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의 묘 (火垂るの墓, 1988)
지난 글 마지막에 쓴 것처럼 제작자 스즈키 토시오는 어떻게든 지브리 스튜디오의 토토로 프로젝트를 통과시키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1개가 안 되면 2개로 가자!!라는 의도로 <반딧불의 묘>를 동시 기획해서 제출합니다. 그러자 제작회의에서 나온 말.
괴물로도 골치 아픈데, 거기다 무덤까지 만든다니. 뭐하자는 거야!
그런데 이게 먹혔습니다.
그리고...
그게 더 문제였지요.
그래서 지브리 스튜디오에는 두 개의 팀이 만들어집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의 토토로> 팀과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딧불의 묘> 팀입니다. 즉 <반딧불의 묘>는 최초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닌 감독의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인 것입니다.
이 두 개의 애니메이션은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들었지만, 그 투자처는 다릅니다.
<이웃집 토토로>는 루팡 3세부터 꾸준히 지브리 스튜디오를 지원하던 도쿠마쇼텐(德間書店)이었고, <반딧불의 묘>는 원작 소설을 출간한 신쵸우사(新潮社)가 투자하기로 한 것입니다.
즉 공동 프로젝트였지요.
<반딧불의 묘>는 1967년에 출간된 노사카 아키유키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이 원작 소설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가장 유명한 것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입니다.
내용은 태평양 전쟁시기 한 남매가 부모님을 잃고 피난생활을 하며 고생하다 죽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남자 주인공인 세이타가 자신은 죽었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 생전의 기억을 회상하는 형태입니다.
네, 내용이 어둡죠. 어둡습니다. 아무래도 전쟁을 배경 소재로 다루고 있기도 하고...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이 <반딧불의 묘>가 마치 일본이 전쟁의 피해자로 그려진 것 같다는 이유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여러 반대를 받아 계속 개봉을 못하고 있다가 제작된지 25년도 더 넘은 2014년 6월에 개봉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무튼 이 암울한 내용은 일본에서 개봉하였을 때 관람객들에게도 조금 트러블을 주었습니다.
동시 상영이라는 개봉 형태 때문에 극장에서 우선 <이웃집 토토로>를 상영하고 그 다음에 <반딧불의 묘>를 상영하게 되었는데, 그러자 밝고 기분 좋은 <이웃집 토토로>를 본 관객들이 이어진 <반딧불의 묘>를 보고 순식간에 기분이 다운되는 일이 생겼다는 후일담이 있더군요.
(그래서 일부 극장에서는 상영 순서를 바꾼 곳도 있다고 합니다.)
본문의 이미지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오직 작품 소개 및 본문 포스팅을 위해서 쓰였으며, 문제시 즉각 삭제하겠습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저자(황지언)에게 있습니다.
저자의 동의 없이 상업적 이용과 본문의 무단 수정을 금지합니다.
다만 원문 출처를 밝히기 위해 반드시 밑의 문구와 URL을 함께 넣어주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 출처
황지언의 브런치: https://brunch.co.kr/@homoart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