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 소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지언 Jul 17. 2020

아버지, 아들

“왜 우리는 이렇게 가난해요?”    


아들의 말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미안하다. 아빠가 배운 게 없고, 능력이 없어서….”    


“우린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해요? 이제 누더기 같은 옷은 입고 싶지 않아요!”    


아들은 그렇게 말하고 나를 쳐다봤다.    


입이 하나 더 있었다면 다른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빠는 돌 깨는 것밖에 할 줄 모르시죠. 그래서 매일 나가계시니까 손도 얼굴도 까맣고.”    


아내가 아들을 말리려고 했다.    


나는 그런 아내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좋은 일, 제대로 된 일을 하기 위해선 아빠도 무언가를 배웠어야죠!”    


막막하다.    


더 잘해주고 싶었다. 더 잘해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의 내 수입으로는 턱도 없다.    


아이에게 등록금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큰돈을 준비하기 위해선 아마 산 하나는 깨부숴야 할 것이다.    


나와 닮은 구석 없이 머리가 좋은 아들을 학교에 보내주고 싶었다.    


아들은 그렇게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 *    


다음날 나는 조금 더 일찍 나왔다.    


오늘 할당치를 넘게 일해 수당을 조금 더 받으면, 집에 들어가면서 뭔가 맛있는 간식거리라도 사 들고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아들의 화도 조금 풀리지 않을까…?    


더 좋은 것을 해주는 다른 아빠들이 부럽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런 일밖에 없는 아비라 미안하다.    


허름한 조끼, 투박한 신발. 신발이 벗겨지지 말라고 감아놓은 밴드.    


나는 망치를 들고 작업장으로 나가 돌을 깨기 시작했다.    


오전 내 일하고 점심 식사를 건너뛰었다. 입맛이 없다.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후 작업을 시작하려던 찰나,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졌다.    


누군가가 내 머리에 모자를 씌워줬다.    


“뭐지…?”    


아들 녀석이었다.    


“벗지 말아요. 모자 안 쓰고 일하면 안 그래도 까만 얼굴이 더 까매질 거에요.”    


“너…, 네가 왜 여길…?”    


“아버지 미안해요. 그렇게 말할 생각은 없었어요.”    


아들은 여기까지 말을 하고 일을 돕기 시작했다.    


“다친다.”    


“됐어요. 아버지나 조심하세요.”    


내가 깨 놓은 돌들을 옮기는 녀석.    


나는 아들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녀석이 모자를 씌워줘서 다행이다.    


덕분에 눈물을 땀이라 속일 수 있었다.



Jean Désiré Gustave Courbet <Les Casseurs de pierre>


매거진의 이전글 영원히 당신과 함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