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그도 친구가 수천 명이 넘어갈 정도로 많았다.
그 지역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친구들을 사랑하였고, 친구들 역시 그를 사랑하였다.
일단 그는 그렇다고 믿고 있었다.
그 수많은 친구 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그의 지갑 사정이 나빠지기 시작하면서였다.
그에게 수도 없이 밥과 술을 얻어먹던 친구들은, 처음에야 그의 사정을 딱하게 생각하고 그 대신 밥값이나 술값
을 내주곤 하였다.
그리고 한 달.
수천 명이 넘던 그의 친구들 절반이 떨어져 나간 데에는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고, 백의 아흔아홉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 한 달 안에 모두 그를 떠나갔다.
부질없었다.
그는 자신의 관계에 회의감을 갖기 시작했다.
-내 가치는 오직 돈뿐이었구나.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친구들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는 해도 여전히 수십 명이 훌쩍 넘어가는 수였다.
한 움큼의 기대.
그래도 남아있는 친구들 가운데 자신을 받아줄 친구 몇 명은 있겠지.
그리고 마지막 친구마저도 그에게 등을 돌린 날, 그는 끊임없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자신에게 친구란 무엇인가?
인생의 전부였다.
그는 삶의 의미와 살아갈 목적을 잃은 것 같았다.
-돌아가자. 돌아가서 이 부질없는 생을 마감하자.
그는 친구들을 순회하는 긴 여정을 마치고 마침내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활짝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는 단 하나의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너만은, 너만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구나. 오직 너만이 내 삶의 의미가 되어주는구나.
그는 그렇게 친구를 얼싸안고 하릴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이후로 언제나 그의 곁에는 진정한 친구 하나만이 오롯이 그를 지켜주게 되었다.
둘은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오늘도 그의 친구와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