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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Oct 19. 2015

사랑의 화가, 프라고나르

Jean-Honore Fragonard, 1732-1806

Im wunderschönen Monat Mai,            아름다운 5월에
Als alle Knospen sprangen,                   꽃 봉우리에 꽃이 피어날 적에
Da ist in meinem Herzen                        나의 마음속에도
Die Liebe aufgegangen                           사랑의 꽃이 피어났네

Im wunderschönen Monat Mai,            아름다운 5월에
Als alle Vogel sangen,                             새들이 모두 노래할 때에
Da hab' ich ihr gestanden                      나는 그 사람에게 고백했네
Mein Sehnen und Verlangen                  초조한 마음과 소망을


독일의 음악가 슈만(1810~1856)이 낭만주의와 고전주의를 잇는 서정시인인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의 시에 곡을 붙인 ‘아름다운  5월에’라는 연가곡입니다. 노래의 가사는 5월에 시작되는 사랑을 찬미하는 내용인데 슈만의 아름다운 곡과 잘 어울려서 듣고 있노라면 당장 연모하는 사람에게 달려가 사랑을 고백하고 싶게 만들어줍니다. 계절의 여왕, 사랑의 5월에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됩니다.

(5월은 연애지)


봄의 기운이 가장 만개하는 5월은 만물이 싹트고 모든 것이 새롭게 태어나는 신록의 계절입니다. 모든 것이 새롭게 태어나고 화사한 날씨가 언제나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에 그렇게나 많은 새로운 연인들이 생겨나고 또 그 사랑의 결실로 결혼을 하나 봅니다. 5월은 사랑의 달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이러한 5월에 가장 잘 어울리는 화가로는 단연코 프랑스 로코코시기의 대가 프라고나르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로코코시기는 서양 미술사에 있어서 가장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이 많은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루이 15세가 정권을 잡은 프랑스에서 마담 퐁파두르, 마담 뒤 바리와 같은 루이 15세의 애첩들의 후원을 받아 세계 미술사상 전무후무한 장식성이 강하고 화려한 작품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프라고나르는 와토와 부셰와 더불어 로코코시기를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프라고나르의 작품에는 남녀 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많은데, 그중 가장 유명한 그림은 <그네(The Swing)>입니다. 얼핏 보면 한 여성이 풀숲에서 단지 그네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이 그림에는 수많은 재미있는 도상들이 있습니다. 

잘 살펴보면 여성의 뒤에는 그네를 끌어주는 조금은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성이 있고, 여성의 앞에는 뒤로 넘어져 여성의 치마 속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 남자가 있습니다. 또한 여성의 왼쪽 신발은 벗겨져 저 멀리 날아가고 있습니다. 젊은 남자의 머리 위에는 사랑의 신 큐피드가 여성을 바라보면서 입을 손가락으로 막고 있는데, 큐피드가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하는 것을 보면 그네를 타는 여성과 그 앞의 남성은 매우 비밀스러운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젊은 남녀의 비밀스러운 밀회를 적나라하지 않고도 흥미롭고 밝게 그려놓은 이 그림은 꼼꼼히 보면 볼수록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들어 줍니다.


프라고나르의 비밀스러운 연인들의 밀회는 <훔친 입맞춤(The Stolen Kiss)>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화면에는 젊은 연인들이 입맞춤하는 모습이 주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두 연인 중 여성은 사랑하는 연인의 입맞춤에 기뻐하기보다는 무언가 쫓기거나 놀란듯한 모습입니다. 

그 이유가 그림의 오른편에 나타나 있는데, 화면 우측의 열려있는 문의 안쪽에는 다른 부인들이 모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 것입니다. 사교계 모임에서 몰래 빠져나와 연인에게 입맞춤을 받는 여성의 모습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남의 비밀스러운 사랑을 담은 일기장을 엿본 것과 같은 관음적인 시각을 보여주며, 이러한 시각은 매우 에로틱하게 느껴집니다.

(남녀가 유별하거늘! 무슨 짓이냐!!)


<연애편지(The Love Letter)>에서는 사랑하는 연인의 마음이 글로 적혀있는 연애편지와 꽃다발을 함께 받은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성은 편지를 받은 자신의 모습이 기쁘고도 수줍다는 듯이 얼굴에 홍조가 띄어져 있고 자신을 바라보는 관람자에게 엿보지 말라는 듯한 뉘앙스의 시선을 던지고 있습니다.

(아잉... 계속 볼 거야?)


그의 그림의 주제가 대부분 남들 앞에서 떳떳하게 드러낼만한 사랑이라기보다는 불륜에 가까웠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프라고나르의 작품들은 대부분 모델들의 신원이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몇몇 밝혀진 정보 역시 후세 사람들의 추측이 대부분이지요.


봄바람 같은 로코코 시기는 18세기 중엽 약 50여 년 정도의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지속되어 서양미술사를 간략하게 다루는 책에서는 그 언급이 생략되어지기도 합니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를 끝으로 로코코시기를 지난 프랑스는 그 후 시민혁명의 거세고 뜨거운 바람이 몰아치게 됩니다. 마치 짧은 봄 이후 곧 뜨겁고 긴 여름이 오는 5월과도 닮아있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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