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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Nov 07. 2022

나는 춥고 어두운 겨울날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다시 보고 싶은 소설처럼,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은 그림책도 있습니다. 저에게 그런 그림책은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입니다. 그래서 다시 꺼내서 보니 좋네요. 좋은 영감과 기운, 온기 햇살을 주어서요.


예전에 프레드릭 관련해서 썼던 글을 <프레드릭> 그림책의 장면과 함께 다시 올려봅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에게도 좋은 영감과 기운, 온기 햇살이 가슴안에서 담겨지기를 바라면서요.




"프레드릭, 넌 왜 일을 안 하니?"

"아니야, 나도 일하고 있어. 겨울날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



풀밭을 내려다보고 있는 프레드릭이 보였습니다.


"프레드릭, 지금은 뭐해?"

"색깔을 모으고 있어. 춥고 어두운 겨울엔 온통 잿빛이잖아."


프레드릭이 짤막하게 대답했습니다.



한 번은 프레드릭이 조는 듯이 보였습니다.


"프레드릭, 너 꿈꾸고 있지?"

"아닌데, 난 지금 이야기를 모으고 있는데.

사람들이 시린 겨울을 버티려면 따뜻한 이야기가 필요하잖아."



겨울이 되었습니다. 첫눈이 내리고, 동장군도 왔죠.

시린 눈물을 꾹꾹 참고 견뎌야 하는 사람들이 그 겨울 안에 있습니다.



돌담 사이로는 찬바람이 스며들었고, 사람들은 누구 하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꾹, 다문 입술을 보면 알 수 있거든요.


하지만 프레드릭은 알고 있었어요. 사실 사람들은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요. 다만, 이야기를 나눌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요.


그리고 프레드릭은 알고 있었어요. 사람들에게는 나눌 만한 이야기도 없다는 것을요.



프레드릭이 어떻게 알고 있었냐고요?



프레드릭도 그러했거든요. 그래서 프레드릭은 일을 저질렀어요.


꺼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도와주고,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공간을 만든 거죠.



사람들은 프레드릭이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외톨이처럼 마음에 담고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요.


그렇게 이야기를 꺼내고,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친구에게 한 번 가보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그 친구는 또 다른 친구와 찾아오곤 했었어요.


그렇게 찾아온 사람들은 또 다른 친구들에게 한 번 가보라고, 너에게 꼭 필요한 곳이라고,
 우리도 가서 한참 울고 왔었다고,
 이야기를 고 나니 너무 좋더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드리며 저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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