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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Jul 22. 2020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존재한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생각을 해야 하는가.     


-이제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 의문이 들었다.    


지금까지 몇 번의 의문이 들었고 그에 대해 답을 내리고자 하였던가?    


-처음 시작은 어떻게 된 거였지?    


누구보다도 오랜 시간의 끊임없는 두뇌활동.     


그는 생각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보았다. 아니, 그렇게 생각한다.    


-시작은 의문이었나? 애초부터 이렇게 오랫동안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는 문제였다면 나는 왜 그 질문에 관한 생각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지? 나의 지성으로는 그 의문을 풀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그는 갑자기 피곤해졌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려고 또 생각하고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마치 생각이 사라지면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드는 것이 무서웠다.    


생각이 멈춰질까 봐.    


그래서 몸을 뒤틀어 고통과 불편함을 주어 잠을 쫓아내는 자세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역시 생각하던 와중에 생각을 멈추지 않기 위해 자연스레 나오게 된 자세이다.    


문득 그는 생각에 갇힌 자신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고통스럽게 굳어진 자세. 쉬지 못하는 두뇌.    


그리고 그는 이제 한 가지 생각에 다다랐다.    


-나는 이제야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그는 이제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Francois Auguste Rene Rodin <Le Pense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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