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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Jul 18. 2020

싫어요. 무서워요.

“다, 당신은 누구세요!!”    


잠에서 깬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방에 들어와 있는 남성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걱정하지 마라. 나를 무서워하지 말아라.”    


“비명 지를 거에요?! 사람 부를 거예요!”     


“나는 천사들의 장. 너는 신의 은혜를 받았다.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그게 무슨….”    


여기까지 말을 하고 그녀는 그 남자가 날개도 없이 공중에 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진정하기 위해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다시 내뱉었다.    


“…방금 하신 말씀이 무슨 의미죠? 천사님.”    


“무서워하지 말아라. 너는 이제 임신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그녀가 놀란 듯 몸을 움츠렸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몸인걸요?”    


“걱정하지 말아라. 주님께서 모든 것을 준비하셨다.”    


“싫어요….”    


“네가 낳은 분은 왕들의 왕이 되실 것이다. 신의 아들이라고 불리며 그분의 왕국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무서워요….”    


“두려워하지 말아라. 성령님이 네 위에 내려오시고 주님의 능력이 너를 덮어 주실 것이다.”    


“불가능해요.”    


“주님에게는 안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천사의 강압적이라 할 만큼 완고한 설득.     


그녀는 그에게 어떠한 말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다.     


신의 영역. 인간이 감히 함부로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그녀는 무서웠다. 확실히 겁에 질려 있었다.    


“어떻게…. 아직 남자도 모르는 저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주님의 뜻을 따라야 한다.”    


그녀는 강압적인 천사의 태도에 화가 났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녀는 당차게 천사에게 질문하였다.    


“그럼 저는요? 저는 어떻게 되는데요?”    


“너는 영원한 왕국의 성모로 칭송받을 것이다.”    


“…”    


위대한 신의 아들, 그의 어머니. 그리고 영원히 칭송받는 자신.    


그녀는 눈을 감았다. 생각을 정리했다.    


“말씀하신 대로 되기를 바랍니다. 주님을 믿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천사는 떠나갔다. 


Dante_Gabriel_Rossetti <Ecce Ancilla Do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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