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 소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지언 Sep 01. 2020

어떤 나라의 사형제도

나는 사형집행인이다. 그리고 사형제도 찬성론자다.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사랑하는 내 아내와 내 목숨보다도 소중한 딸이 몇 년 전 살해당했다.    


연쇄 살인마였던 그는 잡힌 후 우발적인 살인이었다고 했다.    


그저 어처구니가 없었다.    


한동안 삶의 목적도 잃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를 직접 내 손으로 죽이기 위해 사형집행인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째서인지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왜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사형집행인이 된 후 머지않아 알게 되었다.    


우리에겐 한 사형수가 전기의자에 앉아 죽기까지의 모습을 녹화한 영상이 있다.    


그가 죽어가는 장면은 정말 그로테스크하다.    


죽음에 대한 공포, 후회, 고통, 허무가 겨우 10분이 되지 않는 영상 하나에 여실히 드러난다.    


누구나 보다 보면 눈을 돌리게 되고, 그 소리에 귀를 막게 된다.    


보고 있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다.    


그리고 교도소는 극악 범죄를 저지른 사형수에게 매일매일 그 영상을 보여주었다.    


매일매일.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엔 사형제도가 있다.    


다만 지금까지 몇 년간 시행한 적이 없다.    


어째서인지 사형수 대부분이 미쳐버리거나 먼저 자살을 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내 아내와 딸을 죽인 그 녀석에게 이 영상을 보여주러 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BACON <Innocentius efter Velázquez>


매거진의 이전글 도도한 그녀는 왜 바늘로 허벅지를 찌르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