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강철같은 에고(ego)는 집안 환경과 무남독녀라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귀족 가문에서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자라온 그녀.
도도한 콧대와 아름다운 외모는 그녀를 높은 산봉우리 위의 꽃으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하였다.
셀 수 없을 정도의 구애.
그러나 그녀에게 있어 남자란 그저 손안에서 잘 굴리기 쉬운 장난감에 불과했다.
그녀에게 남자란 시시한 존재였다.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 상대를 알아보게 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아닌, 상대방의 조건을 보고선 결혼하게 되었다.
-적당한 작위, 적당한 재산. 그리고 그가 가장 열심히 구애했기 때문이야.
결혼 상대를 고른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그녀가 한 답이다.
결혼 후에도 그녀는 방종 그 자체로 살았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
남편은 그녀를 무척 사랑했기에 이 모든 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삶에 찾아온 위기.
남편이 한눈을 판다.
이럴 순 없다. 감히.
전에 집에 찾아왔던 여성이 아무래도 남편 눈에 들었나 보다.
그녀가 보기에 별 볼 일 없는 초라한 여성이다.
왜 남편이 감히 자신을 두고 저런 볼품없는 여성에게 눈길을 주는 것이지?
태어나서 처음 입어보는 상처에 그녀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다시 생각해도 이럴 수는 없었다. 그는 감히 나에게 이래선 안 된다.
머리도, 옷도, 행동거지도, 말투도 촌스러운 저런 여자의 어디가 좋다고.
분노와 배신감,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모멸감에 그녀는 몸을 떨었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불쾌한 감정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그래서였다.
그래서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
-감히 당신이 나를 쳐다보지 않아? 감히 나를 두고 한눈을 팔아?
그녀는 남편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자신의 허벅지를 바늘로 찍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