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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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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Jul 27. 2020

미인

-요즘 가장 핫한 미인이 누구지?    


-저 여자, 좀 예쁘게 생겼는데?    


나는 거리를 걸을 땐 늘 이런 생각을 한다.    


이것은 나의 직업 소명이다.    


어떤 직업을 가졌기에 이런 생각을 하며 거리를 걸어 다니냐고?    


나는 사람의 초상을 그려서 파는 조금 잘 나가는 화가이다.    


그리고 내 그림 중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은 단연코 ‘미인화’이다.    


사람들은 내 그림 속에서 자신이 꿈꾸던 이상형의 여자를 발견한다.    


즉 나는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사람들에게 멋진 꿈을 선사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거리를 헤맨다.    


-저 여자는 조금 아쉽군. 그래도 저 목선은 참고할 만해.    


-패션이 정말 끝내주네. 이번 그림에 참고해야겠어.    


하지만 오늘은 일진이 별로 좋지 않다.    


꽤 많은 사람을 봤는데도 아직 확 와닿는 미녀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글렀으니 집에 돌아가서 목욕하고 술이나 한잔해야겠다.    


라고 생각할 무렵, 내 눈에 확 띄는 아가씨 한 명이 보였다.    


“저기요! 잠시만요!”    


나는 황급히 그녀를 불러세웠다.    


“네? 저요?”    


“네. 당신이요. 무슨 걸음이 그렇게 빨라요? 어디 급한 약속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뇨, 딱히 바쁜 일은 없는데요? 왜요?”    


“다른 게 아니라, 너무 예쁘셔서요.”    


“네?”    


예쁘다는 말.    


이 말을 듣고 싫어하는 사람을 나는 아직 한 명도 못 봤다.    


그녀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서요?”    


“네?”    


“사람을 불러세우셨으면 뭔가 용건이 있을 거 아니에요. 지금 저한테 작업 거는 거예요?”    


“하하, 저는 사실 이런 사람입니다.”    


나는 내 명함을 건넸다.    


그녀는 내 이름을 보고 놀란 눈치였다.    


“정말 당신이 이 작가분이에요?”    


그녀는 내 이름과 작품을 보고 나를 알아보았다. 나 좀 잘 나간다. 훗.    


“네. 그래서 그런데….”    


“꺅! 네네! 뭔데요?”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시다면…, 모델을 부탁드려도 될까 해서요.”    


“돼요! 돼요!!”    


“그럼 제 스튜디오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혹시 지금 당장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네!”    


그녀는 흔쾌히 내 제안을 승낙하고, 바로 내 작업실로 왔다.    


“어렵진 않아요. 잠시 앉아계시기만 하면….”    


“네네, 이제 저도 곧 이 거리에서 유명인사가 될 수 있겠죠? 작가님한테 픽업 당했으니까요!”    


“제 이름을 걸고 보장하죠!”    


“꺅! 네!”    


“그럼 바로 작업을 들어가려고 하는데요….”    


“아, 정말요? 잠시만요. 저 메이크업 좀 할게요.”    


“네네. 얼마든지 기다려 드리지요.”    


그리고 그녀는 거울 앞에서 화장용 붓을 들어 자신의 이를 먹물로 검게 칠하기 시작했다.    


이게 요즘 가장 핫하다는 화장법의 하나라는 듯하다.     


喜多川歌麿 <婦人相學十軆>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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