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이렇게 뺐다 - (4) 기어 2단
첫 2주 동안 방탄커피를 삶에 안착시킨 후, 다음 스텝은 점심을 샐러드로 바꾸는 것이었어요.
참고로 저는 풀을 돈 주고 사 먹는 것을 30년 넘게 긍정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죠.
그러나 어떤 식으로 다이어트를 하건, 많은 양의 채소를 먹는 것은 필수였어요. '공복감' 때문에요.
밥, 빵, 면, 고구마 등의 탄수화물을 위장에 마구 때려 넣었을 때 느껴지는 포만감을 무언가로 채워야 해요. 안 그러면 참다참다 폭식하게 돼요.
아무리 저탄고지를 한다고 해도 탄수화물 섭취량을 지방으로 대체하는 건 불가능해요. 지방을 그만큼 먹으려고 시도만 해도 큰 배탈이 날 거예요. 병원에 실려갈 수도 있어요. 정말이에요.
올리브 오일이 몸에 좋다고 해서 갑자기 주스 마시듯 컵에 가득 따라 마시면 안 된다는 말이죠.
단백질도 안돼요. 통풍 걸리면 안되니까요.
결국 탄수화물을 대체하는 포만감 넘치는 식사를 하려면, 채소를 듬뿍 먹는 샐러드가 답이었어요.
심각한 문제가 두 가지 있어요. 첫째, 간편식에 길들여져 있던 현대인이 샐러드를 해 먹으려면 손이 너무 많이 가요. 귀찮아서 못 해 먹는다는 얘기예요. 두 번째 이유가 더 심각한데, 샐러드는 솔직히 맛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어제도 샐러드를 먹었고, 오늘도 샐러드를 먹을 거예요. 문제는 해결해나가면 돼요.
첫 번째 문제부터 해결해 보죠. 아침을 방탄커피로 바꿨듯이, 점심을 샐러드로 바꾸기 위한 저의 how to에요.
일단 직접 해 먹는 것은 '시도조차 안 했어요.' 깔끔하죠? 그렇게 기분 내며 해 먹는 것. 딱 하루 정도 가능하다고 봤거든요.
샐러드 담을 통 준비하는 것, 출퇴근할 때 짐 늘어나는 것, 식당 가면 안 해도 되는 설거지 하는 것 모두 없던 task가 늘어나는 것이잖아요. 안 하던 짓을 하는 것에 대한 몸의 반항이 클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쯤에서 잊으셨을 테니 저의 다이어트 원칙을 다시 한번 적어볼게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보면서
내 입이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며 찾아간다
다른 말로 하면 진입장벽을 낮추고, 지속가능한 방식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이해한 것이죠.
해 먹을 자신 없으면, 사 먹자.
그래서 또다시, 검색을 해봤어요.
방탄커피 때처럼 제품이 많더라고요. 쿠팡에서 파는 샐러드 한 번씩 다 먹어본 것 같아요.
샐러드를 무슨 맛에 먹는지도 모르던 사람이니까 큰 도움이 됐어요. 최소한 오픈마켓에서 돈 받고 팔려면 맛없게 하면 계속 못 팔 거 아니에요.
이것저것 먹어보면서 샐러드 맛을 조금씩 알아갔죠. 샐러드를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이해도 먹으면서 깊어졌어요. 가끔 주문을 깜빡하거나 하면 파리바게트 같은 데서 파는 것을 사 먹었어요.
먹으면서 느낀 것은 방탄커피때랑 비슷했어요. 일단 생각보다 비용이 들지 않았어요. 완성품을 사 먹는 비용과 매일 직접 만들어먹기 위한 재료구성 비용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았고요.
회사 근처에서 밥 사 먹으면 7000~10000원 정도 하잖아요. 그걸 생각하면 오히려 식비 부담은 줄었어요.
그리고 맛 문제는 상당 부분 저절로 해결됐어요.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맛을 몰랐던 것이랄까요.
자극적인 시즈닝과 양념, 갖가지 감미료, 맛있게 튀기고 구운 단백질에 익숙해진 입은 채소의 신선한 맛과 각 야채의 고유한 맛을 절대 알 수 없어요.
일주일 정도 지나니 점점 먹을만해지더라고요. 샐러드를 맛있게 하는 요소를 찾아내기 시작한 거죠. 달콤한 드레싱은 빼고요.
그렇게 회사 근처 맛집을 탐방하던 점심식사 패턴은 무사히 샐러드로 변화했어요.
이때 동시에 시도하기 시작한 게 '간헐적 단식'이에요.
아침은 방탄커피, 점심은 샐러드로 식단을 바꾸었지만 저녁은 먹고 싶은 대로 + 양껏 먹고 있었죠.
음식물이 입에 들어가는 '마감 시한'을 스스로에게 설정했어요. 저녁식사의 '마지막 한 입'과 점심식사 '첫 한 입' 사이 간격을 16시간이 되도록 조정한 것이죠.
이것은 취침시간-회사 점심시간 등에 따라 다를 거예요. 제 경우에는 회사 점심시간이 12:30부터였기 때문에 저녁 8:30이 마감시간이 되었죠.
점심시간이 12시인 분은 8시, 1시인 분은 9시가 마감시간이 되는 거예요.
점심을 샐러드로, 저녁의 마지막 한 입에 마감시간을 설정해서 간헐적 단식 시작. 그리고 기존에 시행 중인 아침은 방탄커피 정책.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 세 가지가 조합되기 시작하니까, 이때부터 살이 쑥쑥 빠지기 시작했어요.
'눈바디'라는 말이 있잖아요? 체중계에 재보지 않아도 거울 볼 때 보이는 내 몸의 상태. 뱃살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이고, 바지를 입을 때 체감될 정도였어요.
재미 붙었죠. 뭐든 재밌기 시작하면 끝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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