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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Mar 08. 2023

어떡해, 무기력이 심각해.


2년 전 저에게는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과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겪어야 했던 일, 견뎌야 했던 상황들보다 더 심각했던 것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모든 것이 아무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연남동 제 심리카페에서 사람들을 상담해 주는 일 역시도 점점하고 하고 싶지 않아지는 순간들이 늘어갔습니다. 사람들이 싫어지고 지치게 된다고 해야 할까요? 사람을 싫어했던 사람이 아니었었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여러 사람들을 다양한 이유와 방식으로 떠나보내게 되니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긴장되고, 사람은 경계하게 되고, 삶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지게 되었죠. 그때 제일 많이 했던 말이 이것이었습니다.



‘이거 해서 무슨 의미가 있다고, 뭐가 달라진다고,’



제가 이번에 무기력과 관련해서 시간과 정성을 들여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관련 기록과 생각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했던 이유는 전달해 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벗어나는 방법과 마인드로 벗어날 수 없는 무기력을 다루는 것에 대해서요.



2년 전 저는 말 그대로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매일의 아침, 텅 비어 있는데 너무도 무거운 답답함에 깊은 한숨을 무음으로 내뱉는 그런 하루, 감정의 문을 열면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아 무감각해진 채로 있으려 했었으니까요.



저의 무기력이 극심했던 이유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도 있었고, 섬세한 저의 성격도 있었으며, 뿌리 깊은 외로움과 불안장애도 있었습니다. 또한 저의 생활을 부담감과 긴장감이 컸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기력해져 있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죠. 기력 있게 해주는 것이 없었으니까요. 환경도, 마음도.



노년이 아닌데, 노년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슬프기도 했습니다. 무엇도 할 수 없게 붙잡혀 있고 눌려 있는 것에 우울했습니다. 축하니 쓰러져 있고, 멍하니 초점 없는 저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너무도 지독했던 나의 무기력



지금은 회상을 하며 인사를 건넬 수 있습니다. 이제는 무기력에 잠겨있게 만들었던 무기력의 방 안에 들어가 구경하며 추억거리처럼 말할 수 있습니다.



"와, 이때 정말 장난 아니었어. 완전 무기력의 바닥을 향해 끝없이 들어가고 있었거든."



저는 바닥으로 끝없이 가라앉고 있었던 무기력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을까요? 헤엄쳐서 나왔을까요? 누군가가 저를 잡고 꺼내 주었을까요?



둘 다 아닙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두 가지 방법은 적어도 저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저의 현실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저의 무기력의 깊이가 너무 깊어서였는지도 모르지만, 저는 저 두 방법으로 무기력에서 벗어나오지 않았습니다.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2년 전, 우연히 제주도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이대로 계속 살아갈 수도 없고,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싶지 않아서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생활을 하면서부터입니다.


가끔은 제주에 간다고 뭐가 달라진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혼자 외로운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에도 이런저런 생각으로 저를 설득하고 마인드로 다루려고 하지 않고, 그냥 저를 전철에 태우고 비행기에 태워서 하늘로, 제주로 보내버렸습니다.


그러면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바로 경험을 시켜주더군요. 생각하고 짐작하고 가 아니고, 실제로 뭐가 달라지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알려줘요.


2년의 시간을 그렇게 보내니 저를 힘들게 만들고 버겁게 만들고 지치게 만들었던 것들과 분리를 할 수 있게 되더군요. 2년의 시간은 무기력에 빠져들게 만드는 독소들을 저에게서 떼어내는 디톡스의 시간은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고 사는 시간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저는 저의 심리카페에서 저를 찾아오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며, 새로운 형태와 방식의 독서모임인 “연남동 독서모임 안전가옥”을 오픈했고, 오늘은 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우수 출판 콘텐츠에 무기력을 주제로 만든 글을 접수했고, 집에서 달래랑 양배추로 물김치를 담갔답니다.



무기력에 빠져 있었을 때였다면, 공모전에 글을 응모해서 뭐가 달라진다고 하며 할 생각을 안 했을 거예요. 물김치를 만드는 것 역시, 저는 물김치라는 것을 처음 담가보는 거예요. 혼자 살고 있지만 그렇게 뭘 잘 만들어 먹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만들기 위해 손질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할 마음도, 해본 경험도, 하는 방법도 몰라서 안 했을 거예요.



무기력과 무기력하지 않은 것의 생활의 차이는 이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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