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심리카페에서 새로 준비하고 있는 독서모임을 만들어가는 30일간의 기록과 생각을 담고 있고, 이 글이 스물두 번째의 글입니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부담감을 느끼고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의식 과잉을 들 수 있습니다. '자의식 과잉'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무슨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 단어인데요.
쉽게 이야기하면, 자기 자신에 대해 깨닫고 아는 것을 말하는 자의식(self-consciousness) 자체도 자기반성적 성격이 강한데, 그러한 자의식이 과잉되어져 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평판에 과도하게 의식하고 집착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라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놔두거나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을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주고 지지해 주었다면, 자의식 과잉 상태로 만들지 않죠. 기본적으로 사회적 불안을 갖게 만드는 자의식 과잉 상태는 크게 다음과 같은 반응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내가 이렇게 하면 나를 어떻게 볼까?
이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러한 생각에서 잠겨버리게 만드는 환경과 이러한 생각에서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만든 결과가 자의식 과잉이죠. 왜냐하면, 저렇게 생각하게 만들면 컨트롤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본인이 지금 자식에게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심어놓고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들이 많죠. 그리고 그러한 메시지를 거부하고 선을 긋고 밀어내기에는 그 힘이 약한 경우, 더 깊은 자의식 과잉 상태에 빠져들어갑니다. 그렇게 항상 의식하고 애쓰고 부담을 느끼며 지쳐가게 되죠.
이와 관련해서 예전에 올려드렸던 아래의 글에서도 다루었었죠.
자신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낄지, 자신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말할지 심하게 의식하고 염려하다 보니 더 쉽게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들게 됩니다. 무언가를 선택해서 실행을 한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에 그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선택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것이죠.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잃은 멍한 상태인 무기력한 상태는 시도와 선택에 대한 자기 경험을 늘려가는 것으로 나아질 수 있습니다. 주도권과 함께 주체성을 확보함으로써 내가 선택한 것, 내가 실행하는 것, 내가 살아가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보고 느끼고 말하는지에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보고 느끼고 말하게 될지로 중심을 옮겨갈 수 있습니다.
독서모임을 준비하면서 제 카페의 정면의 한쪽을 가득 채울 정도로 "연남동 독서모임"이라는 현수막을 준비해서 붙이면서도 '아, 민망해, 아, 부끄러운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제 카페를 갈 때마다 너무 크게 붙여 놓은 현수막에 약간의 민망함과 부끄러움을 느끼곤 해요.
그런데 이런저런 일들을 저지르고 추진해오다 보니깐, 제가 느끼는 민망함과 부끄러움은 저의 섬세한 성격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생각하며 어느 정도 견뎌야 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적어도 저는 '독서모임'에 관해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고, 알리는 방법을 찾다가 어중간한 크기로는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었기에 아주 크게 제작을 했었던 것이었답니다. 그리고 글자를 많이 넣어봤자 시선만 분산되고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었기에 제 카페 로고와 부제로 사용하는 '안전가옥'이라는 단어만 넣었던 것이었죠.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유치하다고 생각하거나 안 좋게 생각할지 모른다는 것보다 '나는 독서모임을 알리고 싶고, 그 방법으로 이렇게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라는 판단에 초점을 둔 것이었답니다. 민망함과 부끄러움은 견뎌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요.
내가 판단한 것을 실행하는 것은 자의식 과잉으로 흘러가는 것에서 나의 삶에 집중하는 것으로 중심을 옮겨오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다 좋은 선택이란 없고,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해서 행동으로 옮겨보는 자기 경험을 늘리는 것이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힘이 되어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독서모임과 관련한 선택들을 해나가다 보니 이게 맞는 건가, 이게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고, 지치게 되기도 한답니다. 쪽팔리고 싶지 않은데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 생각과 기분이 전혀 없앨 수도 없고, 쉽게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보고 싶은 것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저질러 보는 것이 삶을 살아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고, 다듬어지고 있는 독서모임이 다른 누군가들에게 좋은 영감과 기운을 주는 시간이자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사진 삭제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