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싸움의 전장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건 예기치 않게 말싸움이라는 놈과 조우하게 된다. 무방비 상태에서 발끈했다가 상대에게 날름 삼켜지기 십상이다. 어릴 때 내가 그랬으니. 그 경험들이 지금의 이 책을 쓸 계기를 마련해준 것 같다. 다양한 패배의 경험이 곧 살아있는 임상 데이터였으니까. 앞서 소모적인 말싸움을 최소화하고 꼭 해야 하는 말싸움에 깔끔히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싸움에 쉽게 휘말리는 사람들이 가진 특징은 자존심이 세다는 것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약간의 타협에도 응하지 않으니 대화는 쉽사리 투쟁이 된다. 그런데 세상을 조금 살아보니 자존심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 것 같다. 굽혀도 마음에 타격이 없는 자존심과 절대 굽혀서는 자존심이 있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너 말이 맞다는 생각으로 조금은 상대를 인정해주자. 말싸움은 반드시 크던 작던 출혈을 동반하기에 내가 조금 굽혀 편할 수 있다면 한 번쯤은 굽혀줘도 되지 않을까.
그러나 나의 존엄성과 직결된 자존심도 있는 법이다. 이것조차 굽혀버리면 정말 자신이 초라해질 것만 같은 때가 있다. 그때는 정말이지 모든 책략을 동원해서 깔끔하고 명백하게 이겨버리자. 송곳 같은 질문과 개념 공격, 극단적인 가정을 총동원해서라도 말이다. 사실 나열한 기술들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다만 관찰자의 시선에서 말싸움에 이기는 상황을 보다 보니 절로 얻어진 것들이다. 그러나 이 요소들을 한 번이라도 다시금 생각해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뒤이은 인생들에 이를 적용하고 발전시켜나가 자신만의 공식을 만들어낸다면 언어의 덫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말싸움의 목적은 결국 상대가 할 말을 잃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점을 기억하고 행동해보자. 어떻게 해야 상대의 말문을 막을 수 있을까. 언어의 전쟁에서 패하고 그냥 잠들기 힘들어 맥주 캔을 찌그러뜨리며 겨우 잠이 든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글들을 통해 당신이 조금 더 편하게 잠들기를 기도해본다. 우리는 결코 우리가 생각하는바 이상을 말과 글로 표현해내지 못한다. 인간의 뇌라는 우주는 정말로 너무나 넓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제약이 있기에 말과 글이 재밌는 게 아닐까? 어떻게 전달해야 효과적으로 전달할지를 생각하고 자신만의 언어를 개발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문학과 사상들은 이 생각과 언어와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결과물들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게임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 세계를 구축하고 다듬으며 살아간다. 자신만의 정원이 있는 것이다. 이 글과 맞닿은 모든 분들의 정원이 온건하고 아름답게 빛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