루 왼 종일 열심히 만든 음식을 맛없게 먹게 되는 상황이 싫었다. 제사는 그래도 당일에 해서 당일에 먹으니 좀 나았지만, 명절 음식, 특히 전은 전날 몇 광주리씩 전시하듯 만들어서 다음날 먹으니 무슨 맛이 있겠는가. 자고로 음식은 바로 해서 바로 먹어야 제맛이거늘 이게 뭐지, 하고 속으로만 외쳤다. 감히 막내며느리가 겉으로 드러낼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이사 후 첫 제사에 미디어에서나 접하던 제사 음식이 도착했다. 큰 기대는 없었으나, 그 음식들은 정말 ‘상상 그 이하의 이하’였다. 직접 하지 않는다는 이점을 애써 상기하며 제기에 옮겨 담고 제사를 지냈다. 나는 형님이 직접 하신 밥과 밑반찬으로만 밥을 먹었다. 어른들께서도 그냥저냥 드시는 것이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생각했다. 제법 큰 돈을 지불하고도, 냉동고에서 몇 년은 썩은 듯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한다니, 맛있는 음식 먹기도 바쁜 한 세상인데. 해서 남편한테 내 의견을 제시했다. 전형적인 제사 음식 말고 그냥 요리 두세 가지 각자 집에서 만들어, 그것으로 함께 제사 지내고 맛있게 먹으면 어떠냐고. 당신이 힘들어서 그렇지 뭐, 라는 남편. 바로 큰형님께 전화했다. ‘그래 주면 나야 좋~~~지’ 하신다. 모든 게 일사천리 해결되었다.

내친김에 감히 한 발 더 나갔다. 이제 나도 나이 좀 먹은 유세로 “형님, 저 손모가지 아파서 제기 설거지는 못 하겠어요. 그냥 일반 그릇에 해요.” 잠시 침묵이 오갔다. “온냐, 알았다”, 하신다. 잠시 우리 큰형님 뒷담화를 하자면, 대부분이 백자인 형님 집 그릇은 엄청 무겁다. 그래도 인간문화재가 만들었다는 그 방짜유기 제기에 비하면 가벼운 축에 속한다. 아직도 그 방짜유기의 무게감이 내 손에 남아 있다. 이제 막내며느리의 전유물, 설거지여 안녕이다. 제기 아닌 나머지 그릇은 식기 세척기가 해결한다.

드디어 이사 오신 그해 추석, 제사 음식을 새롭게 바꾸었다. 처음엔 살짝 거부감을 보이시는 듯했던 남자분들도 ‘이리하면 되겠네’ 하신다. 다행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님 어머님, 두 분도 새로운 음식이 더 맛있으시죠? ^^”

202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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