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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Mar 30. 2022

상대의 타고난 민낯 본바탕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이유

누군가의 민낯 본바탕을 펼쳐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성이 큰 작업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모습을 상대에게, 또는 상대의 모습을 자신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작업인지 이미 여러 직접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당장 어제 본 리뷰가 그랬죠.


상담을 취미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먹고살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기에 상업적인 상담을 하고 싶지 않아 만든 곳이 저의 심리카페였고, 7년 동안 없애지 않고 하는 것이 '있는 그대로' 메뉴입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있는 그대로' 펼쳐 보여주고 직면시켜드리는 작업을 해드리는 이유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를 드리는 것이 좋을 거 같아서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저는 아동상담을 전공하고 30대의 10년이라는 시간을 놀이치료 센터와 유치원에서 다양한 모습의 부부와 가정을 접했었습니다. 놀이치료 센터와 유치원에서 접하는 분들은 두 가지 전제를 갖고 있는 분들이십니다. '결혼을 한 부부이다'와 '5살 이상은 된 아이를 가지고 있다'라는 두 전제를요.


다르게 말하면 지금 제가 저의 심리카페에 찾아오는 썸이나 커플이나 부부나 지금의 모습에서 몇 년 뒤의 삶을 살아내갈 모습을 제가 10년 넘게 보고 접한 분들의 모습인 것입니다.


놀이치료센터와 달리 유치원에서 아이와 그 가족을 접한다는 것은 매일 등원하는 아이의 모습과 담임 선생님을 통해 아이의 학부모가 어떤 모습이시고 어떤 일상인지를 접하게 됩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놀이치료센터에 와서 1시간 내외의 상담을 하면서 접하고 파악되는 정보와 주 5일을 반나절 원에서 보내는 아이의 모습과 등 하원 시 아이에게 반응하고 보여주는 학부모의 모습, 전화나 연락장을 통해 파악되어지는 1년의 시간 동안 누적되는 정보는 사뭇 다릅니다. 저는 제 상황적 특징으로 인해 두 가지를 같이 접하고 생활하는 시간을 10년 넘게 보냈습니다.


그래서 이러이러한 모습이 나중에 어떻게 될 수 있는지가 책이나 인터넷 서칭이나 지인 한두 명의 모습을 바탕으로 갖는 막연한 짐작과는 그 결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직접 함께 하는 사람의 민낯과 본바탕 앞에서 안쓰럽게 안타까운 현실을 보내는 분들을 보았고, 함께 하는 사람의 민낯과 본바탕 앞에선 개인의 삶이 얼마나 희망 없고 무기력하게 메말라가게 되는지를 보았습니다.






저에게는 가장 깊게 남아 있는 한 학부모가 있는데 한 번은 힘들어하며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도 남편이 그런 모습을 갖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결혼하면 달라질 줄 알았어요.
그래도 아이가 태어나면 달라질 줄 알았어요.
그래도 제가 노력하면 뭐라도 달라질 줄 알았어요.

사람이라면 최소한 인간적으로 제가 노력한 만큼 노력해줄 줄 알았어요.



이미 아이는 심리 정서와 행동, 그리고 언어에 문제가 있고 본인도 심리 정서적으로 고립과 단절 속에서 답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그다음 해에 이혼소송에 필요한 서류라며 아이 등 하원과 양육에 소홀하지 않았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서류에 싸인을 부탁하며 찾아왔었죠.


민낯과 본바탕의 모습이라는 것이 그렇게 로맨틱하고 운명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님을 분별하지 못하고 있어서 오랜 시간과 본인 혼자만이 아니라 아이도 가족도 힘들어지는 경험을 겪게 되는 것을 보아 오면서 놀이치료나 부모 상담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사전에 최대한 그런 상대라면 막연한 믿음 소망 사랑을 갖고 시간을 보내지 않게 해주고 싶었어요. 저의 아픔 슬픔은 아니지만 그래도 뭐라도 여리고 힘든 삶을 살아내 온 분의 아픔 슬픔에 너무 안쓰럽게 느껴지게 되니까요.


내가 포기하고 둔해지지 않으면 힘들어지는 관계를 시작하려는 분을 한 분씩이라도 구조해주고 싶은 심정으로, 위에 이야기드린 분과 같은 아픔과 슬픔의 시간을 몇 분이라도 피해 갈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있는 그대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그냥 펼쳐봐 드려요.


뭐라도 이상함과 위기감을 감지하고 있는 분에게 도움을 주고 싶고, 그렇지 못한 분도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 하죠.


앞일은 알 수 없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막거나 말릴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지만, 뭔가 이상하다 싶고 이렇게 사는 건 아닌 것 같은데라고 느껴질 때 상황과 상태를 분별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 저도 힘들고 부담스럽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아동상담을 전공하고, 놀이치료센터와 유치원에서 일한 부분을 바탕으로 당연히 여자일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셔서 알려드려요. 저의 특이한 이력이면서 사연인 부분인데요. 저는 공대를 다니다가 군대를 갔었어요. 제대하고 며칠 뒤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장례를 치르면서 아버지가 어릴 때 다르게 자랄 수 있었다면 좀 더 행복한 삶을 사셨을텐데라는 생각을 갖고 아동학과로 편입해서 아동상담으로 대학원을 가고 석사를 하고 박사과정을 밟았었답니다.


제 카페에 상담 받으러 오셨던 분 중에 이 글을 읽고 제가 여자일 것이라고 얘기하시는 분이 계셔서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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