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y and get set go!
(제자리에, 준비, 출발 땅!)
지금 여기서 숨이 멎어도 후회 따윈
없어.
가로로 하나의 선을 그어 그 선의 왼쪽 끝에는 '무기력'이라는 단어를, 그리고 그 선의 오른쪽 끝에는 '연남동 독서모임'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이렇게 놓고 생각하며 <연남동 독서모임>을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인 것 같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런 영감에서 시작을 했기 때문이죠.
그동안 '저에게 있었던 일들', '저에게 일어났던 것들', '저의 생각들', 그리고 '저의 선택을 실현해 가는 시간과 현실화시켜 가는 과정'을 이렇게 글로 기록을 하기로 약속을 드렸기에 곰곰이 생각하고 나름 꼼꼼히 찾아 정리해서 텍스트로 표현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네요.
불면증, 우울, 불안을 동반하는 세상의 많은 무기력들에서부터 벗어나올 수 있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오랫동안 자주 많이 고민했었답니다. 제가 그러니까 남의 일이 아니기도 하고, 저와 비슷한 누군가의 힘겨움이 많이 마음이 쓰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고민하다가 도움을 주는 하나의 작은 계기와 실질적인 과정을 주는 방법으로 '독서모임'이라는 형태와 방식이 떠올랐어요. 불현듯 갑자기 10일 전에요. 그래서 지금 여기에 기록되고 있는 내용은 불과 일주일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랍니다.
보통 이런 기록은 성공을 하고 나서, 또는 실패를 하고 나서 정리를 하듯 적는 것이 익숙한데, 이렇게 진행형인 이야기를 날것으로 들려드리는 것이 새롭네요. 그런데 이 날것의 새로움이 무기력에 잠겨 있는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아닐까요?
분석과 공식에 대입하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다면, 이렇게 직관적인 시작에 허무함이나 불편감을 느끼시겠지만 현실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운연과 직관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무기력함에서 벗어나오기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은 방법들보다 살아있는 살아가는 모습과 그 모습이 주는 영감과 기운, 좌충우돌과 유연함입니다.
전 <독서 모임>이라는 형태와 방식이 주는 익명성과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모습,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부담 없이 오실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오픈시켜드린다는 점이 끌리고 꽂혔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제 심리카페에서 1:1 대면해서 피상적이지 않게 상담을 해드리다 보니 긴장하거나 염려를 많이 하시면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 상담을 받고 다시 무언가 물어보고 싶거나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리고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변화를 이루고 싶어 하시는 경우, 한두 번의 상담이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방법을 몰라서, 이유를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피드백과 가이드, 좋은 영감과 기운, 그리고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다면 포기하고 단념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시도와 도전에 있어서 회복하고 점검하고 추스를 수 있는 보금자리, 안전 기지, 아지트의 유무는 시도와 도전의 성패를 가르는 필요하고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독서 모임'이라는 형태와 방식, 단어의 느낌과 이미지가 부담감과 불편감을 많이 낮춰줄 수 있는 것으로 느껴졌답니다.
말 그대로, 우연히 불쑥 떠오른 '독서 모임'이라는 형태와 방식에 대한 생각에 끌리고 꽂힌 거였죠. 제가 7년 동안 심리카페를 해온 것들과 그로 인해 갖게 된 경험을 독서 모임에 접목시킨다면, 무척 좋은 시간과 공간이 될 것 같았어요.
그렇게 생각이 정돈되고 결심을 해서 진행해 보기 결정을 했던 그 일주일의 시간을 정리해 보면 이렇게 된답니다.
2/3 제주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독서 모임'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름, 카페에서 독서 모임과 관련된 사례들을 찾아보며 생각해 보게 됨.
2/4 독서 모임에 관해 얻은 정보들을 가지고 카페에서 진행할 방법들에 대해 메모에 정리하기 시작
2/5 주말에 상담받으셨던 분이 그날 밤에 '네이버 엑스퍼트(온라인 상담)'으로 다시 상담 신청을 하심. 독서 모임이라는 방식을 활용한 진행이 줄 도움에 대해 한 번 더 느끼게 됨.
2/6 상담 메일을 정리해 드리면서 독서 모임을 시작했을 때 발생할 안 좋은 일들에 대해 생각해 봄. 그 일어날 수도 있을 안 좋은 것들보다 시도해 봄으로써 갖게 될 장점과 매력이 더 크게 느낌.
2/7 본격적으로 '독서 모임' 준비에 온전히 집중해서 들어가기 위해 결심과 상징으로, 제가 운영하고 있는 1인 출판사의 사업자등록증 상의 이름을 <연남동 독서모임>으로 변경을 함.
확실히 사업자등록증 상에 "연남동 독서모임"이라고 새겨져 있는 단어를 보게 되니, 이제 한동안은 이렇게 결심하고 선택한 제 심리카페에서 진행하는 독서모임을 실현해가고 현실화시키는 것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이제 발을 들여놓은 느낌이요. 나오더라도 '해보고 싶은 것들'과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고 난 다음에 나오자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저는 의지가 막 강한 사람이 아닙니다. 열정이 막 강한 사람도 아니고요. 뭔가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한다거나 죽을 각오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너무 불편해하는 성격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막 유약하지는 않아요. 소중한 것은 소중하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대하니까요. 지금의 제 심리카페가 그렇답니다. 7년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도 연남동이라는 임대료가 비싼 곳에서 놓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그 자체로 설명하죠.
상징적으로 나의 결심과 선택을 이렇게 박제시키는 것이 마음이 약해지고 우유부단해질 때 잡아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뱉은 말, 나눈 다짐, 건넨 약속에 책임감을 갖고 지키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것은 상대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좋은 것 같아요.
저렇게 어느 순간보다 진지하고 순수했던 선택의 순간을 박제해놓으면 지치고 방향이 흐트러질 때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디로 가고 싶어 했는지를 일깨워주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사업자등록증 상의 이름을 저렇게 바꿨답니다. (참고로, 심리카페와 1인 출판사, 각각 다른 사업자등록증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독서 모임'에 오시는 분들이 생기게 될지 궁금하네요. '오셔야 할 텐데...' 어떻게 될지 앞이 잘 그려지지는 않네요. 그래도 앞으로 사부작 사부작 할 수 있는 거, 해야 하는 것들을 해나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