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연남동 독서모임 안전가옥을 만들어가는 30일간의 기록과 생각을 담고 있고, 이 글이 스물세 번째의 글입니다.)
말 그대로 의욕이 없는 멍한 상태로 쓰러져 있는 것이 저였죠. 무거운 매일의 아침, 텅 비어 있는데 너무도 무거운 답답함에 깊은 한숨을 무음으로 내뱉는 그런 하루, 감정의 문을 열면 그동안의 서러움이 눈물로 터져 나올 것 같아 겁이 나 멍한 상태에 순응하기도 하는 일상, 그런 시간 속에 있었죠.
나는 노년이 아닌데, 노년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슬프기도 했습니다. 무엇도 할 수 없게 붙잡혀 있고 눌려 있는 것에 우울했습니다. 축하니 쓰러져 있고, 멍하니 초점 없는 저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부정적이고 무감각해질 수 없는 방 안에 있었던 것이었죠.
이런 방 안을 벗어나고 싶은 바람은 컸지만, 방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문의 손잡이를 잡을 수가 없었고, 창문이라도 열어 환기를 하고 싶지만 방 안에 창문은 도통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방 안에 잠겨 들어갔죠. 충분한 준비가 안 되고 안전한 방법이 없어서요.
너무도 지독했던 나의 무기력, 지금은 회상을 하며 인사를 건넬 수 있습니다. 이제는 무기력에 잠겨있게 만들었던 무기력의 방 안에 들어가 구경하며 추억거리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와, 이때 정말 장난 아니었어.
완전 무기력의 바닥을 향해 끝없이 들어가고 있었거든.
저는 바닥으로 끝없이 가라앉고 있었던 무기력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을까요? 헤엄쳐서 나왔을까요? 누군가가 저를 잡고 꺼내 주었을까요?
둘 다 아닙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두 가지 방법은 적어도 저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저의 현실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저의 무기력의 깊이가 너무 깊어서였는지도 모르지만, 저는 저 두 방법으로 무기력에서 벗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때 저의 현실은 헤엄을 쳐서 그만 벗어나오고 싶은 의지는 있었지만 헤엄을 칠 수 있을 만큼의 근력이 없었습니다.
그때 저의 세상에는 가라앉고 있던 저를 잡고 무기력의 바다 밖으로 끌어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덩그러니 혼자였으니까요. 그런데 누군가 저를 꺼내주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었다 해도 무기력의 바다에서 벗어나올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는 저는 너무도 축 처져 있었고 너무도 멍하니 초점을 잡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저는 지금 무기력의 바다 밖에 나와 있습니다. 지치고 피곤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그것이 무기력한 것이 아닌 지침과 피곤한 것임을 압니다.
저는 지금 무기력의 바다가 아닌, 저만의 섬을 만들어 흥미로운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세상에 없는 독특한 독서모임의 공간을 만들고 있죠. 생각해 보니 만들고 있다는 말은 적절한 표현이 아닌 거 같네요. 이미 저만의 독서모임인 “연남동 독서모임 안전가옥”을 만들어 오픈하고 사람들의 예약을 받아 도움을 드리는 호스트로서의 생활을 시작하려고 하고 있죠.
감사하게도 예약 신청들이 들어와서 더 독서모임에서 만들어드릴 시간을 좋게 만들기 위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답니다.
저는 여기에서 무기력의 바다 아래로 가라앉고 있던 제가 저만의 섬에서 도움이 필요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영감과 기운을 주는 일을 어떻게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단지 말이 아닌 과정들로요.
그 모습 중 하나가 사진의 모습처럼 독서모임 <연남동 독서모임 안전가옥>에 관한 이야기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우수 출판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공모하려고 글을 만들고 있답니다.
매년 이맘때쯤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독서모임을 홍보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것이 <우수 출판 콘텐츠> 공모전이었습니다. 운이 좋고 감사하게도 원래 접수 마감일은 3월 1일까지였었는데 시스템 문제로 3월 8일로 연장이 되었더라고요.
제가 공모전을 생각이 나서 확인한 것인 2월 말이었기 때문에 3월 1일까지였다면, 공모전에 지원할 생각을 못 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공모전을 생각하며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와 '브런치'에 글을 올려왔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썼던 글들을 활용해서 하나의 주제를 잡고 글을 만들면 공모전에 접수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공모전에 당선이 되고 안 되고는 제 노력과 의지의 영역은 아니지만, 공모전에 지원을 하고 안 하고는 제 노력과 의지의 영역이고, 시간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꾸준히 써놓은 글들이 있으니 불가능하지는 않더라고요. 지원 자격이 미발간된 창작 원고이니 말이죠.
게다가 독서모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여쭤보는 분의 댓글을 보고 구체적인 방법 대신 30일 동안 진행에 관한 기록과 생각에 관해 매일 글을 올려드리겠다고 해서 정말 최근 매일 글을 만들어 올리다 보니 사용할 만들고 정돈된 글들이 참 감사하고 운이 좋게 느껴지네요.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생각지 못한 기회들을 만나고, 그 기회를 소중하게 대한다면 무기력하게 있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결과가 좋게 나오면 좋고,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으면 적어도 저로 하여금 열정과 의욕, 가능성을 보고 포기하지 않고 시도해서 무언가 완성된 것을 만들어냈다는 성취감이 있죠.
<우수 출판 콘텐츠> 공모전은 규모가 꽤 큰 공모전으로 당선작에 대한 지원금과 상금이 900만 원이니 작지 않죠. 감사하고 운이 좋게 몇 년 전에 썼던 섬세한 성격의 사람에 관한 소설을 지원했었는데 당선이 되어서 너무 신기했었던 공모전이기도 했고요.
언제나처럼 될 거라는 확신은 없죠. 그냥 하는 거죠. 뭘 그렇게 확신에 차서 하거나, 확신이 있어야지만 하나요.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과 정성을 다하는 것이죠. 내 그릇의 깊이와 크기만큼의 움직임으로요.
무엇을 언제 만나고 떠오르게 될지, 어디에서 마주치게 될지는 몰라요. 그 무엇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초점을 맞추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봄 느낌이 가득한 오늘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내일이 접수 마감이어서 네프콘에 올릴 글과 또 다른 일들과 내일까지 완성시켜서 접수를 시켜야 하는 오늘이 좋은 분주함으로 느껴지는 하루네요.
그래도 핸들링 할 수 있고, 완성이 가능해 보여서이겠죠. 그리고 그냥 마음 내려놓고 하면 되는 것 같아요. 예전 당선되었던 소설도 뭐 막 그렇게 열정을 쏟아부어 했던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결과는 노력을 필요하지만, 노력을 했다고 보장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자의식 과잉은 경계하고 사양하면서 하고 싶은 거 생기면 사부작사부작 하세요. 하고 싶은 거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