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 소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지언 Jul 11. 2020

도도한 그녀는 왜 바늘로 허벅지를 찌르나?

그녀의 강철같은 에고(ego)는 집안 환경과 무남독녀라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귀족 가문에서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자라온 그녀.    


도도한 콧대와 아름다운 외모는 그녀를 높은 산봉우리 위의 꽃으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하였다.    


셀 수 없을 정도의 구애.     


그러나 그녀에게 있어 남자란 그저 손안에서 잘 굴리기 쉬운 장난감에 불과했다.    


그녀에게 남자란 시시한 존재였다.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 상대를 알아보게 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아닌, 상대방의 조건을 보고선 결혼하게 되었다.    


-적당한 작위, 적당한 재산. 그리고 그가 가장 열심히 구애했기 때문이야.    


결혼 상대를 고른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그녀가 한 답이다.    


결혼 후에도 그녀는 방종 그 자체로 살았다.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    


남편은 그녀를 무척 사랑했기에 이 모든 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삶에 찾아온 위기.    


남편이 한눈을 판다.    


이럴 순 없다. 감히.    


전에 집에 찾아왔던 여성이 아무래도 남편 눈에 들었나 보다.    


그녀가 보기에 별 볼 일 없는 초라한 여성이다.    


왜 남편이 감히 자신을 두고 저런 볼품없는 여성에게 눈길을 주는 것이지?    


태어나서 처음 입어보는 상처에 그녀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다시 생각해도 이럴 수는 없었다. 그는 감히 나에게 이래선 안 된다.    


머리도, 옷도, 행동거지도, 말투도 촌스러운 저런 여자의 어디가 좋다고.    


분노와 배신감,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모멸감에 그녀는 몸을 떨었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불쾌한 감정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그래서였다.    


그래서 그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    


-감히 당신이 나를 쳐다보지 않아? 감히 나를 두고 한눈을 팔아?    


그녀는 남편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자신의 허벅지를 바늘로 찍기 시작했다.    


Elisabetta Sirani <Portia wounding her thig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